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일, 샤넬의 공방 컬렉션이 뉴욕에 도착했다. 뉴욕이라는 코스모폴리탄이 상징하는 마티유 블라지Matthieu Blazy의 장소 선택은 앞으로의 샤넬이 나아갈 방향성을 짐작케하는 가늠자다. 데뷔 컬렉션에서 하우스의 언어를 정리했다면, 이번 2026 공방 컬렉션은 그 언어를 어디에, 어떤 태도로 놓을 것인가에 대한 답변에 가깝다. 가장 정교한 장인 정신을 가장 거친 도시 한복판에 세운 이유. 샤넬은 지금, 공방을 ‘보존의 대상’이 아니라 ‘현대의 환경’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마티유 블라지의 합류, 두 번째 컬렉션이라는 무게

12월 2일, 뉴욕 로어 이스트 사이드의 폐쇄된 보워리Bowery 역 승강장에서 열린 ‘2026 샤넬 공방 컬렉션Chanel Métiers d'art 2026’은 여러 의미에서 분기점에 해당한다. 이는 첫 데뷔 쇼를 성공적으로 끝마친 마티유 블라지가 이끄는 샤넬의 두 번째 컬렉션이자, 그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공방 컬렉션이기 때문이다. 첫 데뷔 쇼가 하우스의 언어를 정돈하는 과정이었다면, 이번 공방 컬렉션은 그 언어를 실제 세계에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해 논한다.
마티유 블라지는 본격적으로 디렉터로 일하기 시작했던 보테가 베네타 시절부터 럭셔리의 물성을 현실의 감각으로 끌어오는 데 능한 디자이너였다. 소재와 구조, 착용 방식에 대한 집요한 탐구는 장식보다 태도를, 아이콘보다 경험을 우선시하는 그의 미학을 형성해 왔다. 샤넬 합류 이후에도 그 기조는 유지된다. 다만 이 하우스에서 블라지가 다루는 것은 하나의 브랜드가 아니라, 세기 단위로 축적된 여성성과 장인 정신의 시스템이다. 이번 공방 컬렉션에서 가장 인상적인 지점은 공예의 노출 방식이다. 트위드, 자수, 장식은 여전히 정교하지만, 과시되지 않는다. 대신 그것들은 도시의 움직임 속에서 기능하는 구조물처럼 배치된다. 레이어드된 실루엣, 유연한 테일러링, 낮과 밤을 넘나드는 스타일링은 공방이 ‘기념비’가 아니라 ‘일상적 장치’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뉴욕이라는 도시적 의미




이번 컬렉션의 무대가 뉴욕이라는 사실은 단순한 로케이션 선택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뉴욕은 완벽함보다 속도, 우아함보다 실용성, 정제된 아름다움보다 현실적인 긴장을 상징하는 도시다. 블라지는 이 도시를 통해 샤넬의 장인 정신을 시험대에 올린다. 게다가 쥐가 출몰하고, 지연이 일상적일 정도로 거친 뉴욕의 지하철은 동시에 가장 일상적이고, 가장 많은 계층과 이야기가 교차하는 공간이다. (맨해튼의 살인적인 주차비 덕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하철을 선호한다.) 이번 시즌 영감의 원천은 1920년대부터 2020년대를 아우른다. 다양한 인물들을 중심으로 절충적인 분위기를 연출한 그가 이번 컬렉션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뉴욕 지하철은 모두의 것입니다. 학생부터 세상을 바꾸는 인물, 정치가부터 십 대까지 모두가 이용하죠.
그곳은 불가사의하면서도 멋진 만남으로 가득한 곳이자, 팝 문화의 전형적인 모습들이 충돌하는 곳입니다.”
파리의 살롱이 완성된 세계라면, 뉴욕의 지하철은 끊임없이 진행 중인 세계다. 블라지는 이 ‘미완의 공간’을 통해 샤넬의 공방을 다시 정의한다. 공방은 더 이상 과거와 전통을 기념하는 장치가 아니라, 지금 이 도시를 통과하는 몸과 함께 움직이는 구조물이다. 한편 이러한 문제의식은 뉴욕에서 끝나지 않는다. 샤넬은 지난 12월 22일, 첫 번째 샤넬 공방 컬렉션 레플리카 쇼를 서울에서 다시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기 때문. 일정은 5월 26일이며, 정확한 장소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앞서 쇼가 펼쳐진 뉴욕 지하철 플랫폼을 고려하면 그 선택은 명확한 방향성을 지닌다. 서울이라는 도시의 일상과 에너지가 교차하는 장소, 다시 말해 누군가의 이동 경로이자 생활의 일부로 기능하는 공간일 가능성이 크다.
쇼의 첫 장면이 던진 메시지



쇼의 오프닝은 언제나 디자이너의 선언에 가깝다. 샤넬 쇼의 오프닝을 담당한 최초의 인도계 모델, 바비타 만다바Bhavitha Mandava는 특정한 뮤즈라기보다, 도시의 흐름 속 한 인물처럼 등장한다. 만다바는 뉴욕에서 학업과 모델 일을 병행하는 인물로, 지하철에서 ’28 Models’의 스카우터에게 캐스팅된 바 있는 그녀의 개인적인 배경이 컬렉션의 뉴욕의 지하철이라는 공간과 정확히 오버랩된다. 과장된 제스처도, 극적인 연출도 없다. 대신 자연스럽고 단단한 워킹을 통해 이 컬렉션의 태도를 압축한다. 오프닝 룩 자체도 그 서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구성됐다. 그녀가 입은 일상적인 스타일의 문법(화이트 티셔츠, 쿼터 집업 스웨터, 데님 팬츠, 스웨이드 백)으로 요약되며, ‘평범한 하루의 지하철 승객’처럼 보이는 감각을 의도적으로 살렸다.
이는 블라지가 샤넬에서 그리고 있는 여성상이 더 이상 상징적 인물이 아니라, 현실을 살아가는 존재임을 보여준다. 공방의 기술은 그녀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장식이 아니라, 그녀의 움직임을 지지하는 구조로 기능한다. 쇼의 첫 장면은 톱 모델의 스타성을 강조하는 대신, 도시의 속도에서 자연스럽게. 착용되는 형태로 제시되며 이번 컬렉션의 핵심을 조용히 은유한다.
뉴욕을 대표하는 두 가지 얼굴


(오) 에이셉 라키와 마가렛 퀄리가 티저 영화를 촬영하는 장면. ⒸChanel
컬렉션에 앞서 공개된 티저는 이러한 마티유 블라지의 방향성을 영화적 언어로 먼저 예고했다. 이번 시즌을 통해 새롭게 앰버서더로 합류한 에이셉 라키A$AP Rocky와 마가렛 퀄리Margaret Qualley의 조합은 우연이 아니다. 한 명은 스트리트와 하이패션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뉴욕의 동시대성, 다른 한 명은 클래식과 독립성을 동시에 품은 현대적 여성성을 상징한다.
미셸 공드리Michel Gondry가 연출한 이 티저는 컬렉션의 디테일을 설명하지 않는다. 현실의 공간을 환상으로 뒤트는 감독, 미셸 공드리가 포착한 뉴욕은 사람이 부딪히며 살아가는 공간임을 암시하며 샤넬이 지금 어떤 인물들과 대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블라지 체제의 샤넬은 더 이상 단일한 여성상이나 하나의 문화권에 머물지 않는다. 뉴욕이라는 도시처럼 다양한 정체성이 공존하는 구조를 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