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채널로 데뷔해 하이틴 드라마, 뮤지컬·SF 영화까지 다채로운 필모그래미를 쌓아온 젠데이아Zendaya. 장르를 넘어 저예산 인디 필름부터 블록버스터 프랜차이즈까지 규모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캐릭터로 필모그래피를 채워왔다. 이미 여러 대표작을 남겼지만 전성기는 이제 막 시작된 듯 보인다. 1996년생 젠데이아는 20대의 막을 내리며 2026년에만 무려 다섯 편의 작품 공개를 앞두고 있으니 말이다.
예고만큼이나 드라마틱한 로맨스, 영화 <더 드라마>


지난해 12월, 미국 <보스턴 글로브> 실제 신문에 익숙한 두 얼굴의 약혼 소식을 알리는 광고가 게재됐다. 로버트 패틴슨Robert Pattinson에게 안긴 채 프로포즈 링을 자랑하는 젠데이아였던 것. 이는 영화 <더 드라마>의 홍보를 위해 가짜 약혼 발표 기사를 게재한 바이럴 마케팅 캠페인이었다. 커플 사진 아래에 붙은 내용은 이렇다. ‘루이지애나 출신 하워드 부부의 딸 엠마 하워드, 런던 출신 찰리 톰슨의 약혼 소식을 전합니다. 군인으로 복무했던 하워드 씨는 이 기쁜 소식을 자랑스럽게 알렸습니다. (중략) 커플은 2026년 4월 3일 결혼식을 올릴 예정입니다.’
이 마케팅은 영화 티저 공개 시점과 동시에 진행되어 전세계에 홍보 효과를 톡톡히 봤다. 실제 신문 지면에 두 사람의 다정한 사진이 실리면서 로버트 패틴슨과 젠데이아가 그릴 ‘현실 멜로’는 어떤 모습일지 사람들의 관심이 폭발적이었다. 특히 장르적 색채가 강한 캐릭터를 주로 연기해 온 젠데이아가 선보이는 현실적인 로맨틱 코미디라는 점에서 호기심을 자극한다.
젠데이아는 보스턴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뒤 서점에서 일하는 ‘엠마 하워드’를 연기하고, 로버트 패틴슨이 맡은 ‘찰리 톰슨’은 케임브리지 아트 뮤지엄의 디렉터다. 공개된 티저 속 웨딩 촬영 장면에서 두 사람은 결혼을 앞둔 커플로 보이지 않을 만큼 어색한 공기가 가득하다. 전작들에서 세심한 감정 연기가 호평을 받았던 두 배우의 만남인 만큼, 행복했던 과거와 불편한 현재 사이의 미묘한 감정 연기가 기대된다. <더 드라마>는 2026년 젠데이아의 해를 알리는 신호탄이 될 예정이다.
DATE. 4월 3일 미국 개봉 예정
성장이라는 챕터의 마무리, 드라마 <유포리아> 시즌 3

<유포리아>는 막강한 화제성으로 HBO MAX가 초기에 굳건히 자리 잡게 만든 작품 중 하나다. 시즌 2 방영 당시에는 <왕좌의 게임>에 이어 HBO 역대 최다 시청 드라마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마지막 시즌을 향한 여정은 제작 지연과 취소 등 우여곡절을 겪으며 순탄치 않았지만, 이를 딛고 다가오는 4월 드디어 공개를 앞두고 있다.
젠데이아를 ‘디즈니 채널 스타’, ‘히어로 무비 스타’라는 그림자를 벗고 독창적인 연기를 선보이는 성인 배우로 우뚝 서게 만든 작품은 단연 <유포리아>다. ‘황홀한 행복’을 뜻하는 드라마 제목과는 달리 중독과 불안에 휩싸인 어두운 청춘을 파고든다. 젠데이아는 마약 중독에 시달리며 트라우마, 불안 등 정신 건강 문제를 겪는 ‘루’를 입체적으로 그려냈고, 마침내 연기력을 인정받아 첫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2020년 시즌 1으로 에미상Emmy Awards 드라마 시리즈 부문 최연소 여우주연상을, 2022년 시즌 2를 통해서 다시 한 번 같은 상을 거머쥐며 흑인 여성 배우로서 최초 2회 수상이라는 기록까지 세웠다. 과연 대망의 엔딩을 장식할 시즌 3에서는 어떤 성과를 보여줄까.
4월 12일 공개될 시즌 3는 시즌 2로부터 5년 후를 배경으로 한다. 샘 레빈슨Sam Levinson 감독은 영화 <세인트 엘모의 열정>를 연상시키는 청춘의 성장물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여전히 마약과 빚에 시달리고, 멕시코의 사막 한가운데에서 트럭을 타고 있는 루의 스틸컷이 공개되기도 했다. 젠데이아를 성인 배우로 확고히 자리 잡게 만든 시리즈가 막을 내린다는 점에서, 배우로서 성장사의 한 챕터를 마무리하는 작품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DATE. 4월 12일 HBO 공개 예정
대서사시 속 여신 ‘아테나’, 영화 <오디세이>

