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ial

평온한 주말을 닮은, 후암동 카페 로헬그

때론 강렬한 인상보다는 부드러운 분위기에 더욱 끌릴 때가 있다. 후암동 뒷골목에 자리한 카페 로헬그는 번잡함에서 한 걸음 떨어져 주변 상권과 사뭇 다른 인사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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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한 주말을 닮은, 후암동 카페 로헬그

때론 강렬한 인상보다는 부드러운 분위기에 더욱 끌릴 때가 있다. 후암동 뒷골목에 자리한 카페 로헬그는 번잡함에서 한 걸음 떨어져 주변 상권과 사뭇 다른 인사를 건넨다.

Editorial

평온한 주말을 닮은, 후암동 카페 로헬그

때론 강렬한 인상보다는 부드러운 분위기에 더욱 끌릴 때가 있다. 후암동 뒷골목에 자리한 카페 로헬그는 번잡함에서 한 걸음 떨어져 주변 상권과 사뭇 다른 인사를 건넨다.

한적한 후암동 골목 사이, 편안한 분위기를 담은 카페 로헬그

숙대입구역과 서울역 사이, 후암동 깊숙한 골목 안에 카페 로헬그가 새로이 문을 열었다. 역에 내려 로헬그를 찾아가다 보면 어느새 도심의 소음은 잦아들고 한적함이 채워짐을 느낄 수 있다. 약 10분 정도 걸었을까. 마치 오래전부터 이 자리에 있었던 마냥, 후암동 날것의 분위기 속 자연스레 녹아든 모습의 공간이 나타난다. 이곳은 문래를 시작으로 현재 용산지점까지 확장된 로스터리 카페 ‘폰트커피’의 매니저로 오랜 시간 근무했던 강영석 대표가 문을 열었다. 자신만의 속도와 밀도를 베이스로, 특별한 공간보다는 계속해서 찾게 되는 곳을 꿈꾸며 완성했다.

‘평온한 주말’을 완성하는 마침표

오전 10시, 로헬그 전면의 통창으로 빛이 깊숙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노르웨이어에서 이름을 따온 만큼 ‘안녕’을 뜻하는 친근한 표현의 노르웨이어 ‘hei’로 맞이하는 입구

— ‘로헬그.’라는 이름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로헬그Rohelg는 노르웨이어로 ‘평온Ro’과 ‘주말 Helg’을 뜻하는 단어를 조합했어요. 모두가 수많은 일과 관계 속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보낼 주말을 기다리잖아요. 저에게도 평온한 주말은 그 자체로 온전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시간이거든요.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주말의 평온함’을 닮은 공간을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로헬그를 처음 시작했어요. 이름의 끝에 붙은 마침표는 이곳에서 일상의 번잡함을 잠시 멈추고 쉼을 얻기를 바란다는 의미를 담았어요.

— 로헬그가 들어설 동네를 물색하실 때, 후암동이 최종 선정된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까요?

아무래도 제가 폰트 커피 용산점에 오랜 시간 근무했었기 때문에, 용산구 안에서 새로운 공간을 찾고 싶었어요. 낯선 곳에 자리를 잡으면 괜히 더 불안할 것 같기도 했고요. 용산구 중에서도 후암동은 서울의 빠른 속도에 휩쓸리지 않는 고유한 결이 남아있고, 시간이 천천히 스며든 동네라는 점이 좋더라고요. 골목 사이를 겹겹이 채운 주택들 틈에서, 로헬그가 지향하는 머무름의 미학이 가장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 매장 전면의 통창을 통해 햇빛이 엄청 잘 들어와요. 대표님이 이 공간에서 가장 좋아하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아마도 제 공간에 머무는 분들이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며 고요해지는 평온의 찰나가 아닐까 싶어요. 머무는 이의 평온한 상태가 공간과 어우러질 때, 비로소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완성되거든요. 또 카페 마감 후 저녁에 홀로 남아 있을 때면 조명이 만들어낸 그림자가 고요함을 더하는데, 그때 저 또한 저만의 평온한 주말을 마주하곤 하고요.

나만의 속도와 밀도로 완성한 공간

6개의 테이블로 채워진 로헬그의 내부, 자작나무로 만든 가구에 스미는 빛이 따뜻한 분위기를 완성한다

— 폰트커피에서 긴 시간 근무하다가, 독립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었을까요?

폰트커피에서의 시간은 커피라는 매개체를 넘어, 공간이 기억에 어떤 방식으로 스며드는지를 가까이에서 배운 소중한 경험이었어요. 같은 커피를 마시더라도 어떤 공간에서 어떤 온도로 머물렀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정서적 밀도를 남긴다는 것을 느꼈고요. 독립은 저만의 속도로 그 밀도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자연스러운 마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속도에 맞추는 것이 아닌 제가 지향하는 평온을 온전히 담아낼 공간을 만들고자 했어요. 언제든 평온한 주말이 필요한 분들이 머무를 수 있는 곳으로 오래도록 문을 열어두고 싶어요.

