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와 연말은 그 자체로 마음을 들뜨게 하지만, 이 계절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건 패션 하우스의 홀리데이 캠페인이다. 이 시즌만을 기다렸다는 듯 저마다의 감각과 세계관을 선보이는 브랜드들의 이미지에서 새로운 영감과 자극을 얻는다. 패션과 꿈, 현실과 판타지가 교차하는 순간, 가장 먼저 크리스마스를 맞이한 이들은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이번 시즌에 주목해야 할 홀리데이 캠페인의 장면들을 펼쳐본다.
프라다, 익숙한 여정 속에서 펼쳐지는 마법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집으로 향하는 길, 평범한 풍경 사이로 꿈 같은 마법이 스며든다. 프라다의 홀리데이 캠페인은 크리스마스와 겨울이 지닌 전통적 이미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익숙한 여정을 판타지로 전환한다. 마야 호크Maya Hawke, 댐슨 이드리스Damson Idris, 루이스 패트리지Louis Partridge, 레티샤 라이트Letitia Wright, 리시엔Li Xian은 친구이자 가족으로서 함께 길에 나선다. 시네마틱한 감각으로 이미지를 담아내는 글렌 러치포드Geln Luchford의 연출 아래, 영화적인 풍경과 장면으로 서정적인 여정이 그려진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팅을 맡은 페르디난도 베르데리Ferdinando Verderi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보그 이탈리아>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했고, 도전적이고 독창적인 시선으로 여러 패션 브랜드와 협업을 이어왔다. 프라다와의 작업은 유럽의 일상적인 꽃집을 모티브로 했던 ‘리조트 2020’ 컬렉션을 시작으로, 이후 주요 캠페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팅을 총괄하고 있다.
2025 홀리데이 캠페인에서도 페르디난도 베르데리의 낭만적 감각, 글렌 러치포드의 영화적 시선, 그리고 미우치아 프라다Miuccia Prada와 라프 시몬스Raf Simons가 전개해 온 프라다 특유의 모던함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이야기를 완성했다.
버버리, 크리스마스의 설레는 얼굴들
버버리는 홈파티를 콘셉트로 한 홀리데이 캠페인을 공개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다니엘 리Daniel Lee는 “가족과 친구들을 위한 파티 초대장이자, 멋진 선물 아이디어가 가득한 캠페인”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인들의 사랑을 받는 코미디언 제니퍼 손더스Jennifer Saunders가 아늑한 집에서 분주하게 파티를 준비하는 동안, 초인종 소리와 함께 반가운 얼굴들이 하나둘 도착한다. 나오미 캠벨Naomi Campbel, 슈티 가츠와Ncuti Gatwa, 손흥민 등 패션, 배우, 스포츠계를 넘나들며 영국 대중의 사랑을 받는 아이콘들이 모인다. 도어벨 카메라의 구도를 차용해, 크리스마스의 설렘을 품은 순간을 가장 먼저 마주할 초인종의 시점으로 담았다.
버버리 로고 속 중세 기사가 파티에 등장하고, 체크 패턴으로 포장한 선물을 건네며 함께 캐롤을 부르는 등 클래식한 버버리와 크리스마스의 풍경을 그렸다. 버버리의 전통을 계승하며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나가는 다니엘 리의 디자인과도 맞닿은 분위기다. 영화 <셰익스피어 인 러브Shakespeare in Love>, <미스 슬로운Miss Sloane>, <민스미트 작전Operation Mincemeat>등을 연출하며 특유의 차분한 톤을 만들어 낸 존 매든John Madden 감독이 참여한 덕분에,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캠페인 영상이 완성됐다.
미우미우, 오랜 저택과 소녀의 낭만적 만남
미우미우는 홀리데이 캠페인의 배경으로 영국 시골의 엘리자베스 시대 저택을 선택했다. 브랜드가 지닌 로맨틱한 감성이 고풍스러운 공간을 만나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준다. 미우미우의 얼굴, 지지 하디드Gigi Hadid를 비롯해 데데 만스로Dede Mansro, 비올라 샤프Viola Sharp, 쥐샤오원Ju Xiaowen이 모델로 참여해 독특한 무드를 만든다.
사진과 영상은 영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포토그래퍼 안젤라 힐Angela Hill이 담당했다. 미우미우와 지난가을 스페셜 프로젝트를 통해 처음 만난 이후 두 번째 협업이다. 커리어 초기부터 10대 소녀를 중요한 피사체로 삼아 온 만큼 미우미우의 감성과 잘 어울린다.
