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ial

브랜드의 상징까지 포기한 아우디, 그럼에도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

아우디가 '콘셉트 C'로 과감한 변화의 시작을 선언했다. 익숙했던 과거의 얼굴을 벗고, 새로운 시그니처 디자인을 제시하며 브랜드의 본질을 새롭게 써 내려가고 있다. 앞으로 아우디가 향해 나갈 방향을 엿본다.

Editorial

브랜드의 상징까지 포기한 아우디, 그럼에도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

아우디가 '콘셉트 C'로 과감한 변화의 시작을 선언했다. 익숙했던 과거의 얼굴을 벗고, 새로운 시그니처 디자인을 제시하며 브랜드의 본질을 새롭게 써 내려가고 있다. 앞으로 아우디가 향해 나갈 방향을 엿본다.

Editorial

브랜드의 상징까지 포기한 아우디, 그럼에도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

아우디가 '콘셉트 C'로 과감한 변화의 시작을 선언했다. 익숙했던 과거의 얼굴을 벗고, 새로운 시그니처 디자인을 제시하며 브랜드의 본질을 새롭게 써 내려가고 있다. 앞으로 아우디가 향해 나갈 방향을 엿본다.

Concept C ⒸAudi

아우디가 최근 흥미로운 콘셉트카를 공개했다. 모델명은 콘셉트 CAudi Concept C. 과거 아이코닉한 모델 아우디 TT가 절로 떠오르는 2인승 전기 로드스터다. R8의 계보를 잇는 새로운 스포츠카의 등장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콘셉트 C의 의미는 그 이상이다. 새로운 차량의 출시를 넘어 브랜드의 차세대 비전을 공표하는 모델이기 때문이다.

콘셉트 C는 향후 출시될 양산 모델 전반에 적용될 새로운 조형 언어를 체계적으로 제시한다. 디자인 키워드는 ‘급진적인 단순함Radical Simplicity’. 여기서 단순함은 형태를 간결하게 줄이는 미니멀리즘 관점을 넘어 브랜드의 정체성을 다시 구조화하는 전략에 가깝다. 21세기 아우디 디자인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싱글 프레임 그릴까지 바꿔버렸다는 점에서 변화를 향한 아우디의 결심이 얼마나 확고한지 알 수 있다. 과거와 결별하고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차세대 그래픽을 그려내는 아우디. 이 모든 것의 출발점, 콘셉트 C를 자세히 들여다본다.

아우디의 상징 싱글 프레임 그릴, 역사 속으로 사라지다

Concept C ⒸAudi

올해 6월, 10년간 아우디 디자인을 책임진 마크 리히트Marc Lichte의 뒤를 이어 마시모 프라셀라Massimo Frascella가 디자인 총괄로 부임했다. 콘셉트 C는 그가 아우디에서 선보이는 첫 작품으로, 프라셀라식 아우디의 청사진을 제시한다. 새로운 디자인 철학 ‘급진적인 전환The Radical Next’과 그 핵심 ‘급진적인 단순함’은 새로운 시대를 여는 선언인 셈이다.

그가 가장 중시하는 것은 명료함이다. “우리는 모든 것을 본질만 남을 때까지 줄이고, 그로부터 명료함을 얻을 것”이라는 그의 말처럼, 콘셉트 C는 매우 간결한 디자인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가 가장 두드러지는 곳은 전면부. 아우디 디자인을 대표하는 싱글 프레임 그릴을 과감하게 없애버렸다.

Concept C ⒸAudi

발터 드 실바Walter de Silva가 2000년대 초 도입한 싱글 프레임 그릴은 지난 20여 년간 아우디를 대표했다. 브랜드 전 라인업에 녹아들며 아우디만의 고유 정체성을 형성했는데, 그릴의 기능적인 가치가 희미해진 전동화 시대 속에서도 유지됐다. 단순히 스타일링 이상을 넘어 아우디 디자인의 상징과도 같았다. 이러한 그릴을 콘셉트 C에서 지워버린 것은 프라셀라가 아우디의 대대적인 변화를 선언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는 새로운 ‘수직 프레임 그릴’을 적용했다. 아우토 유니온 타입 CAuto Union Type C와 3세대 A6 그릴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형태로서, 새로운 디자인의 근간이 되는 핵심 조형이다. 콘셉트 C의 모든 면 구성과 볼륨이 여기서부터 뻗어 나가기 때문이다.