전 세계가 기다리는 블록버스터에서도 젠데이아를 만날 수 있다. 바로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 감독의 신작 <오디세이>다. 맷 데이먼Matt Damon, 앤 해서웨이Anne Hathaway, 톰 홀랜드Tom Holland, 샤를리즈 테론Charlize Theron, 로버트 패틴슨 등 초호화 캐스팅으로 제작 초기부터 화제가 된 작품이다. 놀란 감독의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는 아이맥스 카메라는 이번 작품에서도 빛을 발한다. 상업영화 최초로 전체 분량을 아이맥스로 촬영했는데, 이를 위해 새로운 카메라 기술을 개발했을 정도다.
젠데이아는 <오디세이>를 통해 처음으로 고전 시대극에 도전한다. 원작에서 오디세우스의 수호신이자 조력자로 등장하는 지혜와 전쟁의 여신 ‘아테나’를 재해석한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극의 내용이나 캐릭터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신화 속 여신을 연상시키는 흰색 의상을 입은 장면이 공개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영화는 트로이 전쟁 승리 후 고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오디세우스가 겪는 10년간의 대장정을 그린다. 맷 데이먼의 오디세우스가 앤 해서웨이의 페넬로페를 만나기까지, 그 과정 곳곳에서 젠데이아는 지혜의 여신으로서 주인공을 이끄는 조력자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연말 공개된 첫 번째 공식 예고편은 유튜브에서 ‘영화 인기 급상승 차트’ 순위권에 오르는 등 거장 감독과 거대한 스케일, 화려한 캐스팅으로 올여름 가장 주목해야 할 영화 중 한 편으로 손꼽힌다.
DATE. 7월 15일 한국 개봉 예정
캐릭터와 배우가 함께 변화해 온, 영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젠데이아와 톰 홀랜드를 단숨에 글로벌 스타이자 실제 커플로 만든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네 번째 영화로 돌아온다. 지난해 초 약혼 소식을 전한 이후 처음 공개되는 속편이기에 영화 안팎의 이야기가 겹쳐지며 관심이 뜨겁다. 오랜 시간 이어진 시리즈는 이제 히어로 프랜차이즈를 뛰어넘어 성장을 다루는 서사로 평가받는다. 이번 영화에서는 새로운 전환을 맞을 예정이다. 지난 편의 엔딩에서 ‘피터 파커’는 멀티버스의 균열을 깨고 스파이더맨의 정체성을 지우는 선택을 감행했다. 그 선택이 ‘MJ’와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이번 편의 중요한 관람 포인트다.

젠데이아의 MJ(미셸 존스-왓슨Michelle Jones-Watson)는 코믹스 원작과 이전 시리즈의 MJ(메리 제이 왓슨Mary Jane Watson)와 완전히 다른 캐릭터다. 기존의 MJ가 전통적인 ‘히어로의 여자 친구’ 역할을 수행했다면, 젠데아이의 MJ는 털털하면서도 중성적인 매력으로 차별화된 모습이다. 아웃사이더, 너드, 냉소적인 태도를 가진 MJ는 새로운 히로인 캐릭터의 모델을 제시했다. 주인공 피터 파커의 캐릭터 형성에도 능동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여자 친구 이상의 파트너로서 서사를 쌓았다. 초기에는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지만, 히어로 서사를 새로운 깊이로 확장하며 이제는 젠데이아만의 캐릭터로 확고하게 자리했다. 다가올 작품에서도 이야기의 전환과 함께 인물 간 관계성을 주축으로, 히어로 영화의 색다른 방향성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DATE. 7월 31일 미국 개봉 예정
2026년 대장정의 마무리, 영화 <듄: 파트 3>

