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자극과 긴장에서 벗어나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정화’의 방식으로 사우나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사우나의 역사는 핀란드에서 시작됐다. 이후 북유럽 전반으로 확산되며, 사우나는 특별한 휴식이 아닌 일상적인 스파 문화로 자리 잡았다. 특히 물 위에 떠 있는 플로팅 사우나Floating Sauna는 호수와 바다를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 온 북유럽 사람들에게 가장 자연스러운 형태의 사우나이기에 ‘플로팅 사우나’라는 단어가 새삼스러울 정도. 이들에게 사우나로 몸을 충분히 데운 뒤 곧바로 차가운 호수나 바다로 몸을 담그는 행위는 자연과 리듬을 맞추는 하나의 의식에 가깝다.
최근 몸의 긴장을 완화하는 방법으로 콜드 플런지Cold Plunge가 주목받고 있다. 뜨거운 증기로 몸을 데운 뒤 곧바로 차가운 물에 들어가는 이 방식은 극적인 온도 대비를 통해 신체와 정신을 동시에 깨운다. 감각은 자연스럽게 현재에 집중되고, 짧지만 선명한 각성의 순간이 찾아온다. 고요한 수면 위, 자연과 자신만이 남는 이 시간은 가장 호화로운 휴식을 선사한다.
발트해를 바라보며 즐기는 해방감, 핀란드 뢰일리


핀란드에서 사우나는 단순한 공간 이상의 의미다. 인구 약 560만 명의 나라에 300만 개 이상의 사우나가 있다고 하니, 대부분의 가정이 개인 사우나를 갖추고 있는 셈이다. 사우나는 몸과 마음을 돌보는 일상의 웰니스로써 핀란드 문화의 정체성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우나에서 발생한 뜨거운 증기’를 뜻하는 단어에서 이름을 따온 ‘뢰일리Löyly’는 헬싱키를 대표하는 사우나로, 발트해와 맞닿은 야외 공간을 품고 있다.


뢰일리는 현대로 넘어오면서 개인화되었던 핀란드 사우나 문화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공 사우나로 되살렸다. 또한 수력· 풍력·태양열 등 친환경 에너지원을 사용하고, 버려지는 목재를 재활용해 설계한 지속가능성을 강조했는데, 이는 핀란드 고유의 문화와 정신을 반영하고자 했던 건축 스튜디오 아반토 아키텍쳐Avanto Architects의 의도가 그대로 구현된 부분이다. 덕분에 〈타임Time〉 ‘2018 세계 100대 명소’로 선정되며 헬싱키의 3대 사우나 중 한 곳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최대 10명까지 이용 가능한 프라이빗 사우나룸과 요가, 명상 등 다양한 웰니스 프로그램이 마련돼 개인의 취향과 필요에 따라 선택하기 좋다. 야외 테라스와 해안가 공원 산책로는 사우나 이용객이 아니어도 누구나 자유롭게 방문이 가능해, 잠시 머무는 여행객 역시 북유럽 특유의 여유로운 쉼을 경험할 수 있다. 로컬과 여행객 모두에게 꾸준히 사랑받으며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한 뢰일리는 핀란드 전통 사우나 문화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현하고, 지역적·문화적 가치를 동시에 담아낸다.
산과 호수에 안긴 금빛 여유, 노르웨이 소리아 모리아


노르웨이 오슬로 남서쪽, 소도시 달렌Dalen의 깊은 산 속 반닥Bandak 호수 위에 황금빛으로 빛나는 특별한 사우나가 자리한다. 노르웨이 고전 설화에서 미래를 향한 희망과 행복을 상징하는 황금 궁전 ‘소리아 모리아Soria Moria’에서 이름을 딴 이곳은 자연의 빛에 따라 얼굴을 달리하며 다채로운 색으로 변화한다. 고요한 숲속에서 눈길을 끄는 황금빛 건물이지만 이곳을 둘러싼 산의 선을 이어 그린 듯한 지붕 구조가 이질감을 덜어낸다. 노르웨이 건축가 데이비드 피쇼가운드David Fjågesund가 프로젝트를 리드했는데, 주변 풍경은 물론 지역성을 반영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전통 목조 건축 기법을 활용한 점도 특징이다. 증기를 이용하는 전통 사우나 방식의 프리미엄 사우나 브랜드 하르비아Harvia의 시스템을 적용했다.



