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ial

골동의 낡음을 지금의 모던으로, 고가구 상점 ‘고복희’

1970년대 형성된 이후 50여 년의 시간이 쌓인 답십리 고미술상가. 최근 이곳에 발길이 늘어난 이유는 그저 오래된 물건을 구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골동품을 향한 애정을 바탕으로 물건을 고르고 소개하는 가게들의 안목을 접하려는 이유가 더해졌다. ‘고복희’는 세월의 흔적을 품은 골동을 지금의 생활 안으로 불러온다.

Editorial

골동의 낡음을 지금의 모던으로, 고가구 상점 ‘고복희’

1970년대 형성된 이후 50여 년의 시간이 쌓인 답십리 고미술상가. 최근 이곳에 발길이 늘어난 이유는 그저 오래된 물건을 구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골동품을 향한 애정을 바탕으로 물건을 고르고 소개하는 가게들의 안목을 접하려는 이유가 더해졌다. ‘고복희’는 세월의 흔적을 품은 골동을 지금의 생활 안으로 불러온다.

Editorial

골동의 낡음을 지금의 모던으로, 고가구 상점 ‘고복희’

1970년대 형성된 이후 50여 년의 시간이 쌓인 답십리 고미술상가. 최근 이곳에 발길이 늘어난 이유는 그저 오래된 물건을 구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골동품을 향한 애정을 바탕으로 물건을 고르고 소개하는 가게들의 안목을 접하려는 이유가 더해졌다. ‘고복희’는 세월의 흔적을 품은 골동을 지금의 생활 안으로 불러온다.

‘시간의 흔적과 아름다움이 교차하는 고가구 상점’이라는 문구로 공간을 소개하는 고복희는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에 아뜰리에와 소품상점을 운영 중이다.

오래된 물건이 품은 미학을 찾는 이들이 답십리 고미술상가에 모이며, 낡은 것으로만 느껴지던 ‘골동’에서 새로운 흐름이 읽힌다. 골동품을 쌓아두고 판매하는 방식을 벗어나, 지금의 시선에서 사물을 선별해 배치하는 ‘고복희’. 이곳은 오래된 물건에 남은 흔적에서 발견한 고유한 아름다움을 일상 속으로 불러온다. 현대적 감각으로 과거의 골동을 다루는 고복희의 이야기를 전한다.

* 아래 인터뷰는 김성호·김지은 부부의 공동 답변입니다.

두 사람의 수집이 ‘고복희’가 되기까지

— 소품상점과 아뜰리에로 운영 중인 ‘고복희’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고복희는 오래된 물건을 지금의 감각으로 편하게 바라보고 즐길 수 있도록 소개하는 공간이에요. 고복희 대표이자 아뜰리에를 운영하는 김지은, 매주 토요일 고복희 소품상점을 운영하는 매니저 김성호, 이렇게 아내와 남편이 함께합니다. 옛 고, 복 복, 쌍희 희 글자를 쓰는 이름처럼, 오래된 것에서 오는 기쁨과 즐거움을 일상 속으로 가져오는 일을 하고 있어요.

— 골동품을 수집하게 되신 계기부터 여쭤보고 싶어요. 또, 그 수집이 고복희라는 공간으로 이어진 이유도 궁금하고요.
빈티지를 좋아하는 취향 탓에 서양 가구 수집을 먼저 시작했고, 이후 한국 고미술품에도 관심이 생겼어요. 어느 순간 옛 물건을 쓰거나 곁에 두는 게 습관처럼 자리 잡았고요. 지금 생각해 보면, 한국 골동을 좋아해야겠다고 다짐했다기보다, 한국인이라서 자연스럽게 끌렸던 것 같아요. 직장에서 월급을 받으면 곧장 답십리나 인사동으로 달려가 그동안 갖고 싶었던 고미술품을 모으기 시작했는데, 개인적으로 수집한 가구들의 덩치가 커지며 마련한 보관 공간이 지금의 고복희가 되었어요. 고가구와 골동이 품은 아름다움과 기쁨을 저희만 누리지 않고, 더 많은 분이 접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고복희라는 공간으로 이어졌습니다.

— 고복희에서 사람들에게 ‘보여줄 것’을 결정하는 셀렉션 기준은 무엇인가요?
셀렉션 기준은 단순해요. ‘우리의 사적인 공간에 놓였을 때 기존의 가구를 바꾸지 않아도 공간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는가’, ‘시간의 결은 남기되 공간에 부담스럽지 않고 오브제로서도 충분히 멋있는가’. 이 두 가지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너무 개인적인 취향이거나, 관리가 까다로워서 처음 오시는 분들께 장벽으로 느껴질 만한 것들은 잠시 숨겨두기도 해요.

