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ial

벤츠 럭셔리의 비전을 제시하는 두 모델

벤츠가 다시 한번 '비전'이라는 이름으로 럭셔리의 미래를 묻는다. 새롭게 공개된 '메르세데스-벤츠 비전 아이코닉 콘셉트'는 한 세기 이상 벤츠가 쌓아온 헤리티지와 정체성을 다음 세대로 이어갈 방법에 대한 청사진이다. 10년 전 선보였던 '메르세데스-벤츠 비전 마이바흐 6 콘셉트'와 맞닿은 지점들을 통해 벤츠가 정의하는 럭셔리와 비전이 향하는 방향을 살펴본다.

Editorial

벤츠 럭셔리의 비전을 제시하는 두 모델

벤츠가 다시 한번 '비전'이라는 이름으로 럭셔리의 미래를 묻는다. 새롭게 공개된 '메르세데스-벤츠 비전 아이코닉 콘셉트'는 한 세기 이상 벤츠가 쌓아온 헤리티지와 정체성을 다음 세대로 이어갈 방법에 대한 청사진이다. 10년 전 선보였던 '메르세데스-벤츠 비전 마이바흐 6 콘셉트'와 맞닿은 지점들을 통해 벤츠가 정의하는 럭셔리와 비전이 향하는 방향을 살펴본다.

Editorial

벤츠 럭셔리의 비전을 제시하는 두 모델

벤츠가 다시 한번 '비전'이라는 이름으로 럭셔리의 미래를 묻는다. 새롭게 공개된 '메르세데스-벤츠 비전 아이코닉 콘셉트'는 한 세기 이상 벤츠가 쌓아온 헤리티지와 정체성을 다음 세대로 이어갈 방법에 대한 청사진이다. 10년 전 선보였던 '메르세데스-벤츠 비전 마이바흐 6 콘셉트'와 맞닿은 지점들을 통해 벤츠가 정의하는 럭셔리와 비전이 향하는 방향을 살펴본다.

Vision Iconic Concept ⒸMercedes-Benz

벤츠가 최근 새로운 콘셉트카, ‘메르세데스-벤츠 비전 아이코닉 콘셉트Mercedes-Benz Vision Iconic Concept’를 공개했다. 이 차량은 단순한 쇼카를 넘어 향후 벤츠의 럭셔리 디자인이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지 가늠하게 하는 청사진에 가깝다.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축적해 온 브랜드 헤리티지와 아이코닉한 상징들을 어떻게 미래로 계승할 것인가에 대한 벤츠의 태도가 이 콘셉트에 응축되어 있다.

Vision Maybach 6 Concept ⒸMercedes-Benz

흥미로운 점은 이번 비전 아이코닉 콘셉트가 벤츠에게 전혀 새로운 시도가 아니라는 점이다. 길게 뻗은 보닛이 인상적인 유려한 실루엣을 보면 이들이 10년 전 공개한 ‘메르세데스-벤츠 비전 마이바흐 6 콘셉트Mercedes-Benz Vision Maybach 6 Concept’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10년이라는 시간 차에도 불구하고 유사한 모델을 공개한 점에서 한 가지를 분명하게 알 수 있다.

벤츠가 ‘비전’을 다루는 방식이 유행이나 기술 변화에 흔들리기보다 자사 유산을 중심으로 일관되게 나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글에서는 이 두 콘셉트카를 나란히 놓고, 벤츠가 말하는 ‘비전’이 무엇인지 자세히 짚어본다.

이 모델을 ‘비전’으로 부르는 이유

Vision Maybach 6 Concept ⒸMercedes-Benz

비전 마이바흐 6 콘셉트는 벤츠의 모던 럭셔리를 급진적인 형태로 보여준다. 6m 거대한 전장과 극단적으로 긴 보닛 등은 디자인적 과시가 아닌 그간 브랜드가 축적해 온 조형 언어를 어떻게 현대적으로 재정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의 결과다. 더불어 브랜드의 디자인 철학 ‘센슈얼 퓨리티Sensual Purity’의 핵심을 가시화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센슈얼 퓨리티는 감성과 이성이 공존하는 벤츠 고유 미학이다. 철학의 핵심은 ‘이중 구조’다. 벤츠는 이를 ‘Hot’과 ‘Cool’이라는 두 축으로 설명한다. Hot은 유기적이고 관능적인 곡면과 볼륨이다.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지는 면의 흐름과 유선형의 실루엣이 여기에 속한다. 반면 Cool은 절제된 면 처리, 날카로운 라이트 그래픽, 기술적 정밀함을 드러내는 디테일이다. Hot은 감성, Cool은 이성을 상징한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어느 한 극단으로 치우치지 않고 상반된 두 개념의 화합을 이루는 ‘정도의 미학’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Vision Mercedes-Maybach 6 Cabriolet ⒸMercedes-Benz

비전 마이바흐 6 콘셉트는 이러한 센슈얼 퓨리티를 가장 정제된 방식으로 구현한다. 넓고 매끄러운 곡면이 만들어내는 감성적인 긴장감(Hot) 위에, 극도로 얇은 라이트 등 정돈된 그래픽 요소(Cool)를 얹어 균형을 맞췄다. 비전 마이바흐 6 콘셉트에서 특히 인상적인 지점은 ‘형태가 기능을 대체한다’는 설계 태도로서, 차체를 하나의 유선형 오브제로 다듬어 공력 성능을 높였다. 스포일러나 복잡한 에어로 파츠 없이도 긴 보닛에서 리어까지 흐르는 실루엣만으로 공기 흐름을 정리한다. 기능을 장식으로 덧붙이기보다 조형 안에 흡수시키려는 벤츠 특유의 접근법이 드러난 지점이다.

