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ial

G바겐은 왜 여전히 가장 힙한가

군용 차량으로 시작한 벤츠 G바겐은 40여 년이 지난 지금 브랜드를 대표하는 라인업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각진 차체와 투박한 구조를 그대로 유지한 채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부터 전동화 버전, ‘베이비 G’로 불리는 소형 전기 SUV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G바겐은 어떻게 기능 중심의 오프로더에서 문화적 아이콘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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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바겐은 왜 여전히 가장 힙한가

군용 차량으로 시작한 벤츠 G바겐은 40여 년이 지난 지금 브랜드를 대표하는 라인업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각진 차체와 투박한 구조를 그대로 유지한 채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부터 전동화 버전, ‘베이비 G’로 불리는 소형 전기 SUV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G바겐은 어떻게 기능 중심의 오프로더에서 문화적 아이콘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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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바겐은 왜 여전히 가장 힙한가

군용 차량으로 시작한 벤츠 G바겐은 40여 년이 지난 지금 브랜드를 대표하는 라인업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각진 차체와 투박한 구조를 그대로 유지한 채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부터 전동화 버전, ‘베이비 G’로 불리는 소형 전기 SUV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G바겐은 어떻게 기능 중심의 오프로더에서 문화적 아이콘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을까?

벤츠 G-클래스(이하 G바겐)는 1979년 첫 공개 이후 40여 년 넘게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벤츠의 대표 SUV다. 본래 군용 차량을 목적으로 개발됐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 브랜드를 상징하는 아이콘이자 패션과 문화 영역까지 확장한 라인업으로 자리 잡았다. 카일리 제너Kylie Jenner를 비롯한 카다시안 패밀리, 헤일리 비버Hailey Bieber, 카디 비Cardi B, 블랙핑크 로제, BTS 정국 등 많은 셀럽들의 선택을 받아 ‘셀럽들의 차’로 알려진 모델이기도 하다.

각진 차체와 투박한 비례, 편안함과는 거리가 먼 승차감에도 불구하고 G바겐은 오히려 그 불변의 성격을 무기 삼아 독보적인 위치를 구축해 왔다. 몽클레르를 비롯한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 다양한 한정 에디션이 이를 증명한다.

Mercedes-Benz G-Class ⒸMercedes-Benz
Mercedes-Benz G-Class ⒸMercedes-Benz

그렇다면 G바겐은 어떻게 군용 오프로더를 넘어 벤츠를 대표하는 문화적 아이콘이 될 수 있었을까. G바겐의 역사와 다양한 협업 사례를 통해 이 모델이 군용 차량에서 실험적인 아이콘으로 진화해 온 배경을 짚어본다.

군용 차량에서 시작해 AMG 라인업으로 확장하다

Mercedes-Benz G-Class ⒸMercedes-Benz

G바겐의 시작은 철저히 실용적이었다. 1970년대 초, 벤츠는 군용 및 특수 목적 차량을 염두에 두고 새로운 오프로더 개발에 착수했다. 오스트리아 군수업체 슈타이어-다임러-푸흐Steyr-Daimler-Puch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G바겐은 1979년 처음 공개됐으며, 당시만 해도 군과 공공기관을 주요 고객으로 삼았다. 프레임 바디와 각진 차체는 ‘튼튼함’ 그 자체를 보여주는 요소였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군용 DNA가 시간이 지나도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1980~90년대를 거치며 G바겐은 민수 시장으로 영역을 넓혔지만, 기본 구조와 실루엣은 고수했다. 대신 실내 마감과 편의 사양을 점진적으로 개선하며 ‘험로를 달릴 수 있는 벤츠’라는 독특한 포지션을 구축했다.

Mercedes-Benz G55 AMG ⒸMercedes-Benz
Mercedes-Benz G-Class 3세대 ⒸMercedes-Benz

1990년대 이후 G바겐의 성격은 또 한 번 변화했다. AMG 라인업으로 본격적으로 확장하며 실용성과 프리미엄의 경계가 흐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오프로더에 8기통 엔진을 얹고 고급 가죽과 최신 인포테인먼트를 결합한 G바겐은 점차 필요해서 사는 차가 아니라 원해서 사는 차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 시점부터 G바겐은 기능보다 이미지, 실용성보다 상징성이 더 강한 모델로 발전했다.

2018년 등장한 현행 G바겐은 이러한 변화의 정점이다. 외형은 과거와 거의 다르지 않지만, 차체와 섀시, 실내는 완전히 새로워졌다. 벤츠는 이 모델을 통해 G바겐의 정체성은 유지하되 시대가 요구하는 안전성과 편의성은 모두 끌어안는 방식을 택했다. 변하지 않는 모습 속에서 계속 진화해 온 G바겐의 역사는 이 차가 ‘지속 가능한 아이콘’으로 남을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해 준다.

