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퐁피두센터 한화’ 개관과 함께 공개된 ‘63 CULTURE & GOURMET STREET’에 ‘로파서울 63시티점’이 문을 열었다.로파서울이 서울에 연 두 번째 매장인 이 곳은 일상에서 문화예술을 쉽게 접하고 향유하도록 돕는데 주력한다. 사실 이는 브랜드 전반의 지향점이지만, 새로운 공간에서는 이 기조를 한층 강화했다. 로파서울만의 시선으로 엄선한 좋은 작품들을 판매하는 것은 물론, 새 매장에서만 만날 수 있는 기획전과 디자이너 협업 프로젝트도 선보인다. 조만간 감도 높은 편집 숍으로 널리 알려질 로파서울 63시티점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자 로파서울 측과 이야기를 나눴다.
Interview with 로파서울 김영지 대표
서울의 창작자를 주목하는 큐레이션 숍

— 매장 오픈을 축하드립니다. 퐁피두센터 한화 사이트 내에 문을 열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지난해 한화 측으로부터 입점 제안을 받았습니다. 기존의 용산 매장과 인접한 거리에 있기도 하고, 상업 시설 내에 매장을 여는 일은 처음이라 고민이 많았는데요, 그럼에도 서양 현대 미술을 소개하는 퐁피두센터 한화 옆에서 서울의 창작자들을 조명하는 공간을 운영할 수 있다면, 입점 브랜드들과 작가님들에게 의미 있는 행보가 되리라 판단해 입점을 결정했습니다.
— 말씀하셨듯 로파서울 63시티점은 기존 용산 매장과는 차량으로 10여분 거리에 위치할 만큼 근접해있습니다. 두 매장의 차별화를 위해 고려한 부분이 있을까요?
콘셉트의 차이를 두려고 하지 않았어요. ‘문화예술을 더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여길 수 있도록 접점을 만든다’라는 저희의 철학은 어느 공간에서든 동일하니까요. 다만 다양한 장르의 제품들이 모여있어도 조화롭게 느껴지도록 인테리어를 구성하는데 공을 들였습니다. 매장이 하나의 편집된 세계처럼 느껴지길 바랬죠. 그러면서도 한층 단단히 다듬은 저희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일에도 신경을 썼습니다. 이를 위해 로파서울의 시각 언어를 새롭게 정비해 공간 전반에 반영했습니다. 브랜드 컬러인 블랙 & 화이트를 기반으로 새로운 디자인 에셋과 그래픽 모티프들을 개발했고, 폰트도 정비했습니다. 이번에 선보이는 PB 상품 40여 종에 달라진 시각 언어를 반영했고, 기획전 〈책가도의 방〉 전시 공간에도 모티프들을 일부 적용했습니다.

— 판매 공간의 일부를 일부 포기하고 전시 공간을 조성한 것도 인상적이었어요.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브랜드 입장에서 과감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시대 서울의 작가와 디자이너들을 소개하는데 집중하고 싶었습니다. 처음에는 판매 공간과 전시 공간이 한데 어우러지는 방식으로 매장의 공간 구성을 계획했는데요. 전시를 관람하는 방문객들의 시야에 주변 제품들이 겹쳐 보여 감상을 방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매장 내에 ‘ㅁ’자 형태로 독립된 전시 공간을 조성해 온전히 전시에 몰입하도록 유도했습니다.
— 공간 디자인적으로는 노출 콘크리트와 철제 구조물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게 눈에 띕니다.
매끄럽게 마감 처리를 한 공간보다는 다소 거칠게 느껴지며 날 것의 질감이 두드러지는 공간으로 여겨지기를 바랐어요. 저희 특유의 ‘유연함’을 표현하기 위해서였죠. 로파서울은 특정 공간에 고정된 브랜드가 아니라, 끊임없이 새롭게 변화하고 편집될 수 있음을 드러내고 싶었습니다. 지금의 모습이 결코 완성이 아니며, 언제든 다음 챕터로 넘어갈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한 공간이라는 것이죠. 이 메시지를 공간 디자인에 담고자 노력했습니다.

