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 두바이와 미국 마이애미를 중심으로 럭셔리 및 슈퍼카 브랜드 이름을 내건 고급 레지던스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건축이나 주거 개발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던 자동차 브랜드들이 레지던스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는 점도 흥미롭지만, 더 눈여겨볼 대목은 그 접근 방식이다. 단순히 로고를 붙여 브랜드 이미지를 강조하는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그간의 디자인 철학과 조형 언어, 그리고 브랜드가 제안해 온 라이프스타일을 주거 공간 전체로 확장하고 있다. 이동 수단으로서의 자동차를 넘어 브랜드가 제안하는 삶의 방식 전체가 레지던스에 녹아드는 것이다.
1. 메르세데스-벤츠 플레이스 in 두바이


메르세데스-벤츠가 택한 레지던시 방식은 조금 다르다. 단일 건축물에 머무르지 않고, ‘레지던스’에서 ‘도시’ 단위로 스케일을 넓히고 있다는 점에서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최근 부동산 개발사 빙하티 디벨로퍼Binghatti Developers와 협업해 ‘메르세데스-벤츠 플레이스Mercedes-Benz Places’라는 이름의 레지던스 프로젝트를 전개하고 있다. 자동차의 디자인 철학을 건축에 적용하는 기존 브랜디드 레지던스를 넘어, 생활 방식 자체를 설계하려는 시도에 가깝다.
이들이 선보인 ‘메르세데스-벤츠 플레이스’는 두바이를 시작으로 전개되는 레지던스 프로젝트다. 개발은 두바이 기반 부동산 회사 빙하티Binghatti가 맡고, 메르세데스-벤츠는 디자인과 브랜드 경험 전반에 참여한다. 자동차를 만드는 브랜드가 직접 건물을 짓기보다는, 자신들의 디자인 철학과 라이프스타일을 공간 안에 녹여내는 구조다.
두바이 다운타운에 들어서는 첫 번째 프로젝트는 약 60층 규모의 주거 타워로, 브랜드 최초의 레지던스다. 외관부터 내부까지 메르세데스-벤츠의 디자인 철학인 ‘센슈얼 퓨리티Sensual Purity’를 기반으로 설계되며, 불필요한 장식을 덜어내고 간결한 선과 비율에 집중한다. 주거 공간은 물론, 공용 공간과 서비스 전반에서도 자동차 브랜드가 만들어온 감각을 이어가려는 시도가 읽힌다.
이와 동시에 더 큰 스케일의 프로젝트도 준비 중이다. 메이단Meydan 지역에 계획된 ‘메르세데스-벤츠 플레이스 – 빙하티 시티Mercedes-Benz Places – Binghatti City’는 여러 개의 타워와 상업, 문화, 웰니스 시설이 결합된 대규모 개발로, 레지던스를 넘어 하나의 도시 단위로 확장된 형태다. 주거 공간을 넘어 생활 전반을 설계하려는 방향이 보다 분명하게 드러나는 지점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마이애미에서도 새로운 레지던스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이미 여러 자동차 브랜드 레지던스가 자리 잡은 시장이지만, 이들은 보다 정제된 디자인과 기술적 경험을 결합한 주거 형태를 제안한다. 브리켈Brickell에 들어서는 ‘메르세데스-벤츠 플레이스 마이애미Mercedes-Benz Places Miami’는 브랜드가 북미에서 처음 전개하는 주거 프로젝트로, 단일 건물을 넘어 하나의 생활 환경을 구성하는 데 초점을 둔다.
이 프로젝트는 미국 개발사 JDS 디벨롭먼트 그룹JDS Development Group이 주도하고, 메르세데스-벤츠가 디자인과 브랜드 경험 전반에 참여하는 구조다. 자동차 브랜드가 직접 건설을 맡기보다, 자신들이 만들어온 감각과 기술을 공간 안에 녹여내는 방식이다. 건물은 약 60층 후반 규모의 초고층 타워로 계획되어 있으며, 약 790여 세대의 주거 공간이 들어선다. 여기에 호텔과 오피스, 상업 시설, 웰니스 공간이 함께 구성되며, 단순한 레지던스를 넘어 복합적인 도시 구조를 형성한다. 특히 인접한 사우스사이드 파크Southside Park의 재정비와 연결되며, 외부 공간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묶는 점이 눈에 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레지던스는 결국 하나의 방향으로 수렴한다. 자동차를 넘어, 사람이 머무는 환경까지 설계하려는 시도. 건물을 짓는 것을 넘어, 그 안에서의 경험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가깝다.
2. 부가티 레지던스 in 두바이


