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ial

우리가 말하는 쿨함, 결국은 태도의 문제

한때 완성도는 곧 쿨함이었다. 빈틈없이 맞춰 입은 스타일과 절제된 태도는 세련됨의 증거였다. 그러나 이미지가 과잉된 환경 속에서, 쿨함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지금 유행은 완벽함이 아니라, 숨기지 않는 태도에서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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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말하는 쿨함, 결국은 태도의 문제

한때 완성도는 곧 쿨함이었다. 빈틈없이 맞춰 입은 스타일과 절제된 태도는 세련됨의 증거였다. 그러나 이미지가 과잉된 환경 속에서, 쿨함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지금 유행은 완벽함이 아니라, 숨기지 않는 태도에서 발생한다.

Editorial

우리가 말하는 쿨함, 결국은 태도의 문제

한때 완성도는 곧 쿨함이었다. 빈틈없이 맞춰 입은 스타일과 절제된 태도는 세련됨의 증거였다. 그러나 이미지가 과잉된 환경 속에서, 쿨함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지금 유행은 완벽함이 아니라, 숨기지 않는 태도에서 발생한다.

지금의 쿨함은 세대의 정답이 아니라, 환경에 따른 선택의 결과다. 완벽함을 지향했던 시대의 쿨함이 있었고, 조절하지 않음을 선택하는 현재의 쿨함이 있다. 쿨함은 사라지거나 부정되지 않는다. 다만 시대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정의되고 있을 뿐이다.


쿨함의 기준이 바뀌었다

빈틈없는 스타일을 보여주는 넷플릭스 시리즈, 셀링 선셋 ©Netflix Selling Sunset

Z세대가 패션 신의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쿨함’의 정의 역시 변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가 선호해온 스타일은 조절과 완성도를 핵심으로 한다. 빈틈없이 완벽한 스타일 또는 드러내지 않되 깔끔하게 정돈된 상태를 이상적으로 여겼다. 완벽하게 다듬어진 실루엣, 균형 잡힌 컬러 매치, 과장되지 않은 브랜드 노출은 세련됨의 기준이었다. 이때의 쿨함은 감정과 취향을 절제할 줄 아는 태도와 맞닿아 있었다. 이러한 미감은 정보와 이미지가 지금보다 제한적이던 시기에는 효과적으로 작동했다. 얼마나 잘 준비되었는가, 얼마나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보여주는가가 스타일리쉬함의 기준이 되었다. ‘완벽한 스타일’은 노력의 증거이자 자기 관리의 상징이었고, 이는 사회적 성취와도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그러나 이 잘 조절된 미감은 쿨함보다 애씀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핏과 컬러, 액세서리까지 빈틈없이 맞춘 풀세팅은 완성도를 넘어 자기 취향과 상관없이 트렌드를 따르려는 의도를 드러낸다. 너무 잘 갖춘 룩이 오히려 쿨하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다. 최근의 ‘쿨함’은 달라지고 있다. 스타일은 실시간으로 소비되고 복제되며, 완성도 높은 이미지가 넘쳐나는 환경 속에서, 빈틈없이 세팅된 스타일은 더 이상 특별한 신호가 아니다. 오히려 지나치게 잘 맞춰진 룩은 ‘잘 준비된 이미지’, 혹은 의도가 명확한 연출로 인식되며 남들에게 잘 보이려 한 연출이라는 인상이 앞선다. 이전에는 잘 정제된 스타일, 완성도 높은 스타일이 세련됨의 지표였다면, 지금은 그 정제됨 자체가 계산의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과거 가방에만 머물렀던 하이엔드 브랜드의 매출은 의류와 액세서리 전반으로 다각화되고 있으며, ‘경조사용 백’과 같은 단어는 이전만큼 자주 언급되지 않는다.

풀세팅이 쿨하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과거에는 정제된 결과물이 설득력을 가졌다면, 지금은 조절하지 않는 태도가 더 의미를 갖는다. Z세대가 선호하는 스타일은 완성도를 포기했다기보다, 그것에 집착하지 않는 마음가짐에 가깝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최근의 스타일은 의도적으로 느슨해진다. 정리되지 않은 실루엣, 어긋난 레이어링, 개인적인 취향의 노출. 이는 무심함이 아니라 조절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의도는 사라지고, 쿨함만 남는다