매장 안에 펼쳐진 서울 크리에이티브 신의 풍경
— 6월 4일부터 8월 30일까지 기획전 〈책가도의 방〉이 열립니다. 상업 공간 내에 전시를 기획한 계기가 궁금해요.
‘책가도’란 책과 각종 기물들을 층층이 배열해 개인의 학식과 취향, 세계관 등을 시각화하는 조선시대의 회화 장르 중 하나입니다. 이것에 특별히 주목한 이유는 로파서울이 줄곧 해온 일과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그동안 뛰어난 창작자들과 감도 높은 물건들, 좋은 이야기를 세심히 고르고 모아왔으니까요. 그래서 저희만의 방식으로 책가도를 재해석하자는 것이 기획전의 출발점이었습니다. 공예, 도자, 섬유, 금속, 가구, 디지털 조형 등 분야를 가로지르는 17팀이 참여했습니다.
— 기획전에 매우 다양한 영역의 작가들이 참여했습니다. 특별한 선정 기준이 있었나요?
특정 분야의 경계를 기준으로 삼지 않았습니다. 사실 그 경계를 넘어서는 것이 이번 전시의 기획 의도였죠. 전통과 현대가 스펙트럼처럼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펼쳐지는 구성을 원했기에, 최대한 다양한 창작자를 섭외했습니다. 전통 소재와 기법을 현대적으로 계승하는 작가, 전통의 개념을 해체하고 재해석하는 작가, 동시대적인 감각과 개념 하에 작업하는 작가···. 책가도가 서로 다른 사물들을 한 화면 안에 모은 것처럼, 제각기 다른 관점과 방법론을 지닌 작가들이 한 공간에 모여 각자의 자리를 갖는 것이 이번 전시의 목표였습니다.
<책가도의 방>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63로 50 (여의도동, 63한화생명빌딩)
기간 | 2026. 06. 04 ~ 2026. 08. 30 *연중무휴
운영 시간 | 10:00 ~ 22:00
참여 작가 | 고보경, 고소미, 김민주, 김영균, 김혜인, 김호정, 돈선필, 박현준, 선점원, 슈퍼포지션, 스튜디오 신유, 아미라, 이명진, 이지민, 이학민, 이혜미, 최성일


— 로파서울 63시티점에서만 만날 수 있는 커스텀 다이어리 프로젝트도 흥미롭습니다. 국내 그래픽 디자이너들과 협업했는데, 디자인이 담길 매체를 ‘다이어리’로 한정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방문하고 나면 전시 티켓이나 리플렛을 챙기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요, 작품들을 직접 소장할 수 없어도 전시 경험을 기억하고 간직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로파서울이 제안하는 ‘기억과 기록의 방법’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다이어리에 들어갈 커스텀 속지를 100가지 이상 개발해 전시에서 보고 느낀 것을 곧장 담아낼 수 있게 했습니다. 이를 위해 워크룸, 일상의실천, 워크스, 수퍼샐러드스터프 등 현재 활발히 활동 중인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및 디자이너 20여 팀과 협업했고, 이를 바탕으로 커스텀 다이어리 존을 기획했습니다. 퐁피두센터 한화에서 전시 관람을 마치고 자연스럽게 매장에 들러 각자가 자신만의 다이어리를 만드는 경험을 상상하며 프로젝트를 준비했습니다. 커스텀 속지와 함께 저희가 직접 개발한 PB 노트도 선보입니다.


문화예술로 향하는 첫 번째 입구
— 매장 내에 독립 출판물과 아트 북 컬렉션도 운영 중이죠. 컬렉션을 선정하면서 고려했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로파서울에게 북 컬렉션이란 단순히 여러 개의 책을 모으는 것과는 다릅니다. 다양한 책이 한 자리에 모이면 하나의 ‘풍경’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선정 기준을 특별히 신경쓰기보다는 제각기 다른 목소리를 지닌 책들이 자연스럽게 맞닿을 수 있게 하는데 주력했습니다. 그 결과 텍스트 프레스, 필름프레스, 미시희, 디깅 북스 등 다양한 독립출판사의 이름이 한데 어우러지며 로파서울 63시티점만의 독특한 ‘지형’을 만들어냈죠. 컬렉션 앞에 선 방문객들이 예기치 못한 책과 마주치며 그동안 알지 못했던 이름들을 조금씩 알아가는 경험, 마치 자유로운 광장 같은 느낌을 조성하고 싶었습니다.


(오)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인더그래픽스’가 디자인한 속지 ⓒ로파서울
— 로파서울 63시티점를 방문할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로파서울이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입니다. 문화예술이 어렵고 멀기만 한 대상이 아니라,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손에 닿는 것이 되었으면 하죠. 로파서울 63시티점을 통해 서울의 공예, 미술, 디자인, 독립 출판 등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꼭 무언가를 구입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처음 접하는 작가의 이름을 하나만 기억하게 되어도, 마음에 드는 책 한 권을 발견하기만 해도 충분합니다. 이렇듯 로파서울이 누군가에게 문화예술로 향하는 첫 입구가 될 수 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