부가티Bugatti의 방식은 보다 직설적이다. 두바이에 건설 중인 부가티 레지던스Bugatti Residences는 하이퍼카 브랜드의 조형 언어를 건축으로 확장한 프로젝트로, 개발은 빙하티Binghatti가 맡았으며, 약 42층 규모의 초고급 주거 타워로 건설된다. 총 180여 세대의 한정된 레지던스로 일반적인 아파트가 아니라, ‘리비에라 맨션Riviera Mansion’과 ‘스카이 맨션Sky Mansion’이라는 두 가지 타입으로 나뉜다. 특히 펜트하우스는 극소수만 제공되며, 브랜드의 최상위 고객을 겨냥한 구조다.
외관은 부가티 특유의 곡선에서 출발한다. 직선보다는 유선형 흐름을 강조하며, 프랑스 리비에라의 리조트 풍경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이 적용된다. 도시 한가운데 위치하지만, 건물 자체는 하나의 휴양 공간처럼 읽히도록 설계된 점이 특징이다. 레지던스 콘셉트는 부가티가 지닌 희소성과 프랑스식 럭셔리를 주거 경험으로 옮기는 데 초점을 두었다. 프랑스 리비에라의 해안선과 바람에서 영감을 받은 곡선형 파사드를 통해 부드럽고 유기적인 인상을 만든다. 일부 펜트하우스에는 차량을 상층부까지 직접 올릴 수 있는 시스템이 적용되며, 리비에라 스타일의 비치와 프라이빗 풀, 멤버스 클럽, 컨시어지 서비스까지 함께 구성될 전망이다.

일부 상위 타입에는 차량을 주거 공간까지 직접 끌어올리는 카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거실과 같은 레벨에서 하나의 오브제로 존재한다. 이는 단순한 편의 기능이 아니라, 자동차 브랜드 레지던스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표현 방식에 가깝다. 또 대부분의 세대에는 테라스와 함께 개인 수영장이 포함되며, 내부는 대형 평면과 높은 층고를 기반으로 설계된다. 마감에는 대리석, 원목, 메탈 등 고급 소재가 사용되며, 자동차 브랜드 특유의 정교함을 주거 공간으로 확장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럭셔리’를 강조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부가티라는 브랜드가 가진 속도, 곡선, 기술적 이미지를 공간 안으로 번역하는 방식 자체에 집중한다.
3. 애스턴 마틴 레지던스 in 마이애미


마이애미 워터프론트Waterfront에 위치한 애스턴 마틴 레지던스Aston Martin Residences는 자동차 브랜드의 미학을 건축 내부로 확장한 사례다. 레지던스는 2024년 완공됐으며, 개발은 G&G 비즈니스 디벨롭먼트G&G Business Developments가 맡았다. 애스턴 마틴 디자인 팀이 초기 단계부터 참여해 건물 내부 공간과 인테리어 디자인에 브랜드 특유의 디자인 감각을 반영했다.
특히 애스턴 마틴은 이 프로젝트를 위해 자동차 디자인에서 강조해 온 비례와 소재, 디테일 감각을 반영한 인테리어 스타일을 별도로 개발했다. 자동차와 레지던스가 서로 다른 영역이 아니라, 하나의 브랜드 철학과 가치를 공유하는 공간으로 읽히게 한 것이다. 요트 마리나와 연결된 입지 역시 브랜드가 지닌 럭셔리 이미지를 실제 라이프스타일로 자연스럽게 확장한다.
4. 벤틀리 레지던스 in 마이애미


벤틀리 레지던스 마이애미Bentley Residences Miami는 자동차 브랜드 레지던스 흐름을 잇는 차세대 프로젝트다. 포르쉐 디자인 타워 마이애미를 개발한 데저 디벨롭먼트가 추진하고 있으며, 2026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벤틀리가 처음으로 참여하는 주거 프로젝트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브랜드의 디자이너 브렛 보이델Brett Boydell과 크리스 쿡Chris Cooke이 직접 참여해, 외관에는 벤틀리의 시그니처인 다이아몬드 모티프를 반영했고, 유리 파사드 역시 자연광이 더 입체적으로 굴절되도록 각도를 정교하게 설계했다. 자동차 인테리어에서 보던 고급 소재와 디자인 패턴이 로비, 시네마, 위스키 바, 가구에도 동일하게 적용됐다. 디테일을 세밀하게 다듬는 벤틀리 특유의 럭셔리 감각이 레지던스에도 그대로 이어진 셈이다.
5. 포르쉐 디자인 타워 in 마이애미


