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ial

절제가 하나의 브랜드가 될 때, 폴스타의 스칸디나비안 디자인 문법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은 폴스타 안에서 하나의 스타일이 아닌 설계의 태도로 작동한다. 차체와 실내, 로고와 서체, 소재와 인터페이스를 관통하는 절제의 기준. 폴스타 2부터 5까지, 그리고 그 형태를 만든 디자이너들의 시선을 따라 전동화 시대에 새롭게 쓰인 자동차 디자인의 문법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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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제가 하나의 브랜드가 될 때, 폴스타의 스칸디나비안 디자인 문법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은 폴스타 안에서 하나의 스타일이 아닌 설계의 태도로 작동한다. 차체와 실내, 로고와 서체, 소재와 인터페이스를 관통하는 절제의 기준. 폴스타 2부터 5까지, 그리고 그 형태를 만든 디자이너들의 시선을 따라 전동화 시대에 새롭게 쓰인 자동차 디자인의 문법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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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제가 하나의 브랜드가 될 때, 폴스타의 스칸디나비안 디자인 문법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은 폴스타 안에서 하나의 스타일이 아닌 설계의 태도로 작동한다. 차체와 실내, 로고와 서체, 소재와 인터페이스를 관통하는 절제의 기준. 폴스타 2부터 5까지, 그리고 그 형태를 만든 디자이너들의 시선을 따라 전동화 시대에 새롭게 쓰인 자동차 디자인의 문법을 살펴본다.

폴스타의 차체에서 가장 먼저 감지되는 것은 무언가를 더한 흔적보다 덜어낸 자리다. 선은 간결하지만 그 위치와 각도에는 공기의 흐름과 기술의 쓰임이 정교한 디자인. 그릴과 배기구처럼 내연기관의 시대를 상징하던 표정이 사라진 자리에는 매끄럽게 이어지는 표면과 낮게 가라앉은 실루엣이 새로운 인상을 내려앉았다. 이러한 절제는 북유럽 특유의 미감을 재현하기 위한 장식적 선택이 아닌, 전기차에 필요한 형태를 처음부터 다시 묻는 설계의 태도이자, 폴스타가 고유한 얼굴을 구축해온 방식에 가깝다 볼 수 있다. 차체와 실내부터 로고와 서체에 이르기까지 폴스타를 이루는 디자인 언어를 따라가며, 전동화 시대에 새롭게 해석된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의 정수를 살펴본다.

ⒸPolestar

절제의 선으로 그린 폴스타의 표정

ⒸPolestar

폴스타가 말하는 미니멀리즘은 단순한 형태나 무채색 팔레트보다 제품이 작동하는 방식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가있다. 역할을 잃은 요소는 없애고, 새로운 기술이 들어선 자리에는 그에 맞는 형태를 부여하는 것. 브랜드 출범과 함께 세운 ‘Pure, Progressive, Performance’는 이러한 판단을 이끄는 세 가지 기준으로, Pure는 제품의 미니멀리즘을, Progressive는 과학적 혁신을, Performance는 타협하지 않는 성능을 의미한다. 각각의 가치는 따로 존재하는 구호가 아니라 하나의 선과 소재, 인터페이스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함께 작동하고 있다.

ⒸPolestar

이 원칙은 자동차의 전면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엔진을 냉각하던 라디에이터 그릴 자리에는 카메라와 레이더를 모은 ‘스마트존SmartZone’이 들어섰고, 배기구와 시동 버튼처럼 역할을 다한 장치는 사라진 모습이 눈에 띈다. 과거의 형태를 남겨 새로운 기술을 감추는 대신, 자동차가 주변 환경을 인식하는 모습을 그 자체로 새로운 얼굴로 삼은 것이다. 손잡이와 유리를 차체의 면 안으로 정리하고, 전후면의 에어로 윙과 블레이드는 공기가 흘러야 할 방향에 따라 형태를 부여했다. 폴스타에서 공기역학은 완성된 차체에 덧붙이는 보조 장치가 아닌, 처음부터 비례와 실루엣을 결정하는 의도된 설계에 가깝다.

