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새해가 밝았다. 매년 초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는 이슈 중 하나는 단연 신차 공개다. 올해 역시 각국의 완성차 브랜드들이 차세대 모델을 잇달아 선보이거나 공개를 예고하며 시장 분위기를 빠르게 달구고 있다. 많은 신차 가운데 이번에 주목할 모델은 브랜드 기술력과 디자인 언어,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전환점’이 되는 모델들이다. 각 브랜드의 미래 전략이 신차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그 흐름을 살펴본다.
새로운 컴팩트 세단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 벤츠 CLA


지난해 공개된 벤츠의 차세대 CLA가 올해 국내 첫선을 보인다. 새로운 CLA는 벤츠의 향후 브랜드 전략에서 중요한 출발점이 되는 모델이다. 라인업 상으로는 컴팩트 세단에 속하지만, 전동화 시대 속 벤츠의 새로운 기술력과 디자인 비전이 응축된 차량이기 때문이다.

벤츠는 이미 2023년 CLA 콘셉트를 통해 이러한 변화를 예고했다. 핵심은 차세대 플랫폼인 ‘MMAMercedes Modular Architecture’의 적용이다. 전동화를 중심에 두고 설계된 이 아키텍처는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유연하게 수용하며, 배터리를 기본 요소로 통합한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차세대 CLA는 짧은 오버행과 긴 휠베이스, 매끄럽게 떨어지는 패스트백 실루엣을 갖추며 기존과는 확연히 다른 인상을 보여준다.
전면에는 그릴 대신 삼각별 패턴으로 구성된 일루미네이티드 패널이 적용돼 브랜드 정체성을 직관적으로 드러낸다. 헤드램프 역시 삼각별 형태로 설계돼 조명 자체가 그래픽 요소이자 브랜드 아이콘으로 작동한다.
측면에서는 불필요한 캐릭터 라인을 과감히 덜어냈다. 벤츠의 디자인 철학인 센슈얼 퓨리티Sensual Purity에 맞춰 선과 볼륨을 정제하며, 감각적인 곡면은 유지하면서도 공력 성능을 크게 개선했다. 그 결과 공기저항계수 Cd 0.21이라는 뛰어난 수치를 달성하며 디자인과 효율의 균형을 동시에 확보했다.

후면 역시 전면과 동일한 그래픽 언어를 따른다. 브랜드 로고와 라이트 시그니처를 중심으로 간결하면서도 인지성 높은 이미지를 구축해 새로운 벤츠 디자인의 방향성을 명확히 드러낸다.


콘셉트의 디자인 언어가 적극 반영될 차세대 CLA는 단순한 신차를 넘어선 의미를 지닌다. 벤츠가 전동화 시대에 어떤 얼굴을 선택했는지, 그리고 프리미엄의 가치를 어떤 방식으로 재정의하는지 가장 현실적인 형태로 보여주는 첫 번째 양산 모델이 될 예정이다.
전기 스포츠카를 대하는 태도, 포르쉐


718 EV 역시 올해 공개가 예상된다. 포르쉐의 미드십 스포츠카 라인업인 718 박스터Boxster와 카이맨Cayman의 차세대 모델로, 전동화를 중심으로 개발이 진행 중이다. 다만 당초 검토됐던 완전 전동화 전략은 일부 조정된 모습이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고성능 버전의 경우 내연기관 모델을 병행 판매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되고 있다.
전기차 수요 둔화로 완성차 업체의 전동화 전략 전반에 변화가 감지되는 가운데, 포르쉐는 고성능 전기차 분야에서 비교적 분명한 성과를 보여왔다. 타이칸을 통해 고성능 전기 세단 시장을 개척했고, 마칸Macan EV로 전기 SUV 영역까지 확장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718 EV는 포르쉐가 ‘전기 스포츠카’라는 가장 어려운 영역에 어떻게 접근하는지를 보여주는 모델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기존 718은 포르쉐 라인업 가운데서도 차체 크기와 무게, 밸런스 측면에서 가장 ‘정통 미드십 스포츠카’에 가까운 모델로 평가받아 왔다. 엔진을 차체 중심에 배치해 민첩한 응답성과 균형 잡힌 주행 성능을 구현해 온 것이 특징이다. 배터리 패키징과 중량 증가가 불가피한 전동화 환경에서 718 EV는 이러한 스포츠카의 본질이 얼마나 유지될 수 있는지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된다.