포르쉐 디자인 타워 마이애미Porsche Design Tower Miami는 자동차 브랜드 레지던스라는 개념을 본격적으로 대중화시킨 프로젝트다. 미국 마이애미 서니 아일스 비치Sunny Isles Beach에 위치한 레지던스는 2017년 완공됐으며, 개발사 데저 디벨롭먼트Dezer Development와 포르쉐 디자인 그룹Porsche Design Group의 협작이다. 총 60층 규모로, 일반적인 럭셔리 콘도와 달리 자동차 경험을 건축 구조의 중심에 두고 설계한 점이 특징이다.
이곳의 핵심은 ‘데저베이터Dezervator’라 불리는 차량 전용 엘리베이터. 거주자는 차에서 내리지 않고 차량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자신의 세대 앞까지 이동할 수 있다. 또, 대부분 세대에 거실과 연결된 개인 차고가 마련되었는데 자동차를 주차장에 두는 대신 집 안의 일부로 드러내는 방식으로, 하나의 인테리어 오브제처럼 보이도록 했다. 포르쉐 디자인 타워 마이애미는 포르쉐가 자동차에서 강조해 온 기능 중심 디자인과 기술 혁신이 건축 시스템으로 확장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6. 람보르기니 티에라 비바 빌라 in 베나하비스

람보르기니가 도로 위를 떠나, 주거 공간으로 들어왔다. 스페인 마르베야 인근 베나하비스Benahavís에 조성되는 ‘람보르기니 티에라 비바 빌라스Lamborghini Tierra Viva Villas’는 오토모빌리 람보르기니Automobili Lamborghini가 처음으로 유럽에 선보이는 레지던스 프로젝트다.
그동안 람보르기니라는 이름은 주로 토니노 람보르기니Tonino Lamborghini를 통해 레지던스 형태로 확장되어 왔다. 중동과 남미를 중심으로 여러 프로젝트가 이어졌지만, 이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차원의 사업에 가까웠다. 이번 스페인에 오픈을 준비 중인 티에라 비바는 다르 글로벌Dar Global이 개발을 맡고, 오토모빌리 람보르기니가 직접 디자인 협업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결이 다르다. 브랜드의 조형 언어를 건축으로 옮긴, 보다 본격적인 시도에 가깝다.

지중해를 내려다보는 언덕 위에 들어서는 이 단지는 약 50여 채 규모다. 건물은 지형을 따라 자연스럽게 놓이고, 낮게 깔린 매스가 수평으로 길게 이어진다. 람보르기니 특유의 각진 실루엣은 유지하되, 과하게 드러내기보다는 주변 풍경에 맞춰 톤을 눌렀다. 멀리서 보면 하나의 오브젝트라기보다, 산의 흐름을 따라 정리된 단면처럼 읽힌다.
내부로 들어가면 분위기가 조금 달라진다. 일부 빌라에는 카 엘리베이터가 적용돼 차량을 상부 공간까지 끌어올릴 수 있고, 차고는 단순한 보관 공간이 아니라 하나의 전시 공간처럼 구성된다. 거실과 이어진 이 구조 덕분에 자동차는 이동 수단을 넘어, 공간 안에 놓인 하나의 오브제로 기능한다.
공간은 전반적으로 열려 있다. 층과 층이 분리되기보다 완만하게 이어지고, 시선은 벽보다 창을 따라 흐른다. 전면에는 지중해가, 뒤로는 산의 능선이 이어지면서 안과 밖의 경계도 자연스럽게 흐려진다. 인피니티 풀과 테라스 역시 풍경을 끌어들이는 장치에 가깝다. 마감은 절제되어 있다. 메탈릭한 질감과 매끈한 표면이 중심을 이루지만, 전체 톤은 과하지 않게 눌려 있다. 람보르기니의 내부 디자인을 떠올리게 하면서도, 주거 공간에 맞게 밀도를 조절한 인상이다.
Editor’ Comment
자동차 업계의 레지던스는 단순한 사업 확장을 넘어 브랜드가 구축해 온 세계관을 자동차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삶 전체로 확장하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소비자 일상 전반으로 더 깊이 들어가며, 브랜드가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주거 공간까지 넓히고 있는 것이다. 각 브랜드가 구상한 화려한 레지던스 프로젝트를 현실에서 마주할 그날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