폴스타의 선을 함께 그려온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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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7월 공개된 ‘All eyes on Polestar 3’ 캠페인 TVC에 브랜드 앰버서더 김우빈이 함께 했다. ⒸPolestar

폴스타의 초기 미학을 이끈 인물 토마스 잉엔라트Thomas Ingenlath. 폴스타가 독립적인 전기차 브랜드로 출범한 2017년부터 CEO를 맡은 그는 자동차의 형태와 브랜드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도록 하나의 방향을 세웠다. 로고와 타이포그래피, 리테일 공간과 커뮤니케이션까지 제품과 동일한 원칙 아래 연결하면서, 폴스타를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 일관된 미감을 지닌 디자인 브랜드로 자리매김 시켰다.

이 방향을 양산차라는 보다 구체적인 형태로 확장한 인물은 6년간 디자인 총괄을 맡았던 막시밀리안 미소니Maximilian Missoni로, ‘폴스타 2’와 콘셉트카 ‘프리셉트’, ‘폴스타 3·4·5’로 이어지는 동안 그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형태를 반복하기보다 전동화 기술이 새롭게 허용한 비례와 구조에 주목했다. 센서를 전면부의 표정으로 바꾼 스마트존과 공기역학을 차체의 일부로 끌어들인 에어로 윙, 뒷유리를 대체한 카메라 역시 이러한 탐구를 거치며 폴스타의 디자인 언어로 자리 잡은 것이다.

폴스타 수석 익스테리어 디자이너 이수범 ⒸPolestar

이 언어를 실제 차체 위에 풀어낸 디자이너 중에는 한국인 이수범Subum Lee도 있다. 폴스타 3의 익스테리어 디자인에 참여해 스마트존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인상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탰고, 폴스타 4에서는 익스테리어 디자인을 수석 디자이너로서 총괄했다. 한국에서 태어난 이수범은 청소년기에 인도로 이주해 낯선 언어로 자신을 충분히 표현하기 어려웠던 시기 그림을 그리며 세상과 소통하는 시선이자 자신만의 언어로 터득했다. 이후 미국 디트로이트의 칼리지 포 크리에이티브 스터디스College for Creative Studies에서 자동차 디자인을 공부하고 스웨덴으로 건너가 경력을 이어왔다. 여러 문화권을 지나온 그의 이력은 차분한 표면 안에 예상하지 못한 긴장을 남기는 디자인과도 맞닿아 있다. 폴스타의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이 특정 지역에서 태어난 사람만의 미감이 아니라, 서로 다른 배경을 지닌 디자이너들이 공유하고 발전시키는 하나의 태도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디자이너는 좋은 디자인을 완성하기 위해 많은 노력은 물론,
때로는 자신의 영혼까지 쏟아붓습니다.
ㅡ 폴스타 수석 익스테리어 디자이너 이수범(Subum Lee)

그 다음으로 이수범 디자이너가 익스테리어 디자인 총괄을 맡아 진행한 폴스타 4의 가장 큰 특징은 브랜드 양산차 최초로 뒷유리 리어윈도 를 완전히 없앴다는 점이다. 리어 윈도가 사라지면서 검은 유리와 금속 패널로 분리되던 일반적인 자동차 후면과 달리, 루프부터 트렁크까지 후면이 끊김 없는 하나의 덩어리 역할을 하면서 매끈하고 단단한 표면이 차체의 끝을 감쌌다. 리어 윈도 하나를 지움으로써 후방 시야와 루프라인, 실내 공간, 후면의 표면과 공기 흐름을 한꺼번에 다시 설계했다는 것이 폴스타 4 디자인의 핵심이다.

2026 현재 폴스타 디자인 부문 최고 디자인 책임자 필립 뢰머스.
과거 폭스바겐 수석 디자이너, 아우디 외장 디자인 총괄을 지낸 25년차 자동차 디자인 경력을 보유한 인물 ⒸPolestar

폴스타의 디자인은 한 사람의 서명으로 완성된 스타일이라기보다, 분명한 원칙을 여러 디자이너가 이어 쓰며 만들어온 축적에 가깝다. 현재 디자인 조직을 이끄는 필립 뢰머스Philipp Römers는 브랜드 유산을 바탕으로 다음 세대의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

로고와 서체로 구축한 폴스타의 아이덴티티

ⒸPolestar

차체에서 확립된 절제는 로고와 글자에도 같은 밀도로 이어진다. 과거 볼보의 고성능 모델에 부착됐던 폴스타 엠블럼은 밝은 시안색 사각형 안에 별을 넣은 형태였다. 독립 브랜드로 전환하면서 강렬한 색과 바탕을 걷어냈고, 별은 대각선으로 마주 보는 두 개의 날개만 남을 때까지 축약됐다. 두 조각 사이의 빈 공간이 나머지 형상을 완성하며, 표면에 새긴 얕은 사선은 차체 위에서 미세한 입체감을 만든다. 자동차 로고가 빠르게 평면화되던 시기에도 물리적인 깊이를 남겨, 크롬이나 색에 기대지 않고 존재감을 확보한 방식이다.

