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COVID-19 를 지나며 비누의 위상은 분명 달라졌다. 한때는 청결을 상징하는 사물에 불과했지만, 바이러스가 일상을 침범하던 시기를 통과하며 비누는 인간의 삶에 가장 직접적으로 작동하는 생존의 도구가 되었다. 그럼에도 비누의 형태는 오랫동안 정체되어 왔다. 고체와 액체, 익숙한 두 가지 모습은 거의 변화 없이 반복됐고, ‘취향’이 삶의 기준이 된 지금도 선택지는 여전히 향에 머문다. 그 사이 고체 비누는 점차 일상에서 멀어졌고, 간편함을 앞세운 리퀴드 솝이 욕실의 표준이 되었다.
마티아스 몰렌바흐가 선사하는 시각적 사유

덴마크 디자이너 마티아스 몰렌바흐Matias Mollenbach가 소개하는 OBA Soap은 조금 다르다. 그의 OBA Soap은 일상의 씻는 행위를 하나의 디자인 오브제 영역으로 끌어올린 프로젝트로, 각 피스는 기능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갖추고 있으며, 반투명한 비누 구형이 동일한 컬러의 레진 큐브 위에 놓인 구조로 완성되었다. 이 구성은 모던한 기하학과 절제된 아름다움을 반영하며, 반복되는 일상의 루틴을 감상할 수 있는 순간으로 바꿔준다. 특히 OBA Soap은 장인들과의 협업을 통해 제품을 직접 설계하고 제작하는 방식으로 제작되었는데, 이러한 지점에서 품질, 자율성,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유효한 시각 언어에 집중하고자 하는 그의 태도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조형적인 비누들은 소규모 수작업 공정을 통해 하나하나 제작·조립되며, 정교한 제작 과정과 감각적 디테일에 대한 디자이너의 집요한 관심을 드러낸다. 각 OBA Soap은 반투명한 글리세린 비누 구Sphere가 새틴 마감의 컬러 매칭 레진 큐브 베이스 위에 놓인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조합은 무광과 광택, 고체와 투명, 원과 정육면체라는 상반된 요소들 사이의 긴장감 있는 대화를 만들어낸다.

해당 구성은 일상에서 실제 사용 가능한 오브제로서의 기능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수집하고 싶게끔 만드는 오브제로서의 성격을 확장하며 일상의 장면 속 촉각적 경험과 시각적 사유를 동시에 유도하는 점이 매혹적이다. 모든 조각을 소장하여 집 한 켠에 진열해두고 싶은 충동을 건드린다. 구조적 단순함은 형태의 명확성과 내구성을 높여, 단순 일회성 소비나 재미를 위한 소비에 머무르지 않는 지속성을 가진다.
새롭게 제시하는 비누의 장면

코펜하겐에서 태어난 마티아스 몰렌바흐는 런던 센트럴 세인트 마틴Central Saint Martins에서 제품 디자인을 전공한 뒤, 덴마크 왕립 미술 아카데미The Royal Danish Academy of Fine Arts에서 가구 및 오브제 석사를 졸업했다. 그의 이러한 배경은 구조적인 비례와 재료를 향한 섬세한 감각. 그리고 독립성을 중시하는 그의 작업 태도로 이어진다. OBA Soap은 수공예적 제작 방식, 협업 기반의 생산이 어떻게 기능성과 조형적 존재감 사이를 오가는 오브제로 구현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현대의 주거 환경 속에서 일상의 사물들이 가질 수 있는 또 하나의 가능성을 조용히 제안한다.
Five scents
OBA Soap 컬렉션은 색채와 감정, 재료 간의 균형에서 영감받은 다섯 가지 향으로 첫선을 보였다.
Terralis

따뜻함과 명상적인 평온함을 환기한다. ⒸMatias Mollenbach
Rosevale

ⒸMatias Mollenbach
Papaya

Aole Vera


Citralis

이처럼 OBA Soap은 위생용품이라는 범주를 넘어, 일상의 공간 안에서 조형과 감각을 동시에 환기하는 오브제로 자리한다. 마티아스 몰렌바흐의 구조적 미학과 손으로 완성되는 제작 방식은 소박한 순간에도 충분한 아름다움이 스며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OBA Soap이 ‘씻는 행위’를 의무가 아닌 하나의 작은 의식으로 바꾸기도 하듯, 기능과 조형의 경계에서 이 비누들은 현대적인 일상에 조용하지만 분명한 감성의 밀도를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