Concept C ⒸAudi

급진적인 변화를 지향하는 프라셀라에게 그릴 형태의 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전제 조건에 가까웠을 것이다. 자동차 디자인의 핵심인 그릴을 그대로 둔 채 주변 요소만 정리하는 방식은 그가 말하는 ‘본질’과는 거리가 있다. 또한 이미 확고해진 디자인 언어 위에 새로운 인상을 그려내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싱글 프레임 그릴과 결별함으로써 프라셀라는 브랜드의 조형 체계와 비례를 다시 구축할 수 있는 ‘빈 도화지’를 마련한 셈이다.

새로운 라이트 아키텍처로 차세대 인상을 그려내다

그릴과 더불어 새로운 조명 디자인도 콘셉트 C에서 주목할 지점이다. 새롭게 적용된 조명 구조는 앞으로 아우디 전 라인업에 공통으로 활용될 새로운 시그니처 디자인이다. 핵심은 전, 후면 램프 안에 배치된 4분할 라이트. 프라셀라는 그릴을 수직으로 배치하는 대신 라이트를 수평으로 배치해 디자인의 균형을 이뤘다. 또, 4분할 라이트 구조로 전-후면을 통일함으로써 어느 방향에서 보더라도 아우디임을 인식할 수 있도록 했다.

라이트는 전동화 시대 속에서 중요한 디자인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많은 완성차 업체들이 새로운 조명 그래픽을 도입해 기존 내연기관 시절과 차별화된 인상을 그려가고 있는 것. BMW가 키드니 그릴에 LED를 적용한 ‘아이코닉 글로우Iconic Glow’를 선보이고, 벤츠가 삼각별 엠블럼을 조명 그래픽으로 확장한 흐름이 대표적이다. 이제 라이트는 단순히 기능적 요소를 넘어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그려내는 그래픽으로 작용한다. 프라셀라가 새로운 라이트 디자인을 제시한 건 어쩌면 당연하다. 싱글 프레임 그릴을 대신하는 아우디의 새로운 인상을 구축한 것이다.

사용자 경험에도 영향을 미치는 프라셀라의 ‘명료함’

아우디 그룹의 슬로건은 ‘기술을 통한 진보Vorsprung durch Technik’다. 첨단 기술을 누구보다 중시한다. 이러한 기조는 콘셉트 C에도 동일하게 녹아 있지만, 아우디는 이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콘셉트 C 실내 디자인의 핵심은 ‘샤이 테크Shy Tech’다. 수줍음을 뜻하는 ’Shy’는 여기서 감추는 것을 의미한다. 기술을 과시하기보다 필요한 순간에만 조용히 모습을 드러내도록 숨겨두는 접근이다.

이를 보여주듯 폴더블 10.4인치 센터 디스플레이는 사용자가 사용할 경우에만 펼쳐지고, 각종 기능 버튼 역시 센터 패널 안쪽으로 통합해 시야에서 최대한 배제했다. 그 외 물리적인 버튼은 스티어링 휠 내부로 통합해 사용자 편의성을 높이고, 간결한 실내 디자인을 완성했다. 아우디는 “기술은 언제나 곁에 있지만, 결코 지배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프라셀라가 지향하는 명료함은 조형 언어를 넘어 사용자 경험까지 영향을 미친다.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하고 새 출발에 나선 아우디

ⒸAudi

콘셉트 C를 공개한 아우디의 행보는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말과 닮아 있다. 싱글 프레임 그릴을 중심으로 쌓아 올린 지난 20년의 조형 언어를 과감히 내려놓고, 새로운 수직 프레임 그릴과 라이트 시그니처를 중심축으로 완전히 새출발에 나선다.

내연기관부터 전동화 라인업까지 아우르는 기존 디자인의 변주가 한계에 이르고, 디자인 복잡도가 증가하는 현시점에서 콘셉트 C의 등장은 아우디 스스로 “우리가 진짜 지켜야 할 본질은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에 가깝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과거의 영광을 포기한 아우디의 현명함이 과연 빛을 발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00


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