‘zurich design week 2023’ 기간 동안 폴스타 쇼룸에서는
폴스타의 아이덴티티 서체 ‘Unica77’을 활용해 특별한 이야기가 담긴 설치물을 선보임으로써,
서체가 브랜드의 역사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탐구했다. ⒸPolestar
폴스타가 사용하는 서체 ‘Unica77’는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헬베티카와 같은 뿌리를 두고 있다.
두 서체 모두 하스 타입 파운드리(Haas Type Foundry)에서 시작됐지만, 여러 재정적·법적 문제로
유니카는 20년 동안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그러다 2000년대 초, 스위스 서체 회사 ‘리네토’가 ‘Unica77’의
잠재력을 발견해 2015년 완전한 서체로 출시할 수 있었다.
이후 2017년 폴스타가 ‘Unica77’을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채택했다. ⒸPolestar

워드마크를 비롯한 폴스타의 커뮤니케이션에는 ‘Unica77’을 토대로 개발한 전용 서체 ‘Polestar Unica77’이 사용된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던 초기에는 헬베티카도 후보에 올랐지만, 이미 너무 많은 곳에서 사용돼 폴스타만의 인상을 만들기에는 보편적이라고 판단했다. 대신 헬베티카의 명료함과 유니버스의 체계성을 결합하려는 연구에서 1980년 탄생한 스위스 산세리프 서체 ‘Unica’를 선택했다. 이후 취리히의 타입 파운드리 리네토Lineto와 함께 이를 폴스타의 환경에 맞게 확장하면서 제품과 건축, 인쇄물과 디지털 화면을 하나의 글자 체계로 연결했다.

ⒸPolestar

‘Unica77’은 굵기와 기울기, 자간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로 확장돼 왔지만, 폴스타는 그 선택지를 과시하지 않는다. 크기와 굵기의 위계를 제한하고 간격을 정교하게 조율해, 자동차 광고보다는 미술관의 캡션이나 산업 제품의 기술 문서에 가까운 인상을 만들었다. 부품에 기재되는 원산지와 소재, 품번 등의 정보도 숨기는 대신 ‘마킹 프린서플Marking Principle’이라는 그래픽 체계로 발전시킨 것이 특징이다. 작은 글씨와 숫자, 대시로 구성된 표기는 차체와 실내에서 쇼룸과 초대장에 이르기까지 브랜드 언어 전반에서 일관된 모습을 보인다. 폴스타 특유의 단정함은 최근 유행한 산세리프 미학보다 산업 제품의 각인과 스위스 모더니즘의 정보 질서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폴스타 2가 정립한 첫 번째 디자인 문법

Polestar 2 ⒸPolestar
Polestar 2 ⒸPolestar

브랜드 최초의 순수 전기차인 폴스타 2는 지금의 디자인 언어가 양산차에 처음 자리 잡은 모델이다. 전동화를 강조하기 위해 낯선 형태를 앞세우기보다 세단의 안정적인 비례에 해치백의 넓은 개구부를 결합해 패스트백 차체를 완성했다. 단단하게 접힌 면과 프레임을 줄인 사이드미러, 차체와 같은 색으로 처리한 엠블럼은 작은 장식을 더하는 대신 전체의 인상을 또렷하게 만든다. 실내에서는 좌석 센서가 운전자를 감지해 별도의 시동 버튼 없이 주행을 준비하고, 세로형 중앙 디스플레이가 물리 버튼이 맡아온 기능을 명료한 화면 안에 정리한다.

