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3일, 일산 킨텍스에서 내한을 앞두고 있는 도자캣Doja Cat의 무대는 음악을 넘어선다. 그것은 시각과 신체, 상징이 결합된 하나의 ‘의식’에 가깝다. 그녀의 퍼포먼스는 늘 과감하고, 때로는 불편하며, 종종 경이롭다. 그것은 예술이자 선언이며, 무엇보다 자기 존재를 둘러싼 서사의 탈환이다. 마침내 그녀가 국내에서 선보일 첫 콘서트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해체하고 재조립하는 퍼포먼스


이슈를 불러일으키는 발언이나 신기하다 싶을 정도의 기행으로 주목받는 도자캣이지만, 단순한 이슈 메이커로 그녀를 규정하기에는 도자캣의 세계는 훨씬 더 크다. 하나의 콘셉트로 여러 가지 스타일링을 선보이는 여타 아티스트들과는 달리, 도자캣은 퍼포먼스부터 스타일, 작·편곡까지 무대에 따라 재구성하며 진정한 의미의 퍼포먼스 예술가로서의 면모를 뽐내고 있다.
예를 들어 2021년 iHeartRadio 뮤직 어워드에서 컨트리풍으로 편곡한 ‘Say So’와 ‘Kiss Me More’을 선보이며 옥수수밭에 떨어진 소녀로 분했으며, 2023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에서는 붉은 칠을 한 댄서들 사이에서 이질적인 포멀한 룩으로 등장하더니 무대 의상과 머리를 풀어헤치고 댄서들과 동화되는 듯한 연출을 선보였다.
흔들림 없는 라이브와 정교한 댄스, 그리고 감정이 살아있는 표정 연기 또한 무대의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겉으로는 화려한 비주얼로 주목받지만, 그 이면에는 도자캣의 탄탄한 가창력과 뛰어난 댄싱, 그리고 작·편곡이 모두 가능한 프로듀서로서의 능력이 존재한다. 실제로 ‘Say So’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2021년에는 빌보드 Hot 100 송라이터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적이 있으며, 올해 발매한 ‘Vie’는 전 곡을 스스로 프로듀싱했다. 그녀의 무대가 특별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보여주는 아티스트’가 아니라, ‘창조하는 예술가’로서 도자캣은 퍼포먼스를 통해 음악, 패션, 그리고 예술의 경계를 허문다.
조력자, 브렛 앨런 넬슨

도자캣이 이토록 상상력을 뛰어넘는 무대를 매번 선보일 수 있는 데에는 그녀의 스타일리스트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겸하는 브렛 앨런 넬슨Brett Allen Nelson의 존재가 필수불가결하다. 도자캣과는 그녀의 이미지가 본격적으로 아티스틱하게 변모하기 시작한 2019년부터 함께 일하기 시작했는데, 그녀와 함께한 성과를 바탕으로 블랙핑크 리사, 사브리나 카펜터Sabrina Carpenter, 리조Lizzo 등 다양한 아티스트와도 연을 맺게 되었다.
브렛 앨런 넬슨은 여타 스타일리스트와는 달리 단순히 의상 선택을 넘어 무대 콘셉트, 세트, 뮤직비디오와 무대 미장센까지 관여하는 또 다른 예술가다. 브렛은 도자캣의 프로젝트를 “하나의 세계를 설계하는 작업”이라 정의하며, 음악이 중심이 되고 그 음악이 시각적 언어를 불러오는 구조 속에서 모든 비주얼 요소를 통합적으로 기획한다. 그는 곡이 완성되면 도자캣의 정서를 감각적으로 해석해 패브릭, 색채, 조형 요소를 조합한 비주얼 맵을 만든다. 예컨대 도자캣이 분노와 증오를 담아 만든 ‘Demons’의 경우, 그는 감정적 무드보드를 ‘피와 유리’로 설정하고 이를 붉은 천과 반투명 라텍스 소재로 구현했다.
브렛은 디자이너가 아닌 스토리텔러로서 무대를 접근하며, “도자캣의 몸이 곧 조각이고, 조명이 그 위에 시를 쓴다”고 표현한다. 두 사람의 무대 기획은 촬영이나 투어 전, 아이디어 스케치를 함께 그리고 ‘무모한 시도’를 기본값으로 삼는 데서 출발한다. 실제로 코첼라 리허설 당시 일부 의상은 불편하거나 과도해 전면 수정되었지만, 그들은 “극단까지 가본 후에야 현실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한다. 도자캣과 브렛 앨런 넬슨의 협업은 결국 하나의 비주얼 언어로서 세계를 창조하는 과정이자, 음악이 시각으로 확장되는 실험 그 자체다.
2024 코첼라의 순간들


