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able한 음료로 주목받기 시작했던 말차는 이제 뉴욕의 라이프스타일을 대표하는 문화로 자리 잡았다. 팬데믹 이후 건강과 웰니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커피의 대안으로 떠오른 것은 물론, 미니멀리즘, 클린 걸Clean girl 트렌드, 젠Zen 감성과 맞물려 더욱 사랑받고 있다. 일본의 전통적 차 문화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며, 복잡한 뉴욕을 초록빛 휴식으로 물들인 말차 카페들을 소개한다.
뉴요커를 사로잡은 말차 체험, 12말차(12 Matcha)


뉴요커에게 지금 가장 핫한 말차 스폿을 묻는다면 많은 이가 주저 없이 ’12말차’를 떠올릴 거다. 수년째 이어지는 말차 열풍 속에서 독보적 존재감을 확보한 이유는 말차를 감도 높은 경험이자 라이프스타일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건축 스튜디오 시귀Ciguë가 완성한 공간과 글로벌 크리에티브 스튜디오 베이스 디자인Base Design의 브랜딩은 이런 철학을 감각적으로 구현했다.




햇빛이 깊숙이 스미는 통창과 빈티지 가구로 채운 메인 공간은 부드럽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아래층으로 내려가면 낮은 조도와 철제 가구가 완전히 다른 무드를 만들어낸다. 시음과 클래스 등 프라이빗 프로그램을 위해 분리된 테이스팅룸이 브랜드의 프리미엄 이미지와 스토리를 다층적으로 확장시킨다.
12말차는 본질에 집중해 말차 본연의 맛을 살린 메뉴들을 선보인다. 일본 교토 우지 지역의 농장에서 블렌딩한 말차를 공급받고, 바 전면에 자리한 워터탱크는 12말차의 장인정신을 보여주는 상징과 같다. 비장탄 숯으로 여과한 물이 떫은 맛을 줄이고 자연스러운 단맛을 끌어올린다. 세계적 레스토랑 덴마크의 노마Noma 출신 페이스트리 셰프 프란시스코 미고야Francisco Migoya가 선보이는 말차 바스크 치즈케이크는 완벽한 페어링으로 말차 중심의 정체성을 완성한다.
12말차는 현재 단 한 곳의 매장만을 운영 중이다. 뜨거운 인기에도 불구하고 아직 확장 계획이 없다는 사실마저 이곳의 매력을 더욱 짙게 만든다.
ADD 54 Bond St, New York
WEBSITE 12matcha.com
INSTAGRAM @12.matcha
말차로 찾는 고요한 평온, 소라테(Sorate)


세계에서 가장 화려하고 번잡한 도시, 뉴욕의 한복판에서 일본 정통 다도가 품은 차분함을 전하는 공간. 소라테는 말차를 하나의 의식이자 삶의 방식으로 바라본다. ‘Sorate’는 이탈리아 베네토 지역에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진정하라는 뜻으로 쓰이는 말이다. 동시에 ‘소라’는 일본어에서 하늘을 뜻한다. 그 이름처럼 소라테는 안정적이고 담백한 분위기에서 좋은 말차를 대접받는 경험을 선사하고, 차분한 분위기가 프라이빗한 무드을 더한다.




정성 들인 차 한잔으로 마음을 다스리고 평온을 찾는 시간이라는 의도에 걸맞게 군더더기 없는 모습으로 꾸몄다. 베네치아 기반의 건축 스튜디오 AMAA의 디자인은 도시의 소음을 지워내고 고요함을 완성한다. 다다미와 목재 진열장 등 일본 전통 구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시선이 돋보이고, 짙은 블루 톤과 따뜻한 조명이 차분한 속도와 리듬을 이끈다.
일본 교토 우지 지역의 농장에서 직접 공급받는 말차는 의사·영양 전문가·차 마스터와 협업해 높은 퀄리티를 유지한다. 차와 어울리는 간단한 전통 화과자 ‘와가시和菓子’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소라테는 말차의 전통과 다도의 의미를 깊이 이해하고, 웰니스 중심의 라이프스타일로 접근한다. 차를 마시는 순간을 일종의 명상으로 전환시키며, 복잡한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틈을 제안한다. 공간 곳곳에 이러한 철학이 고요하게 흐른다.
ADD 103 Sullivan St, New York
WEBSITE sorate.co
INSTAGRAM @sorate.co
다도로 연결된 미니멀리즘 미학, 케틀(Kettl)


