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ial

로마의 찬란함을 조각하는 연금술사, 불가리

불가리의 역사는 고대 로마의 건축적 웅장함과 지중해의 색채를 현대적인 관능미로 치환해 온 140년의 투쟁이자 기록이다. 불가리가 정의하는 정교한 장식을 넘어, 착용하는 이에게 부여하는 생명력으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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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찬란함을 조각하는 연금술사, 불가리

불가리의 역사는 고대 로마의 건축적 웅장함과 지중해의 색채를 현대적인 관능미로 치환해 온 140년의 투쟁이자 기록이다. 불가리가 정의하는 정교한 장식을 넘어, 착용하는 이에게 부여하는 생명력으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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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찬란함을 조각하는 연금술사, 불가리

불가리의 역사는 고대 로마의 건축적 웅장함과 지중해의 색채를 현대적인 관능미로 치환해 온 140년의 투쟁이자 기록이다. 불가리가 정의하는 정교한 장식을 넘어, 착용하는 이에게 부여하는 생명력으로 완성된다.

주얼리의 세계에서 누군가는 전통을 보존하는 데 머물고, 누군가는 그 전통을 파괴하며 새로운 질서를 만든다. 불가리Bulgari는 명백히 후자에 속한다. 이들이 빚어낸 실루엣은 단순히 보석의 나열이 아니라, 여성이 자신의 당당함을 드러내는 하나의 갑옷이자 가장 화려한 언어였다. 지난 1세기, 넘는 시간 동안 불가리가 걸어온 길을 따라가며, 왜 우리가 여전히 이 로마의 거장에게 매료되는지 그가 구축한 미학의 궤적을 따라가 보았다.

로마에서 시작된 유산

1884년 로마에 첫 불가리 매장을 연 소티리오 불가리 ⒸBVLGARI 

불가리의 뿌리는 은세공 명장 ‘소티리오 불가리Sotirio Bulgari’로부터 시작된다. 1884년 로마 시스티나 거리 85번지에 첫 매장을 연 그는 그리스에서 습득한 특유의 정교한 세공 기술을 바탕으로 로마의 웅장한 기운을 작품에 투영하기 시작했다. 당시 파리 중심의 가녀린 주얼리가 주류를 이룰 때, 불가리는 로마의 건축물을 닮은 볼륨감과 기하학적인 구조에 집중했다. 초창기 그가 탄생시킨 작품들은 은을 달구고 형태를 만든 뒤, 정과 망치로 문양을 새기는 수작업인 ‘은세공’과 ‘고전적 문양’에서 출발했지만, 곧 그만의 정체성이 형성되기 시작한다. 하이 주얼리의 전형적인 틀을 깨고, 로마라는 도시의 정체성을 보석이라는 매개체로 구체화하려는 대담한 시도가 있었기 때문. 특히 로마의 건축과 모자이크에서 영감받은 대담한 형태와 색채는 불가리를 단숨에 독보적인 존재로 끌어올렸다.   

컬러와 볼륨, 대담함의 미학

1910년 선보였던 불가리 최초의 캠페인 ⒸBVLGARI 
젬스톤을 적극적으로 사용한 불가리 브레이슬릿 ⒸBVLGARI 

20세기에 들어서며 불가리는 결정적인 전환점을 맞이한다. 다이아몬드 중심의 전통적인 주얼리에서 벗어나 에메랄드, 사파이어, 루비 등 색이 있는 천연 보석인 ‘컬러 젬스톤Colour Gemstone을 과감하게 조합하기 시작했던 것. 이 시기의 불가리는 ‘조화’보다 ‘대비’를 선택했다. 서로 다른 색과 형태를 충돌시키며 만들어낸 강렬한 비주얼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시도였다. 그러나 바로 그 지점에서 불가리의 아이덴티티가 완성되었다. 특히 보석을 둥글게 깎아내는 ‘카보숑 컷Cabochon Cut’을 하이 주얼리에 도입한 것은 혁명적이었다. 이는 원석 본연의 광택과 볼륨을 극대화하며, 주얼리를 보는 대상이 아닌 만지고 싶은 대상으로 변화시켰다. 여기에 로마의 고대 주화를 보석과 결합한 ‘모네떼Monete’ 컬렉션은 과거의 유산을 현재의 럭셔리로 치환하는 불가리의 독창적인 철학을 보여준다. 

아이콘의 탄생: 세르펜티

불가리 최초로 투보가스 방식을 적용한 워치 ⒸBVLGARI 
2026 워치스 & 원더스에서 공개한 세르펜티를 발전시킨 세르펜티 에테르나 워치 ⒸBVLGARI 

1940년대, 불가리는 브랜드의 운명을 바꿀 상징을 세상에 내놓는다. 바로 풍요와 지혜, 부활을 의미하는 뱀을 형상화한 ‘세르펜티Serpenti’ 컬렉션이다. 뱀의 머리부터 비늘, 특유의 유려한 움직임까지 모두 영감의 소재로 삼아 주얼리와 워치를 컬렉션을 통해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재해석되는 시리즈다. 당시 금속이 마치 스프링처럼 늘어나는 ‘투보가스Tubogas’ 기법을 적용한 세르펜티는 여성의 손목과 목을 관능적으로 휘감으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투보가스 기법은 산업 시대에 사용했던 물결 모양의 튜브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코어 주위에 골드 스트립을 감싸는 방식으로 용접 없이도 유연하게 움직이는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주얼리 기술이었다. 특히 60년대 영화 〈클레오파트라Cleopatra〉의 주인공 엘리자베스 테일러Elizabeth Taylor가 세르펜티를 착용하며 불가리는 전 세계적인 ‘잇 주얼리’로 급부상한다.

