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면 너머로 느끼는 가상의 유대감 ‘파라소셜’
케임브리지 사전은 실제로 만나본 적 없는 유명인, 인플루언서, AI 챗봇에게 유대감과 친밀함을 느끼는 일방적 관계를 지칭하는 ‘파라소셜parasocial’을 2025년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다. 파라소셜은 1956년, 시카고대학교의 사회학자 도널드 호턴Donald Horton과 리처드 월Richard Wohl이 처음 제안한 용어로, 당시 TV 시청자가 방송인에게 느끼는 일종의 연결감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됐다.
특히 주목할 점은 파라소셜 관계의 대상이 사람에서 AI 챗봇까지 확장됐다는 사실이다. 챗 GPT 같은 AI에게 상담하듯 고민을 이야기하나 비밀을 털어놓는 등 현실의 관계보다 더 깊은 친밀감을 느끼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케임브리지 사전은 대표적인 사례로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와 미식축구 선수 트래비스 켈시Travis Kelce의 약혼 소식에 팬들이 크게 감정 이입했던 반응을 언급했다. 사전의 수석 편집자 콜린 매킨토시Colin McIntosh는 최근 케임브리지 사전 웹사이트에서 해당 단어의 검색량이 급증했다며, 기술·사회·문화가 재편되면서 파라소셜 현상에 관한 언어 역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분노 버튼을 누르는 ‘레이지 베이트’
옥스퍼드 사전을 발행하는 옥스퍼드대학교 출판부는 올해의 단어로 ‘레이지 베이트rage bait’를 선정했다. ‘분노rage’와 미끼bait’의 합성어로, 온라인에서 이용자의 참여를 늘리기 위해 분노를 자극하는 콘텐츠를 가리키는 말이다. 낚시하듯 클릭을 유도하는 ‘클릭 베이트click bait’와 비슷하지만, 보다 구체적으로 ‘분노’에 초점을 둔 것이 특징이다.
출판부에 따르면 지난 12개월간 레이지 베이트의 단어 사용량은 3배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불안과 온라인 규제 관련 뉴스가 늘어난 영향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단어는 2002년 온라인 커뮤니티 유즈넷Usenet에서 처음 등장했는데, 이후 ‘바이럴’을 뜻하는 온라인 속어로 발전했고, 의도적으로 짜증과 분노를 유발하고 분열을 조장하는 콘텐츠를 칭하는 말로 자리 잡았다.
옥스퍼드 언어학회 회장 캐스퍼 그라스월Casper Grathwohl은 “인터넷은 이제 우리의 감정과 반응을 장악하고 조종하는 방향으로 변화했다”며, “분노가 참여를 이끌고 알고리즘이 이를 증폭시키면서, 우리는 끊임없이 자극에 노출돼 정신적 소진을 겪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