뉴욕을 넘어 LA에서도 꾸준한 사랑을 받는 티 하우스. 2022년 브루클린 그린포인트의 첫 매장을 시작으로 현재 뉴욕에 2개, LA에 1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일본 후쿠오카에도 오피스를 두고 있는 덕분에 매주 신선한 차를 공급받고, 말차 외에도 호지차·메밀차·녹차·일본식 홍차 등 다채로운 컬렉션을 갖춰 일본의 차 문화를 폭넓게 전한다. 매장에서 말차를 직접 제분하고, 케틀스튜디오를 통해 클래스와 더불어 브랜드의 세계관과 일본의 차 문화를 더욱 깊이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




공간 디자인은 뉴욕의 건축·디자인 스튜디오인 마이클 타워 아키텍츠Michael Tower Architects가 맡았다. 미니멀리즘을 기반으로 한 스튜디오의 감각이 케틀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세련된 다도 공간을 완성했다. 밝은 우드 톤을 중심으로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공간의 중심이 되는 커다란 콘크리트 바 테이블이 현대적 균형감을 더한다.
차 한잔을 즐기며 가볍게 릴렉싱하거나 예약을 통해 디테일한 설명이 더해지는 테이스팅 프로그램도 경험할 수 있다. 매장에서 제공되는 음료는 손잡이 없는 도자기에 서빙하는데, 도자기에도 케틀의 철학이 담겨있다. 단순함과 불완전함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일본의 ‘와비사비侘び寂び’를 구현한 것이다. 그런 미학을 담은 다양한 도자기 제품을 웹사이트를 통해 판매 중이기도 하다. 여러 아티스트가 수제로 제작한 다도 도자기들은 제작자의 이름과 생산 지역까지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케틀은 브랜드의 철학과 미학을 담은 다도 세계를 기반으로 도자기, 차선 도구, 인센스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확장한 제품을 선보인다.
ADD 70 Greenpoint Ave, Brooklyn
WEBSITE kettl.co
INSTAGRAM @kettltea
감도 높은 브루클린의 리듬, 리듬제로(RHYTHM ZERO)


이름에서부터 예술적인 감각이 느껴지는 리듬제로는 행위예술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Marina Abramović의 작품에서 이름을 가져왔다. 작품의 메시지와는 정반대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진정한 소통을 이루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뜻을 담은 곳이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가 직접 이곳을 방문한 적이 있다는 사실이 리듬제로를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




낮은 채도 속에 자리한 감각적인 가구, 오브제, 예술 작품들은 조용하지만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작품은 오너의 큐레이션에 따라 지속적으로 교체되며, 로컬 아티스트들과 연계해 작품을 선보이고 후원도 진행한다. 카페라는 형태로 예술과 사람에 집중한 방식은 리듬제로를 일종의 예술적 거점으로 만들고, 그린포인트의 젊고 크리에이티브한 감각과 완벽하게 맞닿는다.
뉴욕을 휩쓴 말차의 초록빛이 이곳까지 스며들어, 말차 전문 티하우스가 아님에도 말차 메뉴를 출시했다. 케틀의 말차를 사용해 퀄리티 높은 음료를 제공하고, 기본적인 말차 라떼부터 큐컴버 스파클링 아이스 말차 등으로 리듬제로만의 독창적인 감각을 더했다.
공간, 미감, 메시지에 매료된 마니아층이 형성되면서 리듬제로는 그린포인트를 넘어 윌리엄스버그와 웨스트빌리지까지 매장을 확장했다. 브루클린의 예술적 감수성을 차 한잔과 느끼고 싶다면 꼭 들려야 할 곳이다.
ADD 32 Kent St, Brooklyn
WEBSITE rhythmzeronyc.com
INSTAGRAM @rhythmzeronyc
화려함 대신 감각적인 공간에서 말차를 마시는 일은 도시의 번잡함에서 벗어나는 일탈이자 휴식이 된다. 이러한 말차 열풍은 뉴욕과 미국을 넘어 전 세계로 퍼져, 한국에서도 전문 카페와 브랜드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건강한 초록빛이 만들어 내는 평온함이 일상의 리듬을 정돈하는 라이프스타일로 선택받은 흐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