드니 빌뇌브Denis Villeneuve 감독의 <듄> 시리즈가 대단원의 막을 내리며 올 연말 극장가를 장식할 예정이다. 할리우드에서 가장 주목 받는 20대 남녀 배우, 티모시 샬라메Timothée Chalamet와 젠데이아의 만남, SF 장르의 바이블로 여겨지는 원작의 리메이크로 연일 화제와 흥행의 중심을 차지해 온 시리즈다.
젠데이아는 예언된 구원자의 존재를 부정하는 프레멘 부족의 전사 ‘챠니’를 소화했다. 시리즈의 1편이었던 <듄>에서 10분 남짓한 등장만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듄: 파트 2>에서는 티모시 샬라메가 맡은 ‘폴 아트레이데스’를 프레멘의 전사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도우며 그와 사랑에 빠지는 모습을 그렸다. 주인공의 멘토이자 파트너로서 존재감을 각인시키며 이야기의 한 축을 담당했고, 전작들과는 또 다른 무게감을 보이며 사랑과 신념 사이에서 갈등하는 고뇌를 섬세하게 연기했다.

<듄: 파트 3>에서 폴 아트레이데스는 황제의 자리에 오르고, 플로렌스 퓨Florence Pugh가 연기한 아룰란 공주와 결혼한다. 원작의 챠니는 배신감을 느끼면서도 폴과 함께했던 것과 달리, 빌뇌브 감독과 젠데이아가 그리는 챠니는 새로운 전개를 이어나갈 것이라는 예측이 더해지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외에 캐스팅 라인업도 흥미를 자극한다. <파트 1>에 등장했던 제이슨 모모아Jason Momoa의 ‘덩컨 아이다호’가 돌아오고, 로버트 패틴슨이 빌런 ‘사이테일’로 합류하는 등 한층 확장된 세계관이 펼쳐진다.
영화 <라라랜드>, <바빌론> 등 감각적인 색채가 두드러지는 영화들에 참여했던 촬영감독 라이너스 산드그렌Linus Sandgren이 합류하면서 전작들과는 다른 매력을 가진 비주얼을 기대해봐도 좋겠다. 드니 빌뇌브 감독은 마지막 편에 대해 전작들의 속편이 아닌, <파트 3>만으로 독립적인 작품으로 느껴질 것이라 언급한 바 있는 만큼 연출과 서사 모두 관객들의 기대가 높다.
국내 흥행 부진의 요소로 꼽히는 SF 블록버스터임에도 불구하고 서사적 몰입과 프로덕션의 완성도, 영상미로 큰 인기를 끌며 ‘듄친자(듄에 미친 자)’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을 정도로 국내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지난 속편 개봉 당시 감독과 배우가 내한해 뜨거운 인기를 증명하기도 했다. 개봉일은 12월 18일로 예정되어 있는데, 같은 날 <어벤져스: 둠스데이>가 개봉 소식을 알리며 정면 승부에 도전했다. 네티즌들은 과연 워너 브라더스가 개봉일을 변경할 것인지 궁금해하는 가운데, 두 시리즈 모두 한국은 물론 전 세계 관객의 큰 사랑을 받는 만큼, 박스오피스 경쟁을 지켜보는 일도 영화 밖의 재미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DATE. 12월 18일 미국 개봉 예정
지금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연기 스펙트럼을 확장해 온 젠데이아. 2026년은 어느새 20대 후반에 접어든 그가 지금까지 쌓아온 필모그래피의 영역을 또 한 번 넓히는 해가 될 전망이다. 현실 멜로 <더 드라마>, 신화적 변신을 예고한 <오디세이>, <유포리아>의 마지막 시즌,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전환점, 그리고 <듄>의 SF 전사까지. 극명하게 다른 작품들 속에서 보여줄 얼굴들은 각각 뚜렷한 매력을 가졌다. 지금까지 배우 젠데이아의 여정은 화제성과 연기력을 증명해 온 과정이었다면 2026년은 대체할 수 없는 배우로 거듭나는 ‘젠데이아의 해’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