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ial

이탈리아 시골 주택에서 만난 브루탈리즘 건축

이탈리아 북부의 작은 마을. 60년 넘은 2층 주택이 리노베이션을 거쳐, 주변 풍경 속으로 다시 조용히 스며든다. 완만한 경사지 위에서 오늘의 감각으로 새롭게 쓰인 ‘BM House’를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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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시골 주택에서 만난 브루탈리즘 건축

이탈리아 북부의 작은 마을. 60년 넘은 2층 주택이 리노베이션을 거쳐, 주변 풍경 속으로 다시 조용히 스며든다. 완만한 경사지 위에서 오늘의 감각으로 새롭게 쓰인 ‘BM House’를 들여다본다.

Editorial

이탈리아 시골 주택에서 만난 브루탈리즘 건축

이탈리아 북부의 작은 마을. 60년 넘은 2층 주택이 리노베이션을 거쳐, 주변 풍경 속으로 다시 조용히 스며든다. 완만한 경사지 위에서 오늘의 감각으로 새롭게 쓰인 ‘BM House’를 들여다본다.

Photo by Luca Bosco

이탈리아 북부 쿠네오 주 파에사나Paesana 지역은 포 계곡Po Valley의 시작점에 자리한 마을로, 알프스 산맥이 본격적으로 솟아오르기 직전의 경계 지점에 위치해 평야와 산악 지형이 맞닿는 독특한 풍경을 압도적이다. 풍경은 장대하지만, 사람들의 일상은 아주 조용히 흘러가는 이곳에 1960대에 지어져 긴 시간 방치된 2층 주택 ‘BM House’이 있다. 이탈리아 시골에서 쉽사리 만날 수 있는 전형적인 주택의 형태로, 간결한 구조와 아담한 외관은 자태를 과시하지 않으며 주변 풍경 속에 조용히 녹아든다. 이탈리아 건축사사무소 ‘에란테 아키텍처Errante Architetture’는 이 주택의 잠재력을 높게 사, 특별한 가족 주택으로 재탄생시키며 목재와 컬러 금속 요소를 더한 브루탈리즘 특유의 거친 인상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었다.

주변 맥락을 고려한 공간적 전환

Photo by Luca Bosco

약 450㎡ 규모의 이 주택은 기존의 뼈대가 되는 건물과 동쪽에 증축된 단층 파빌리온으로 완성됐다. 리모델링 이전, 주방과 거실은 계곡 도로를 향해 배치되어 있었고, 동쪽에는 4층 아파트가 들어서 사생활 보호는 물론 개방감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Photo by Luca Bosco

60년 넘게 방치된 주택의 리노베이션은 바로 이 관계를 다시 설정하는 데서 출발했다. 기존에는 주요 공간이 도로를 향해 배치되어 정원과 풍경을 등지고 인접한 아파트 동과의 근접성으로 사생활도 노출되어 있었다면, 건축가는 이 구조를 뒤집어 거주하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자연 풍경을 향해 공간을 재배치함으로써 채광과 개방감, 그리고 전반적인 거주 환경의 질을 끌어올렸다.

파빌리온이 만든 전환점

Photo by Luca Bosco

이 변화를 가능하게 한 핵심은 단층 파빌리온의 신설이다. 기존 건물과 연결된 이 중간 매스는 현관과 거실, 독립적인 출입이 가능한 서재를 품으며 주택의 기능을 확장한다. 증축으로 인해 기존 건물은 방향이 반전된 L자형 평면을 이루고, 주 파사드는 남쪽의 정원과 조경을 향해 열렸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이어지는 유리 파사드는 내부와 외부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며, 현관과 테라스는 완만한 경사지와 부드럽게 이어진다. 빛과 풍경은 이 파빌리온을 통해 일상 깊숙이 스며든다.

겹치고 연결되는 풍경

Photo by Luca Bosco

내부 공간은 하나의 고정된 장면이 아닌 복합적인 환경이 이어지며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구조로 설계되었다. 공간은 구획되기보다 겹쳐지고 연결되며,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조합과 새로운 장면을 만들어 낸 것. 특히 위층에 새롭게 더해진 칸막이 벽은 기존 외벽의 흐름을 따르지 않고 공간을 가로지르며, 본채와 파빌리온 사이의 관계를 한층 더 유연하게 잇는다. 덕분에 시선과 동선은 막히지 않고, 공간 활용도 역시 한층 효율적으로 정리된 모습이다.

재료와 가구로 완성한 생활의 리듬

Photo by Luca Bosco

재료 선택 역시 명확하다. 노출 콘크리트, 소나무 합판 패널, 콘크리트 블록 등 가공을 최소화한 재료들이 생활 공간과 작업 공간을 은근하게 구분한다. 여기에 벤치, 선반, 책상 등 공간에 고정된 가구들이 더해져 장식보다 쓰임을 우선한 일상의 리듬을 만들어낸다. 또한 이중 높이 공간과 대각선으로 열리는 시선은 층과 층 사이, 내부와 외부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며 집 전체에 연속감을 부여한다.

디테일이 만든 또 하나의 건축 언어

Photo by Luca Bosco
Photo by Luca Bosco

난간과 배수관, 지붕을 받치는 구조물, 도로 쪽 울타리, 기존 건물의 용마루보에 이르기까지. 평범해 보일 수 있는 요소들 역시 세심하게 디자인되어 공간의 일부로 작동한다. BM House의 내부는 일상적인 재료와 구조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며, ‘집’이라는 공간을 보다 살아 있는 환경으로 확장한다. 정원과 실내 곳곳에 배치된 철근 콘크리트 벽과 레드 컬러 포인트는 실내와 실외를 연결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남향으로 배치된 대형 목재 골조는 풍경을 일상으로 끌어들이는 동시에 외부 노출을 조절한다.

머무름을 위한 공간들

Photo by Luca Bosco

기존 건물과 신축 파빌리온을 잇는 깔때기 형태의 합판 공간은 현관과 서재, 벽난로가 있는 거실을 품고 있다. 거실은 경사면 위로 뻗은 지붕이 있는 테라스로 이어지고, 모든 층에서는 구조화된 공간의 가장자리를 따라 벤치와 카운터, 휴식과 사색을 위한 장소들이 자연스럽게 배치된다. 햇볕이 드는 곳과 그늘진 곳이 공존하는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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