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ial

밀라노와 상하이의 미학이 교차하는 지점, 프라다 ‘롱 자이’

상하이의 한복판, 한때 시간에 잠겨 있던 1918년의 저택이 다시 숨을 쉬기 시작했다. 프라다는 이 집을 매장이 아닌 하나의 문화적 장치로 되살렸고, 그 위에 왕가위의 시선을 얹어 ‘미 샹’이라는 새로운 미식의 장면을 완성했다. 건축, 예술, 미식이 겹쳐진 이 공간은 단순한 다이닝을 넘어, 브랜드가 도시와 대화하는 가장 우아한 방식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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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와 상하이의 미학이 교차하는 지점, 프라다 ‘롱 자이’

상하이의 한복판, 한때 시간에 잠겨 있던 1918년의 저택이 다시 숨을 쉬기 시작했다. 프라다는 이 집을 매장이 아닌 하나의 문화적 장치로 되살렸고, 그 위에 왕가위의 시선을 얹어 ‘미 샹’이라는 새로운 미식의 장면을 완성했다. 건축, 예술, 미식이 겹쳐진 이 공간은 단순한 다이닝을 넘어, 브랜드가 도시와 대화하는 가장 우아한 방식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Editorial

밀라노와 상하이의 미학이 교차하는 지점, 프라다 ‘롱 자이’

상하이의 한복판, 한때 시간에 잠겨 있던 1918년의 저택이 다시 숨을 쉬기 시작했다. 프라다는 이 집을 매장이 아닌 하나의 문화적 장치로 되살렸고, 그 위에 왕가위의 시선을 얹어 ‘미 샹’이라는 새로운 미식의 장면을 완성했다. 건축, 예술, 미식이 겹쳐진 이 공간은 단순한 다이닝을 넘어, 브랜드가 도시와 대화하는 가장 우아한 방식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프라다 그룹은 지방 당국 및 예술 문화 유산관리국과의 협의를 통해 건축물 복원에 대한 헌신과 의욕이 남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으로는 이탈리아 밀라노의 ‘갤러리아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IIGalleria Vittorio Emanuele II, 베네치아의 ‘팔라초 코르네르 델라 레지나Palazzo Corner della Regina’ 프로젝트가 있다.

갤러리아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II 프로젝트

“건축은 언제나 프라다에게 영감의 원천이었습니다”

미우치아 프라다Miuccia Prada

2017년 프라다는 또 한 번 역사적 건축물 복원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상하이 중심부에 자리한 20세기 초 역사적인 서구식 저택 ‘롱 자이Rong Zhai’가 그 주인공. 롱 자이는 상하이가 ‘동양의 파리’라 불리던 시대의 도시 미감을 가장 선명하게 보존하고 있는 서구식 가든 빌라다. 프랑스식 구조 위에 중국식 장식이 혼재된, 말 그대로 상하이 특유의 혼성 미학이 응축된 집이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며 거의 버려지다시피 한 이 저택을 프라다는 놓치지 않았다. 2011년 시작된 복원 프로젝트는 약 6년에 걸쳐 유산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프라다의 세심한 작업이 진행되었다.

프라다의 미학이 깃든, 상하이 ‘롱 자이’

롱자이 프로젝트를 맡은 건축가는 바로 로베르토 바치오키Roberto Baciocchi. 프라다, 미우미우 등 명품 브랜드의 매장 디자인 및 건축을 전담하는 것으로 이름을 알린 이탈리아 건축가이자 디자이너다. 무엇보다 프라다의 언어를 가장 잘 이해하는 건축가 바치오키의 언어로, 프라다가 롱자이 저택 리노베이션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구현했다.  

바치오키가 롱 자이 프로젝트를 위해 가장 먼저 뜬 삽은 바로 건물 전체를 해체하듯 조사하는 일이었다. 남아있는 장식 조각, 타일, 창문 프레임, 목재 몰딩 하나하나 기록하고 어떤 재료와 어떤 기법으로 만들어졌는지 분석했다. 이후 가능한 한 같은 방식, 같은 재료로 되살리는 것을 원칙으로 함으로써 현대적인 공법을 배제해 의도적으로 더 느리고, 더 번거로운 길을 택했다. 이는 프라다가 이야기하는 우아한 미학을 살리는 길이기도 했다.

중국 전통 장인들과 이탈리아 복원 전문가가 함께 한 작업을 거쳐, 석고 몰딩은 옛 방식 그대로 손으로 다시 떠내어 작업하고, 손상된 스테인드글라스는 1940년대 스타일의 유리를 사용해 복원했다. 새것을 만드는 게 아닌 다시 그때로 시간을 돌리는 작업이었던 것이다. 자칫 박물관이 될 수 있는 진부함을 탈피하고, 동시에 현대적인 구조 보강, 설비 시스템, 전시와 공연을 수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했다. 그렇게 롱자이는 ‘2018 리조트 컬렉션’ 패션쇼를 시작으로 문을 열었다.