라이트 애시와 블랙 애시 패널은 표면을 균일하게 덮기보다 나무가 지닌 결을 그대로 드러내고, 입체적으로 가공한 장식 패널은 빛의 각도에 따라 미세한 표정을 만든다. 소재의 지속가능성은 별도의 설명으로 덧붙는 가치가 아니라 촉감과 마감, 제작 방식을 결정하는 조건으로 작용한다. 외관의 선과 실내의 소재, 디지털 인터페이스까지 같은 밀도로 정돈한 폴스타 2는 이후 모델들이 각기 다른 차체 안에서 이어갈 디자인의 기준을 세웠다.

SUV의 비례를 다시 그린 폴스타 3와 4

Polestar 3 ⒸPolestar
Polestar 3 ⒸPolestar


이수범 디자이너가 처음 폴스타에 합류해 맡았던 폴스타 3의 경우, 전통적인 SUV 크기와 존재감은 유지하면서도 전기차에 불필요한 형태를 걷어내 공기역학과 센서 기술을 새로운 조형 언어로 드러낸 점이 괄목할만한 요소다. 또 전면으로 들어온 공기를 보닛 위에 밀착시켜 흐르게 함으로써 고압이 형성되는 것을 줄이고, 공력효율을 높일 수 있는 ‘프론트 에어로 윙’을 도입했다. 폴스타 1·2가 매끄러운 표면을 통해 공기저항을 줄였다면 폴스타 3는 ‘에어로 윙’과 ‘리어 에어로 윙’, 후면 양쪽의 ‘에어로 블레이드’를 하나의 공력 체계로 구성했는데 이는 공기역학이 보이지 않는 성능을 넘어, 외관을 결정하는 조형 요소가 된 첫 사례다. 뿐만 아니라, 폴스타 2 초기형까지 남아있던 그릴의 형태를 지우고, 자동차 전면을 ‘공기를 받아들이는 곳’에서 ‘주변을 바라보는 곳’으로 전환했다. 이러한 시도는 폴스타 2 페이스 리프트에도 적용되었지만, 양산차로서는 폴스타 3가 먼저 선보였다.

Polestar 3 ⒸPolestar

실내에서는 크기를 장식으로 채우지 않고 여백으로 사용했다. 앞뒤 좌석 사이를 넉넉하게 벌리고 바닥을 평평하게 정리해, 낮은 루프 아래에서도 공간이 길고 시원하게 이어진다. 대시보드는 수평으로 펼쳐져 시야를 방해하지 않으며, 주행과 조작에 필요한 정보는 중앙 화면과 운전자 디스플레이에 역할에 따라 나뉘어 담긴다. 울과 나파 가죽의 촉감, 절제된 색조와 자연스럽게 스미는 빛은 간결한 구조에 온기를 더한다.

폴스타 4는 쿠페의 낮은 실루엣과 SUV의 뒷좌석 공간 사이에서 전혀 다른 답을 택했다. 두 조건을 절충하기 위해 루프라인을 높이는 대신 뒷유리를 없애고, 지붕에 설치한 카메라와 고해상도 디지털 룸미러로 후방 시야를 확보했다. 유리가 차지하던 구조에서 자유로워지면서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를 뒷좌석 탑승자의 머리 뒤까지 확장할 수 있었고, 헤드룸도 한층 여유로워졌다. 오랫동안 이어진 자동차의 관습을 기술로 치환해 공간과 비례를 함께 지켜낸 선택이다.

Polestar 4 ⒸPolestar

이러한 실험은 실내에서도 이어진다. 태양계에서 영감을 얻은 조명은 아홉 개 행성을 테마로 서로 다른 분위기를 만들고, 시트에 적용된 ‘테일러드 니트’는 재활용 PET 원사를 필요한 형태에 맞춰 제작한 소재다. 패션과 풋웨어에서 사용해온 제작 방식을 자동차 안으로 가져오면서 소재의 낭비를 줄이고, 단단한 패널과 가죽이 중심이던 실내에 부드러운 표정을 더했다. 폴스타 4에서 기술은 거대한 장치로 존재감을 주장하기보다 시야와 자세, 빛과 촉감을 바꾸며 탑승자가 머무는 방식 안으로 스며든다.