훌루 시리즈 <하이 피델리티>에서 본인의 스타일을 그대로 보여준 조이 크래비츠 ©Hulu High Fidelity

흥미로운 점은 이 흐름을 대표하는 인물들이 반드시 Z세대에 속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조이 크래비츠Zoë Kravitz처럼 밀레니얼 세대에 가까운 인물들 역시 지금의 쿨함과 정확히 겹쳐 보인다. 이는 쿨함이 세대 구분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와 축적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조이 크래비츠의 스타일은 늘 비슷한 결을 유지한다. 미니멀하고, 노출이 있더라도 과시적이지 않으며, 완성되어 보이기보다 자연스럽다. 트렌드에 맞춰 새롭게 설정된 이미지라기보다, 오랫동안 유지해온 취향의 연장선처럼 보인다. 그래서 그의 스타일에는 설명이 필요 없고, 연출의 흔적도 옅다. 이는 Z세대가 선호하는 ‘조절하지 않는 태도’와 정확히 맞닿아 있다.

이 지점에서 클로에 셰비니Chloë Sevigny의 존재 역시 중요해진다. 클로에 셰비니는 오래전부터 트렌드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온 인물이다. 유행을 앞서기보다 끝까지 자기 취향을 고수해왔고, 그 선택들이 시간에 걸쳐 축적되며 하나의 그녀의 스타일이 되었다. 그래서 그의 스타일은 특정 세대의 미감으로 소비되기보다, 반복해서 참조되는 아카이브처럼 작동한다. 클로에 셰비니가 지금 다시 설득력을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의 스타일은 ‘지금 유행해서’가 아니라, ‘오래 유지되어왔기 때문에’ 쿨하다. 완벽하게 세팅된 이미지보다, 개인적인 선택들이 남긴 흔적이 더 강한 인상을 만든다. 이는 Z세대가 추구하는 미감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세대를 넘어 쿨함이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조이 크래비츠와 클로에 셰비니가 공통으로 증명하는 것은 하나다. 쿨함은 새로운 세대의 전유물이 아니라, 취향을 얼마나 오래, 얼마나 흔들림 없이 유지해왔는가에 의해 형성된다는 점이다. 이들이 보여주는 쿨함이 의미하는 것은 새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그동안 유지되어온 태도가 뒤늦게 현재의 감각과 만난 결과에 가깝다.

개인의 취향이 브랜드가 된다면

이 과정에서 개인의 취향은 트렌드로 전환되기도 한다. 팔로마 울Paloma Wool이나 보디Bode처럼, 시즌별 유행을 좇기보다 일관된 감각을 지속해온 브랜드들이 여러 세대에게 하나의 참고 기준으로 기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들의 스타일은 처음부터 대중적인 유행을 목표로 하지 않았지만, 축적된 취향이 하나의 미감으로 인식되며 트렌드 언어로 확장된다.

팔로마 울

“옷을 입는 행위는 곧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가장 일상적인 예술이다.” 라는 문장으로 브랜드 철학을 설명하는 설립자 팔로마 라나Paloma Lanna가 2014년 설립한 바르셀로나 기반의 브랜드, 팔로마 울Paloma Wool은 취향이 곧 브랜드가 된 대표적인 케이스다. 브랜드가 아닌 ‘프로젝트’로 소개되는 팔로마 울은 의류 제작에 그치지 않고 사진, 아날로그 기법, 예술가의 협업으로 자신을 소개한다.

아티스틱한 프린트와 니트의 다양한 활용, 현대적인 미니멀리즘과 2000년대 스타일의 결합은 이 브랜드를 설명하는 핵심 요소다. 유행에 따라 신제품을 대량 생산하기보다, 바르셀로나 인근에서 로컬 생산을 이어가며 한정 제작을 고수한다. 최근에는 바르셀로나에 대규모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어, 매장을 넘어 갤러리이자 커뮤니티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

보디

빈티지 업사이클링을 하이엔드 영역으로 끌어올린 브랜드 보디는 에밀리 아담스 보디Emily Adams Bode가 2016년 뉴욕에서 시작했다. 100년이 넘은 퀼트, 오래된 식탁보와 침구 등 시간이 깃든 직물을 수집해 옷으로 재해석하는 방식은 보디의 시그니처다. 퀼트 이불을 해체해 만든 재킷은 할머니의 다락방에서 발견한 물건처럼 향수를 자극하고, 손 자수 디테일은 따뜻하고 인간적인 인상을 남긴다. 한정적인 수량과 긴 제작 과정으로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지만, 트렌드와 무관하게 유지되어온 에밀리 아담스 보디의 취향은 결국 하나의 스타일이 되어 선택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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