차분한 정서와 정제된 채도 속에서 슈퍼 8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은 과거의 장면을 꺼내어 보는 듯한 향수를 자극함과 동시에 영화적 감각을 지닌다. 안젤라 힐은 이번 작업에 대해, 1975년 영화 <행잉록에서의 소풍Picnic at Hanging Rock>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1900년대 여성 기숙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의 신비롭고 아름다운 정서가 미우미우의 페미닌 감성으로 재해석되며 몽환적 풍경이 펼쳐진다.
돌체앤가바나, 1960년대를 꿈꾸는 경쾌한 럭셔리
돌체앤가바나는 1960년대 패션의 우아함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룩을 선보였다. 실버 컬러를 테마로, 클래식한 헤어와 스타일링, 자유롭게 춤을 추는 모습이 크리스마스의 축제 분위기를 자아낸다. 느릿하게 흐르는 재즈 리듬과 얼음처럼 반짝이는 배경은 꿈 같은 분위기의 럭셔리를 연출한다.
캠페인 전반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팅은 파리를 기반으로 하는 에이전시 메이비MAYBE가 담당했다. 메이비의 공동창업자인 찰스 르바이Charles Levai와 케빈 테키넬Kevin Tekinel은 현재 <W 매거진>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며, 다양한 패션 하우스와 협업 중이다.
영상을 맡은 포토그래퍼 겸 감독 고든 본 스타이너Gordon Von Steiner는 자유로움을 담은 감각적인 비주얼이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다. 올해 초 공개됐던 제니와 두아 리파Dua Lipa의 ‘샤넬 25 핸드백’ 캠페인 영상에서도 그의 감각이 돋보인다. 돌체앤가바나와는 지난해 홀리데이 캠페인을 시작으로, 올해에도 아이웨어, 향수, 홀리데이 시즌까지 협업을 이어가는 중이다. 돌체앤가바나의 세련된 감각이 고든 본 스타이너의 시선을 거쳐 경쾌하게 구현됐다.
코치, 새로운 여정을 향하는 벅찬 용기
크리스마스는 한 해의 끝자락에 있지만, 아쉬움과 후회보다는 설렘과 기대를 안고 새해를 계획하게 만든다. 코치의 2025 홀리데이 캠페인은 이런 관점에서 ‘새로운 여정을 위한 선물The Gift for New Adventure’을 주제로, 시작을 향한 용기를 전한다.
글로벌 앰버서더 엘 패닝Elle Fanning, 아이들i-del의 소연, 찰스 멜튼Charles Melton, 코우키Kōki 등 자신만의 개성과 재능을 지닌 아티스트가 함께한다. 영상은 각 인물을 중심으로 하는 별도의 에피소드로 구성됐다. 때로는 거대한, 때로는 소소한 도전을 향한 설렘과 벅참을 고스란히 전하며 다가올 한 해의 여정을 기대하게 만든다.
사진과 영상은 댄 벨리우Dan Beleiu가 담당했다. 그는 루이 비통, 로에베, 디올, 캘빈 클라인, 마이클 코어스 등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하며 특유의 생동감 넘치는 색감, 역동적인 구도를 담은 사진으로 독창적 세계를 구축해 왔다. 이번 캠페인을 통해 코치와 처음 만났으며, 최근 코치가 전개해 온 활기차고 진취적인 이미지를 그대로 담았다.
보스, 유머러스하고 귀여운 크리스마스 선물
보스가 크리스마스를 맞아 독일의 또 다른 대표 브랜드와 손잡았다. 그 파트너는 바로 세계 최초로 테디베어를 선보였다는 슈타이프Steiff. 예상 밖의 특별한 만남은 그 자체로 눈길을 끈다. 여기에 미국의 팝 스타 칼리드Khalid, 우리에게 ‘한심좌’로 익숙한 인플루언서 카비 라메Khaby Lame, 톱 모델 아멜리아 그레이Amelia Gray가 함께하며 신선한 조합을 완성했다.
영상의 배경은 테디베어 공장으로, 동화를 읽는 듯한 칼리드의 나레이션에 카비 라메와 아멜리아 그레이가 공장에 잠입하는 모습이 펼쳐진다. 테디베어 감성이 더해진 코트, 후디, 백 등과 함께 키링 등 특별한 협업 제품이 유머러스하면서도 포근한 분위기를 만든다.
디렉팅은 트레이 레어드Trey Laird가 이끄는 에이전시인 팀 레어드Team Laird가 맡았다. 2022년부터 보스와 함께하며 브랜드를 깊이 이해해 온 그는, 데이비드 베컴David Beckham이 참여했던 지난 캠페인과는 전혀 다른 비주얼을 선보였다. 다채로운 콘셉트를 자유롭게 소화하며 브랜드와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덕분에 다음 작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