프리셉트에서 폴스타 5로 이어진 실루엣

Polestar 5 ⒸPolestar

폴스타 5는 2020년 공개한 콘셉트카 ‘프리셉트Precept’가 예고한 미래를 양산차로 옮긴 모델이다. 당시 프리셉트가 폴스타의 디자인과 기술, 지속가능성에 관한 선언이었다면, 2025년 공개된 폴스타 5는 그 선언에 실제 속도와 무게를 부여한 4도어 퍼포먼스 그랜드 투어러다. 낮게 내려앉은 전면부와 길게 흐르는 루프, 뒤쪽에서 단정하게 잘라낸 캄 테일이 팽팽한 실루엣을 만든다. 불필요한 굴곡 없이 차체를 길게 당겨낸 표면에서는 항공기의 날개를 참조한 디자인이 읽힌다.

Polestar 5 ⒸPolestar

그 아래에는 폴스타가 자체 개발한 전용 알루미늄 플랫폼 ‘폴스타 퍼포먼스 아키텍처Polestar Performance Architecture’가 놓인다. 알루미늄 부재를 접착하고 경화하는 방식으로 차체의 무게를 줄이는 동시에 높은 비틀림 강성을 확보했으며, 800V 전기 시스템과 자체 개발한 모터도 하나의 구조 안에서 설계됐다. 완성된 외형에 기술을 끼워 넣은 것이 아니라 플랫폼과 공기역학, 구동 시스템을 함께 개발하며 차체의 비례를 결정한 것이다. 폴스타 5는 프리셉트의 인상을 닮은 양산차를 넘어, 브랜드가 그려온 디자인의 미래를 구조와 성능으로 증명한 결과에 가깝다.

폴스타가 전기차 디자인에 남긴 새로운 기준

ⒸPolestar

폴스타가 자동차 업계에 남긴 흔적은 특정한 선이나 형태가 얼마나 반복됐는지만으로 가늠하기 어렵다. 초기 전기차 상당수가 내연기관의 비례와 그릴 이미지를 그대로 유지하던 시기에, 폴스타는 달라진 기능에서 새로운 표정을 찾았다. 엔진을 냉각하던 그릴은 카메라와 레이더를 모은 스마트존으로 바뀌었고, 뒷유리가 담당하던 후방 시야는 카메라와 디스플레이가 이어받았다. 폴스타 2에는 세계 최초로 구글을 내장한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운영체제를 적용해, 자동차의 인터페이스를 출고 당시의 기능에 머무는 장치에서 지속적으로 갱신되는 디지털 환경으로 확장했다. 사라진 기능의 형태를 관습처럼 남겨두지 않고, 새롭게 들어선 기술이 자동차의 외관과 경험을 다시 그리도록 한 것이다.

이와 같은 원칙은 차체와 실내를 넘어 소재와 인터페이스, 로고와 서체, 리테일 공간까지 이어졌다. 자동차를 구성하는 각 영역을 따로 꾸미기보다 사용자가 폴스타를 마주하는 모든 순간에 동일한 질서와 밀도를 부여했다. 2020년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Red Dot Design Award 브랜드 & 커뮤니케이션 디자인Brands & Communication Design 부문에서 ‘올해의 브랜드Brand of the Year’를 수상한 데에 이어 폴스타 2가 2021년 제품 디자인Product Design 부문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Best of the Best’를 받은 일은 이러한 접근이 하나의 완성된 디자인 체계로 인정받았음을 보여준다. 폴스타가 전동화 시대의 변화를 혼자 이끈 것은 아니지만, 전기차를 새로운 동력원을 얹은 자동차가 아니라 차체와 화면, 소재와 브랜드 경험까지 처음부터 다시 설계해야 하는 대상으로 바라보게 만든 선명한 사례다.

Editor’s Comment

폴스타를 오래 들여다볼수록 눈에 남는 것은 특정한 선이나 소재가 아니라, 서로 다른 선택을 하나의 태도로 묶는 힘이다. 미니멀리즘을 매끈한 표면과 무채색 팔레트로 재현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무엇을 덜어내고 무엇을 끝까지 남길지, 그 판단을 모델과 화면, 글자와 소재에 이르기까지 흔들림 없이 이어가는 일은 전혀 다른 문제다. 폴스타의 디자인이 지닌 가치는 미래적인 인상보다 이 꾸준한 자기 절제에 있다고 본다. 빠르게 낡아가는 미래의 이미지보다 오래 남는 것은, 세대가 바뀌어도 다음 선택을 이끌 수 있는 분명한 기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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