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G바겐

G바겐을 정통 오프로더에서 프리미엄 SUV 이미지로 탈바꿈한 벤츠는 이에 멈추지 않고 문화적 영역으로 포지셔닝을 확장했다. 버질 아블로Virgil Abloh 및 아웃도어 브랜드 몽클레르와의 협업이 대표적 사례다.

프로젝트 게랜데바겐

Project Geländewagen ⒸMercedes-Benz

‘프로젝트 게랜데바겐Project Geländewagen’은 벤츠가 버질 아블로와 함께 진행한 프로젝트로, G바겐을 순수 예술 오브제로 재해석한 사례다. 이 프로젝트는 양산이나 파생 모델을 전제로 하지 않고 오히려 그 반대로 하나의 콘셉트이자, 디자인 실험을 주된 목적으로 기획됐다. 벤츠는 프로젝트의 목적을 “G바겐의 아이코닉한 디자인 요소를 최대한 단순화하고, 불필요한 장식을 제거함으로써 형태 자체의 본질을 드러내는 것”이라 설명한다. 버질 아블로는 G바겐을 성능이나 기능이 아닌 조형 언어와 문화적 상징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프로젝트 전반에 반영했다.

외관 디자인은 극단적 미니멀리즘을 따른다. 휠 아치와 차체 면은 하나의 덩어리처럼 매끈하게 정리했고, 차체 컬러는 단색으로 통일해 G바겐 특유의 각진 실루엣과 비례가 더욱 또렷하게 드러나도록 했다. 이는 험로 주행을 위한 도구가 아닌 형태 그 자체를 강조하기 위한 선택이다. 실내 역시 동일한 기조를 유지한다. 기존 G바겐의 편의 사양과 장식 요소는 대폭 제거했으며, 레이싱 시트와 기본적인 구조만 남겼다.

Project Geländewagen ⒸMercedes-Benz

이 프로젝트가 갖는 의미는 벤츠가 브랜드의 가장 상징적인 모델 중 하나인 G바겐을 외부 크리에이터와 함께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실험을 공식적으로 진행했다는 점이다. G바겐이 단순한 SUV를 넘어 예술·문화적 담론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준 것이다.

프로젝트 몬도 G

Project MONDO G ⒸMercedes-Benz

‘프로젝트 몬도 GProject MONDO G’는 벤츠와 몽클레르가 협업해 선보인 콘셉트 프로젝트로, G바겐을 패션과 퍼포먼스가 교차하는 오브제로 재해석했다. 이 프로젝트는 몽클레르의 아웃도어 헤리티지와 G바겐의 오프로더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결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디자인의 핵심은 ‘패딩’이라는 몽클레르의 상징적인 언어다. 차체 전반에는 몽클레르 다운 재킷에서 영감받은 볼륨감 있는 표면과 퀼팅 패턴을 적용했다. 이는 실제 기능을 위한 설계라기보다, 차량 외관을 하나의 패션 피스로 확장하려는 시도에 가깝다. 벤츠는 이를 통해 G바겐이 지닌 강인함을 유지하면서도 패션 브랜드의 조형 언어가 어떻게 자동차에 적용될 수 있는지를 실험했다.

G클래스 패스트 투 퓨처

G-Class Past II Future ⒸMercedes-Benz

‘G클래스 패스트 투 퓨처G-Class Past II Future’는 몽클레르 창립자 레모 루피니Remo Ruffini가 직접 주도한 프로젝트로, 이전 협업보다 한층 더 헤리티지와 시간성에 초점을 맞춘 콘셉트다. 이름 그대로 이 프로젝트는 G바겐의 과거Past와 미래Future를 하나의 오브제 안에 공존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디자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요소는 차량의 전·후반부를 명확히 분리한 구성이다. 전면은 클래식 G바겐의 원형을 유지한 반면 후면은 몽클레르 특유의 패딩 볼륨과 미래적인 소재를 적용해 전혀 다른 인상을 만든다. 하나의 차체 안에서 두 개의 시간대가 공존하는 구조다.

실내 역시 전통적인 형태와 감각을 유지하면서도 조형과 소재는 패션 오브제에 가깝게 그려졌다. 벤츠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G바겐이 과거 유산을 기반으로 끊임없이 재해석될 수 있는 문화적 아이콘임을 강조했다. 

G바겐의 변신은 여전히 현재 진행 중

Mercedes-Benz G 580 with EQ Technology

오랜 역사를 바탕으로 한 헤리티지와 최신 트렌드를 수용하는 유연함을 동시에 갖춘 G바겐의 변화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전동화 모델인 EQGG 580 with EQ Technology 출시에 이어 이른바 ‘베이비 G’로 불리는 소형 전기 SUV로의 확장도 예고돼 있다.

지난 40여 년간 축적된 헤리티지 위에 시대의 흐름을 영리하게 얹어온 G바겐은 이제 단순한 오프로더를 넘어 하나의 사치재이자 문화적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반세기 전 G바겐을 처음 설계한 이들은 훗날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을 상상이나 했을까. 전통적인 틀을 유지하면서도 예상을 비껴가는 의외성이야말로 G바겐의 진정한 매력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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