소리아 모리아는 텔레마르크Telemark 운하가 가진 가치를 새롭게 발굴하기 위한 관광·문화 프로젝트 ‘테일즈 오브 워터웨이Tales of the Waterway’의 일환으로 설립됐다. 이를 위해 달렌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달렌 호텔Dalen Hotel이 뜻을 모았다. 시설 운영은 호텔이 담당하며, 숙박객이 아닌 방문객들도 누구나 자유롭게 사우나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호텔과 소리아 모리아는 반닥 호수를 둘러싼 산책로로 이어져 있어, 풍경을 감상하며 걷다 보면 5분 내로 발걸음이 닿는다.
19세기 말에 지어진 달렌 호텔은 유럽 귀족이 휴양지로 즐겨 찾던 곳으로, 노르웨이에서 손꼽히는 중요한 목조 건축물 중 하나다. 호텔은 반닥 호수의 자연을 가까이에서 마주할 수 있는 유람선, 100년 이상 세심하게 가꿔진 정원의 조경 등을 갖추고 있으니 이곳에 머무르며 달렌의 시간을 느껴봐도 좋겠다. 소리아 모리아는 자연 속에 몰입한 북유럽 사우나를 이곳이 가진 역사와 이야기로 풀어내면서 자연과 하나가 되는 경험을 제공한다. 하이킹 코스 끝자락에 위치해 여독을 풀며 쉬어가도 좋고, 노르웨이의 숲이 만드는 침묵에 집중하기 좋은 곳이다.
북극에서 즐기는 웰니스 리조트, 스웨덴 악틱 배스


스웨덴 북부에서 흘러 내려오는 룰레Lule강의 풍경 속에 럭셔리 선상 호텔이 있다. 라플란드Lappland 지역에 위치한 악틱 배스Arctic Bath는 북극권의 설경과 얼어붙은 강 위에서 머무는 특별한 숙박을 제공하는 스파 리조트다. 겨울철이면 눈과 얼음이 만들어내는 그림 같은 풍경 속에서 몸과 마음, 지역의 문화에 집중하는 웰니스가 펼쳐진다.


마치 나무가 자라나는 듯한 모양의 원형 구조물은 스웨덴 건축가 베르틸 하르스트룀Bertil Harström과 요한 카우피Johan Kauppi가 설계했다. 룰레강을 따라 통나무를 운송하던 지역적 역사를 건축물에 담은 것이 특징. 구조물 중앙에는 룰레강으로 바로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는데, 이곳을 사우나룸과 스파룸이 둘러싸고 있는 구조다. 북극의 강렬한 냉기가 뜨거운 사우나의 공기와 강렬하게 맞부딪히며 건강한 자극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악틱 배스는 지역 고유의 문화를 결합한 체험을 제안한다. 시설 내에서 여유롭게 즐기는 스파, 요가, 명상 등 웰니스 프로그램 외에도 현지 원주민 부족인 사미Sámi*의 문화와 연계해 썰매, 낚시, 전통 채집 등 액티비티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요리 또한 로컬 식재료를 활용하고, 사미 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특색을 담아 선보인다. 무엇보다 이곳의 매력은 오로라에 있다. 특히 올해는 오로라가 대장관을 이루는 ‘태양 극대기’라고 하니, 이곳에서 만나게 될 스칸디나비안 풍경에 더욱 설렌다.
*사미(Sámi):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북부의 북극권 지역에서 순록을 목축하는 유목민 부족.
북유럽에서 사우나는 단순히 땀을 흘리는 것이 아닌 몸과 마음의 리듬을 섬세하게 다듬는 의식이다. 자연이 만들어내는 흐름 속에서 호흡하며 순간에 집중하는 시간은 새로운 감각의 세계를 안내한다. 북유럽의 플로팅 사우나가 선사하는 프리미엄 웰니스는 자연과 개인을 연결하며 삶을 돌보는 방식을 다시금 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