포르쉐는 이미 2021년 ‘포르쉐 미션 RPorsche Mission R’을 공개하여 전기 스포츠카의 방향성을 구체화했다. 미션 R은 약 1,000마력에 달하는 고출력 전기 레이스 콘셉트다. 엄청난 출력을 지녔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전기 파워트레인과 차체 구조를 통합하는 방식에 있다.
포르쉐는 배터리를 차체 하부 전체에 배치하는 대신, 차체 중심부에 가깝게 배치해 무게 배분과 응답성을 확보하는 방향을 택했다. 전기 모터의 즉각적인 반응 역시 단순히 빠른 것에 그치지 않고, 섀시 거동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설계됐다. 전기차 시대에도 차의 움직임이 운전자에게 예측 가능하게 전달되어야 한다는 브랜드의 의도가 담겨 있는 것이다. 미션 R은 포르쉐가 전동화 스포츠카를 어떤 방식으로 해석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718 EV는 이러한 방향성을 양산 모델로 옮겨오는 첫 시험대가 된다. 포르쉐는 전동화 시대에도 ‘운전 중심’이라는 브랜드 원칙을 유지하겠다고 지속적으로 언급해 왔으며, 718 EV는 그 원칙이 가장 직접적으로 적용되는 모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전기 스포츠카가 단순한 가속 성능을 넘어, 차체 균형과 주행 감각을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기준점 역할을 하게 된다.
718 EV의 출시는 기존 스포츠카 정체성을 전동화 환경에서 재정의하는 과정의 일부다. 미션 R과 718 EV가 시사하는 바는 포르쉐가 전기차 시대에도 스포츠카 브랜드로서의 기준을 일관되게 유지하려 한다는 점이다.
전동화에 신중한 만큼 단단하게, 렉서스


렉서스의 차세대 EV 플래그십도 올해 모습을 드러낸다. 렉서스는 2026년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전동화 전환을 추진 중인데, 새로운 플래그십은 이를 위한 첫 도약인 셈이다. 전동화 방향성은 LF-ZC, LF-ZL 콘셉트를 공개하며 분명하게 드러낸 바 있으며, 전동화 시대에도 브랜드의 핵심 가치인 ‘럭셔리 경험’을 계속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새로운 플래그십에 렉서스 최초의 전용 EV 아키텍처를 적용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두 콘셉트는 이러한 렉서스의 의지가 담긴 차량이다. 그 출발점은 차세대 BEV 전용 아키텍처와 신규 소프트웨어 플랫폼 ‘아린Arene OS’이다. 렉서스는 이번 모델을 하드웨어 중심의 자동차가 아닌 소프트웨어와 서비스가 결합된 하나의 이동 플랫폼으로 정의한다. 전용 BEV 패키징의 자유도를 최대한 활용해 실내 공간을 극대화했고, 그 결과 두 차량의 실내는 이동을 위한 공간이라기보다 고요하고 여유로운 라운지에 가깝다.

이 공간에서 렉서스가 강조하는 키워드는 여전히 ‘오모테나시おもてなし, 환대’다. 다만 콘셉트에서는 전통적인 환대 개념이 기술을 통해 한 단계 확장된다. 아린 OS를 기반으로 한 정보 통합 시스템은 운전자의 습관과 상황을 학습하고, 필요를 예측해 개인화된 이동 경험을 제공한다. 럭셔리는 더 이상 수동적으로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와 함께 진화하는 경험이 된다.
더불어 렉서스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충전과 전력 공급을 관리하며, 주차 중에는 사회 인프라의 일부로 작동하는 개념을 제시한다. 차량은 단순히 에너지를 소비하는 대상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과 도시 네트워크에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존재가 된다. 이는 렉서스가 전기차를 일상 환경과 함께 작동하는 하나의 시스템으로 확장하려는 방향성을 드러낸다.


전동화 전환에 비교적 신중한 행보를 보여왔던 렉서스는 두 콘셉트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전기차 시장에 뛰어든다. 이미 벤츠 EQS, BMW i7 등 기존 프리미엄 완성차 업체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렉서스가 자신만의 럭셔리 기준을 어떻게 증명해 낼지 주목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