건축적 미니멀리즘의 선언: 비제로원

1999년, 밀레니엄을 앞두고 등장한 ‘비제로원B.zero1’은 불가리의 미학이 전통에만 머무르지 않고 어떻게 현대적으로 진화할 수 있는지를 증명했다. 로마의 콜로세움에서 영감을 받은 이 조형적인 구조의 반지는 장식을 걷어내고 산업적 구조의 미학에 집중했다. 여기에 투보가스가 보여주었던 나선형 구조를 더해 하우스의 전통과 현대적 미감을 접목시켰다. 곧바로 비제로원 컬렉션은 남녀 모두에게 사랑받는 유니섹스 아이템이 되었고, 나아가 웨딩 주얼리로도 재해석되며 불가리를 젊고 역동적인 브랜드로 탈바꿈시켰다. 최근에는 젠데이아Zendaya, 앤 해서웨이Anne Hathaway같은 동시대적 아이콘들을 통해 ‘일하는 여성이 스스로에게 선물하는 권력’으로서의 이미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시간의 경계를 허무는 기술적 미학: 옥토 피니씨모

불가리의 미학은 주얼리에만 머물지 않는다. 2026년, 불가리는 워치메이킹의 정점인 ‘옥토 피니시모Octo Finissimo’ 컬렉션을, 스위스 제네바에서 매년 열리는 세계 최대급 고급 시계·주얼리 박람회인 ‘워치스 & 원더스Watches & Wonders’를 통해 공개하며 다시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 로마 콜로세움의 팔각형 구조에서 영감을 받은 ‘옥토Octo’ 시리즈에서 발전한 시계로, 세계에서 가장 얇은 두께의 시계를 제작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올해는 새롭게 선보인 37mm 사이즈를 통해 더욱 완벽한 비율을 완성했다. 2.35mm라는 극도로 얇은 두께의 인하우스 무브먼트 ’비브이에프 100 칼리버BVF 100 calibre’를 탑재하면서도 72시간의 파워 리저브를 확보한 것은 기술과 예술의 경계가 무의미함을 증명한다. 특히 모래 입자를 뿌려서 표면을 매트한 텍스처로 만든 ‘샌드블라스트 티타늄’과 ‘옐로 골드’ 소재로 선보인 이번 신제품은, 손목 위에서 가장 대담한 건축적 오브제로 기능하며 현대적 럭셔리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

1950년대와 60년대, 로마는 ‘테베강 위의 헐리우드’라 불리며 전 세계 영화인들의 성지가 되었다. 당시 이탈리아 영화 촬영의 중심지로 불리는 ‘치네치타 스튜디오Cinecittà Studio’에서 촬영을 마친 배우들이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이탈리아 로마, 스페인 광장 앞에 위치한 대표적인 럭셔리 쇼핑 거리, 비아 콘도티Via dei Condotti의 불가리 매장이었다. 그중에서도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불가리의 가장 상징적인 뮤즈였다. 그녀는 영화 〈클레오파트라〉 촬영 중, 상대 배역인 마르쿠스 안토니우스 역을 맡은 리처드 버튼Richard Burton과 사랑에 빠졌고, 그들의 연애사는 불가리 에메랄드와 다이아몬드 주얼리로 기록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리처드 버튼이 “내가 엘리자베스에게 가르쳐준 유일한 이탈리아어는 ‘불가리’뿐이다”라고 말한 일화는 지금까지도 전설로 남아 있다. 그 외에도 영화 〈카사블랑카〉의 잉그리드 버그만Ingrid Bergman, 〈두 여인〉의 소피아 로렌Sophia Loren, 〈노틀담의 꼽추〉의 지나 롤로브리지다Gina Lollobrigida 등 당대 최고의 여배우들이 불가리의 대담한 유색 보석에 매료되었다. 이들은 시상식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불가리를 착용하며, 브랜드가 지향하는 독립적이고 당당한 여성상의 기틀을 마련했다.

오늘날 불가리는 고전적인 우아함을 넘어, 전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진 현대적 아이콘들과 함께하며 브랜드의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현재 불가리를 대표하는 ‘글로벌 앰버서더’ 라인업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고 다채롭다. 리사Lisa, 젠데이아, 앤 해서웨이, 그리고 프리앙카 초프라Priyanka Chopra가 그 주인공으로 동서양을 아우르는 아이코닉한 인물들은 불가리의 타임리스한 가치를 대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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