ⒸBrett Allen Nelson 인스타그램 (@brettalannelson)


ⒸBrett Allen Nelson 인스타그램 (@brettalannelson)
코첼라Coachella의 첫 여성 래퍼 헤드라이너로 발탁된 도자캣의 ‘2024 코첼라’ 무대는 그녀 자신에게도 상징적이며 역사적인 순간이었을 것이다. 그런 만큼 한 편의 그로테스크Grotesque한 연극을 감상하는 듯한 연출로 빼곡히 채운 무대를 완성했다. 헤어 아티스트 샤를리 르 민두Charlie Le Mindu와 협업해 제작한 금발 드레스를 착용한 도자캣과 댄서들을 시작으로, 엔타이어 스튜디오Entire Studio와 브렛 앨런 넬슨이 함께 제작한 모피 크롭트 톱과 비키니 쇼츠, 팀버랜드 모피 부츠로 제작한 룩이 뒤를 이었다. 이후에는 오프화이트, 디자이너 나타샤 진코Natasha Zinko 근육질 남성의 몸을 형상화한 실리콘 보디수트, 마지막으로는 진흙탕에 빠진 무대 연출로 충격과 탄성을 자아내는 무대를 완성했다.
이번 무대는 ‘머리카락, 근육, 뼈’라는 세 가지 키워드의 변주를 중심으로 구성된 실험적 퍼포먼스였으며, 신체가 곧 무대 장치가 되고 아웃핏이 아닌 도자캣 자신이 퍼포먼스의 주체가 되는 내러티브를 담고 있었다.
12월 내한을 엿보게 하는 최근의 무대들

“저는 창의성이 곧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이 한 문장으로 도자캣은 자신의 정규 5집 <VIE>를 설명했다. 지난 9월 26일 발매된 이번 앨범은 1980년대의 몽환적이고 화려한 분위기를 품고 있으며 그녀는 자넷 잭슨, 마이클 잭슨, 프린스에게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래서인지 <VIE>의 프로모션 무대들은 80년대 특유의 색채와 감성을 다채롭게 재해석한 연출로 가득하다. 앨범 발매에 앞서 공개된 ‘Jealous Type’ 무대를 선보인 MTV 2025 비디오 뮤직 어워드에서는 팝적인 발랄함이 돋보였고, 이어 <지미 팰런의 투나잇 쇼The Tonight Show Starring Jimmy Fallon>에서는 여피Yuppie족* 콘셉트로 등장해 시대적 아이콘을 재현했다.
* 여피족Yuppie: 도시에서 활동하는 고소득·고학력 전문직 젊은층을 가리키는 사회문화적 용어


ⒸNBC
또한 <Saturday Night Live>에서는 티나 터너Tina Turner를 오마주한 듯한 강렬한 에너지로 관객을 압도했다. 장르와 경계를 넘나드는 무대 구성과 스타일링은 ‘80년대 무드의 총망라’라 불릴 만큼 완성도가 높았다. 이러한 일련의 비주얼과 퍼포먼스 역시 그녀의 오랜 협업자 브렛 앨런 넬슨이 함께 기획한 결과물이다. 오는 12월에는 내한이 포함된 ‘VIE 2025 월드 투어’를 비롯해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그리고 내년 2월의 그래미 어워드 무대까지 예정되어 있어, 도자캣이 또 어떤 즐거운 충격을 선사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