아시아 최초 다이닝, ‘미 샹’

2025년 3월 롱 자이 저택 내부에 새롭게 문을 연 ‘미 샹Mi Shang’은 프라다가 아시아 첫 단독 파인 다이닝 공간으로, 왕가위Wong Kar Wai 감독과의 협업으로 완성했다. 롱자이 저택 1층과 2층에 자리한 이곳은 단순 미식 공간을 넘어, 예술, 역사, 문화, 미식의 세련된 조화를 통해 밀라노와 상하이를 연결하는 도시적 미장센과 영화적 스토리텔링의 결합을 담아 재해석한 데에 그 의미가 있다.

특히 두 도시의 시각적, 문화적 정체성을 반영하는 정교한 디자인을 결합한 것은 왕가위 감독의 테트베슈Tête-bêche 구조, 즉 대칭과 반전된 형태가 공간 전체에 스며든 모습으로 프라다의 우아함과 롱자이의 역사적인 매력을 조화롭게 어우러지도록 녹여냈다.

‘미 샹’, 공간에 층위를 쌓다

레스토랑 ‘미 샹’의 각 공간은 하나의 테마를 가지고 재탄생해 공간마다의 의미와 프라다의 의도를 더듬어 보는 데에 또 다른 재미가 있다.

더 페스츄리 숍 The Pastry Shop

‘더 페스츄리 숍’은 클래식하면서도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탈리아 디자인을 담았다. 1913년 밀라노 비토리오 엠마누엘레 갤러리아에 문을 연 프라다의 첫 매장에서 영감을 받은 체리우드와 브라스 소재의 수제 가구가 공간을 채운다. 이곳은 전통과 혁신, 예술성과 현대적 디자인이 대화를 나누는 중심 공간으로, 카사타Cassata, 델리치아 알 리모네Delizia al Limone, 티라미수Tiramisù 등 클래식 이탈리아 디저트를 세련되게 재해석한 작은 케이크들이 아름답게 진열되어 있다.

더 카페 The Cafe

레스토랑 ‘미 샹’의 중심 공간에 위치한 ‘더 카페’는 우아한 바 카운터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활기찬 교류의 장이다. 이 카운터는 빌라의 목재 요소를 복원한 현지 장인들이 제작했으며, 1910–1930년대 상하이의 사교 살롱을 연상시키는 섬세한 목재 스크롤 장식이 특징이다.

더 스터디 The Study

‘더 카페’ 안쪽에 자리한 ‘더 스터디’는 정원과 테라스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아늑한 공간으로, 큐레이션된 가구와 희귀한 컬렉터블이 절제된 품격을 더한다.

더 라이브러리 The Library

저택의 남쪽에는 상하이와 밀라노의 문화적 감성이 교차하는 차분한 라운지 ‘더 라이브러리’가 펼쳐진다. 중국 공예, 장식 예술, 이탈리아 디자인에 이르는 엄선된 도서 컬렉션이 지적 탐구를 초대하며, 롱 자이와 프라다 아카이브 전반에 흐르는 미학적 주제를 반영한다. 특히, 듀오윈 쉬안 아트센터Duo Yun Xuan Art Center와 협업한 <떠오르는 구름, 피어나는 꽃Rising Clouds, Blooming Flowers> 시리즈의 작품들이 공간의 은밀한 분위기를 더욱 짙게 물들인다.

더 다이닝 룸 The Dining Room

‘더 라이브러리’를 지나면, 미식 경험을 위해 설계된 친밀하고 몰입감 있는 공간 ‘더 다이닝 룸’ 으로 이어진다. 이곳은 왕가위의 <화양연화>와 프라다의 세련된 미학이 교차해 영화적 대화를 연상시키는 로맨틱하고 유혹적인 야간의 무드를 품고 있다. 클래식 이탈리아식 라비올리에 정교한 중국 식재료를 매치한 메뉴부터 비텔로 톤나토, 시트러스 덕 브레스트까지. 각 요리는 이탈리아와 중국의 미식 전통을 창의적으로 결합해 역동적인 풍미의 하모니를 완성한다.

더 테라스The Terrace

‘더 카페’를 지나 펼쳐지는 ‘더 테라스’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여성의 출입을 허용한 상하이 최초의 오픈 에어 라운지 ‘아르카디아 홀Arcadia Hall‘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공간이다. 1930년대 이탈리아 대나무 테이블과 체어로 꾸며진 이곳은 중국적 영감을 받은 디자인과, 전통적으로 여성과 연관된 교차 다리 형태의 좌석을 결합해 역사적 레이어를 섬세하게 담아냈다.

중국과 이탈리아 미식의 만남

‘미 샹 프라다 롱 자이’는 총괄 셰프 리카르도 라 페르나Riccardo La Perna와 파티시에 디에고 크로사라Diego Crosara가 이탈리아와 중국 요리 전통을 융합하여 선보이는 독특한 다이닝 경험을 제공한다. 감베로 로쏘 ‘2026 탑 이탈리안 레스토랑 가이드’에서 ‘두 개의 포크’ 수상이 이를 증명하는 셈이다.

‘미 샹’의 테이블에 앉는 순간, 우리는 식사가 아닌 하나의 ‘장면’ 속으로 들어간다. 천천히 겹쳐지는 공간의 깊이, 빛의 온도, 그리고 움직임의 리듬은 이곳을 하나의 거대한 프레임처럼 완성한다. 상하이의 중심에서 만난 프라다의 미학과 왕가위의 시선은, ‘미 샹’을 지금 가장 우아한 방식으로 번역된 미식의 무대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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