전면부는 전통과 현대의 만남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수직 스트럿을 강조한 그릴은 클래식 마이바흐 그릴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형태로, 극도로 얇아진 헤드램프와 대비를 이루며 존재감이 더욱 뚜렷하게 부각된다. 헤드램프 역시 단순한 장식 요소가 아니다. 얇고 정제된 그래픽은 기술적 정밀함을 전면에 드러내며 기술의 진보가 곧 디자인의 완성도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센슈얼 퓨리티에서 말하는 ‘Cool’이 단순한 기술 과시가 아니라, 기술의 성숙이 조형 언어를 어떻게 정제시키는지 분명하게 보여준다.

Vision Maybach 6 Concept ⒸMercedes-Benz

비전 마이바흐 6 콘셉트는 1930년대 그랜드 투어러의 디자인 문법이 현대적으로 어떻게 해석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하지만 벤츠는 이러한 과거의 헤리티지를 단순 오마주하지 않고 센슈얼 퓨리티라는 현대 철학으로 다시 풀어냈다. 감각적인 곡면 위에 절제된 기술적 디테일을 얹는 방식을 택한 것. 이번 모델을 통해 벤츠는 센슈얼 퓨리티 철학 아래에서 과거와 현대가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모델명에 ‘비전’이 붙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새로운 ‘2025 비전’의 등장

Vision Iconic Concept ⒸMercedes-Benz

그들의 비전은 새로운 콘셉트카에서 더욱 뚜렷해졌고, 한층 더 발전했다. 비전 마이바흐 6 콘셉트와 동일하게 1930년대 벤츠 럭셔리 쿠페의 황금기를 연상시키는 비례를 보여주고, 전면에는 W108, W111, 600 풀만Pullman의 클래식한 수직형 그릴을 적용했다. 대신 그릴 자체를 하나의 라이트 그래픽으로 활용했는데, 2025 전기 GLC에서 선보인 그릴과 동일한 형태다. 과거의 유산을 그대로 이어가되 이를 현대적인 방식으로 활용하겠다는 벤츠의 의지가 돋보인다.

사실 이번 콘셉트에서 라이트는 기능이 아닌 감성적인 장치에 가깝다. 그릴부터 보닛 위 삼각별 로고, 그리고 헤드램프까지 전면을 구성하는 세 요소가 하나의 ‘조명 서사’로 작동한다. 브랜드 헤리티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그릴과 삼각별 형태는 그대로 차용하지만 이들의 기능성은 과거와 전혀 달라진 것이다. 기능에서 자유로워진 그릴은 디지털 시대 속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드러내는 또 하나의 인터페이스다.

Vision Iconic Concept ⒸMercedes-Benz

과거와 현대의 만남은 실내에서도 이어진다. 자동화를 전제로 하는 실내는 운전을 위한 기능적인 공간에서 이동 경험을 만끽하는 라운지로 탈바꿈했다. 실내 중앙에는 제플린이라는 부유형 대시보드가 위치해 있다. 공중에 떠 있는 듯한 구조 속에는 크로노그래프에서 영감을 받은 아날로그 애니메이션이 적용돼 디지털 인터페이스 안에서도 기계식 시계 특유의 리듬과 감성을 전달한다.

벤츠는 실내에서 1930년대 아르데코 미술 양식을 현대적으로 풀어냈는데, 첨단 기술을 과시하기보다 아날로그적 터치를 통해 감성적으로 전달한다. 벤츠는 이를 하이퍼 아날로그로 칭한다. 첨단 기술이 평준화될수록 벤츠는 아날로그의 ‘손맛’과 ‘재료감’에서 럭셔리의 설득력을 찾고 있다. 미래로 갈수록 더욱 아날로그적인 것을 부각하는 아이러니함 속에서 벤츠식 모던 럭셔리가 출발한다.

벤츠가 두 모델을 통해 던지는 진짜 메시지는?

Vision Iconic Concept ⒸMercedes-Benz

비전 마이바흐 6 콘셉트와 비전 아이코닉 콘셉트, 두 모델이 던지는 메시지는 일관적이다. “벤츠 럭셔리는 과연 어디서 시작됐는가?”, 그리고 “이를 미래로 어떻게 끌고 나갈 것인가?”를 묻는다. 극단으로 긴 보닛과 짧은 프런트 오버행, 비현실적인 휠베이스까지. 전체적인 비율은 SF 영화에서나 나올 것 같은 형상이지만, 그 근간은 1930년대 럭셔리 쿠페가 지녔던 고전적 비율과 맞닿아 있다. 벤츠는 이 과감한 비례를 통해 자사의 럭셔리가 트렌드가 아닌, 축적된 헤리티지 위에 놓여 있음을 명확히 드러낸다.

Vision Iconic Concept ⒸMercedes-Benz

기능성을 잃어버린 그릴을 여전히 유지하고, 하이퍼 아날로그를 지향하는 실내 디자인에서 벤츠 럭셔리의 방향성을 더욱 명확하게 읽을 수 있다. 새로운 것을 찾는 대신 시간이 지나도 낡지 않은, 지속 가능한 품격을 유지하는 것. 대신 그릴은 새로운 디지털 인터페이스로, 아날로그 장식의 움직임은 첨단 기술로 구현했다. 즉 벤츠는 새로운 것을 무분별하게 도입하기보다, 시간의 흐름에 영향을 받지 않은 요소를 선별해 미래적 명분을 부여했다. 지속 가능한 품격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벤츠식 해석이 여기에 담겨 있다.

두 콘셉트는 결국 하나의 방향을 가리킨다. 과거를 버리고 미래로 도약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정교하게 재해석해 미래로 끌고 가는 방식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이 비전을 양산 모델에서 얼마나 설득력 있게 구현하느냐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벤츠의 모던 럭셔리가 과연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해 보자.

00


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