— 카페의 대표이자 바리스타로서, 공간을 운영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궁금해요.

‘지속 가능한 머무름’인 것 같아요. 공간을 지키는 사람에도 지치지 않는 일관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방문하는 분들에게 진정성이 전해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인데요. 과하게 힘을 주어 무언가를 증명하거나 보여주기보다, 눈에 보이는 형태를 넘어 머무르는 상태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일관성 있는 속도를 지켜나가려고 합니다.

오래 머물고 싶은 공간이 되기까지

— 로헬그에 들어서자마자 카운터 바가 가장 먼저 눈에 띄고, 여백을 채우는 난로와 주전자는 따뜻한 분위기를 더합니다. 공간 속 요소들은 어떻게 선택하셨나요?

자작나무 소재가 마음 편히 머무를 수 있는 바탕을 만들고, 그 안에서 커피를 내리는 움직임이 창밖의 풍경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지길 바랐습니다. 난로와 주전자는 겨울의 추위를 녹이기 위한 실용적인 목적으로 들였는데요. 시간이 흐르며 뜻하지 않게 심리적 온도를 보듬어 주는 소중한 오브제가 된 것 같아요. 음악 또한 공간의 여백을 침범하지 않고, 공기의 일부처럼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선곡에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고 있어요.

— 이러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공간 배치와 디자인은 어떻게 의도했나요?

가장 먼저 고민한 건 ‘공간을 통해 ‘무엇을 남길 것인가’였어요. 우선, 자작나무의 부드러운 결을 살린 가구와 기물들로 시각적 피로도를 낮춰 마음 편히 머무를 수 있는 바탕을 만드는 작업을 먼저 했어요. 또 공간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미니멀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오직 나무, 스테인리스, 블랙으로만 채웠고요. 오래 머물고 싶게 만드는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신경 썼습니다. 계절과 시간에 따라 깊이를 달리하는 빛의 농도, 공간의 여백을 침범하지 않고 낮게 흐르는 음악의 조화를 생각했어요. 머무는 이의 감각 속에 은은하게 스며드는 무형의 요소들이 켜켜이 쌓여 로헬그를 이루는 거죠.

커피를 다 마신 뒤에 마주하게 되는 문구 ‘Stay a Little Longer’는 조금 더 머물러도 괜찮다는 다정함을 건넨다

— 따뜻한 커피를 다 마시면 나타나는 ‘Stay a Little Longer’라는 문구가 참 위트 있다고 느꼈어요.

커피를 다 마시면 자리를 일어나야 할 것 같은 부담을 느끼실 분들에게 ‘조금 더 머물러도 괜찮아요’라고 나지막한 마음을 건네고 싶었어요. 머그잔 겉면의 로고로 존재를 드러내기보다 머무는 동안 천천히 발견되도록 로헬그만의 속도를 녹인 요소예요.

깔끔한 밸런스의 카푸치노와 달콤함을 더해주는 시나몬 피낭시에, 초코 피낭시에

— 메뉴를 보면 카페가 지향하는 바를 대충 짐작할 수 있잖아요. 로헬그의 메뉴 구성은 커피와 피낭시에, 단출한 구성이에요.

처음에 시그니처 메뉴를 만들어야 할지 고민했었는데요. 특별한 메뉴나 맛이 강조되기보다는, 공간과 메뉴가 조화를 이루는 곳으로 완성해야겠다는 생각이 점점 선명해지더라고요. 고민 끝에 창의적인 시그니처 메뉴보다 커피의 본질에 더 집중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죠. 커피는 방문하신 분의 기분에 따라 선택해 보시길 권하고 싶어요. 같은 메뉴라도 머무는 순간의 온도나 마주하는 상태에 따라 전혀 다른 인상을 남기기도 하니까요. 오늘의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메뉴를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각자의 시그니처가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또, 피낭시에는 단정한 디저트라고 생각했어요. 작지만 밀도가 높고, 커피의 섬세한 향을 가리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니까요. 시나몬 피낭시에는 향이 또렷해 산미가 정제된 커피와 만났을 때 특유의 포근함이 풍성하게 살아나고, 초코 피낭시에는 바디감이 안정적이고 고소함이 중심이 되는 커피와 만났을 때 초콜릿의 밀도와 커피의 단맛이 천천히 균형을 이룹니다.

필터커피는 원두 생산자까지 투명하게 공개되는 커피 카드와 함께 서빙된다

— 앞으로 로헬그에서 어떤 의미를 쌓아가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강렬한 인상을 남겨 단번에 각인되는 공간보다 일상의 소음 속에서 문득, 이상하리만큼 한 번 더 떠오르는 공간이 되고 싶어요. 로헬그만의 속도로 머무름의 시간을 단단히 쌓아가려고요. 언제든 돌아와 쉴 수 있는 ‘평온한 주말’ 같은 위로가 되기를,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나아갈 여백을 얻는 단단한 쉼으로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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