— 한국 외에도 프랑스, 중국, 일본 등 다양한 나라의 기물을 소개하고 계시죠. 특히, 해외 기물을 수집하는 과정도 궁금해요.
고복희에서 소개하는 기물은 주로 한국 골동이고, 특히 조선시대 이전과 이후 연대를 중심으로 수집하고 있어요. 하지만 좋은 것이라면 다른 나라의 기물도 가리지 않아요. 특히 중국, 일본은 우리나라와 영향을 주고받아 비슷한 결에서 오는 편안함과 디테일의 차이를 발견하는 재미가 있어요. 해외의 크고 작은 앤틱 페어에 주기적으로 방문해 많은 것을 배우기도 해요. 아뜰리에를 채우는 미드센츄리 가구들은 개인 수집에 가까워요. 특히 피에르 잔느레Pierre Jeanneret, 샬로트 페리앙Charlotte Perriand, 피에르 샤포Pierre Chapo 같은 디자이너의 가구를 좋아해서 소장하고 있어요.

— 고복희의 물건들은 골동품답게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면서 동시에 모던한 인상을 줍니다.
일부러 ‘모던하게 보이도록’ 연출하는 건 아니에요. 골동 본연이 가진 형태, 쓰임, 시간이 잘 보이도록 노력하죠. 단순한 형태의 물건은 그 주변이 간결해야 선이 살아나요. 쓰임이 분명한 물건은 ‘원래 어떤 물건인지’가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게 좋고요. 세월의 흔적은 숨기지 않습니다. 그런 부분들이 오히려 지금의 감각으로 와닿는 게 아닌가 싶어요.

오래된 물건을 현대의 감각으로, 아뜰리에와 소품상점

— 2023년 아뜰리에를 먼저 오픈한 뒤, 2025년 답십리 소품상점으로 확장됐어요. 고복희를 두 개의 공간으로 분리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원래 아뜰리에는 이름처럼 개인적인 수장고이자 작업실이었어요. 저희가 소장하는 큰 가구들과 좋아하는 도자기 등을 모아두고 빈티지 가구와 고가구의 멋진 합을 연출하는 공간이었죠. 그래서 모두에게 개방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어요. 어떤 기물이 판매되면 그 자리를 채울 것을 찾기 위한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해서, 공간에 변주를 주면서 선보이고 싶다는 생각이에요. 현재 재정비를 갖고 있는데, 다가올 5월에 운영을 재개할 예정이에요. 아뜰리에는 기존의 수장고 역할을 유지하면서 봄과 가을에만 오픈하려고 해요.

— 아뜰리에는 입구에서부터 파란 문과 거치문이 사뭇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소품상점보다 밀도 있는 경험을 제안하는 공간이라고 느껴집니다.
고가구만 있다면 자칫 공간이 너무 무거워질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분위기를 환기해 줄 무언가가 필요했어요. ‘일상과 다른 장면으로 들어가는 입구’ 같은 느낌을 주고자 했어요. 설명이 길지 않아도, 문 하나로 공기의 결이 바뀌도록 의도했어요. 소장품 중 거치문이 표현된 망와望瓦와 일치하여 보여드리고 있어요. 파란 문은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의 공간에서 영감을 얻었는데, 파란색이 주는 단정함과 긴장감이 아뜰리에를 잘 나타내는 것 같아요.

— SNS에서는 종종 기물에 담긴 이야기를 고복희만의 시선으로 소개해 주시기도 하죠. 지금 소품상점에서 만날 수 있는 골동품 하나를 소개해 주신다면요?
조선 후기 백자 중 굽 높은 원형 접시와 사각 편대를 소개하고 싶어요. 모던한 오브제와 함께 배치했을 때, 시대와 재질의 차이에서 오는 이질감이 정말 재미있거든요. 두 골동품 모두 조상에게 감사를 드리고, 복을 기원하는 목적으로 쓰였던 기물이라 의미도 좋아요. 아무것도 올려두지 않아도 그 자체로 아름답고, 비교적 부담 없이 시작하기 좋은 가격이기에 추천합니다.

— 곧 계절의 변화를 알리는 절기 ‘입하立夏’가 다가옵니다. 여름의 초입에서 집에 들이기 좋은 골동품이 있을까요?
입하 즈음부터는 차가운 음료를 많이 마시게 되니까, 얇고 가벼운 기물을 추천하고 싶어요. 예를 들면 조선시대 소반 상판을 트레이처럼 사용해 음료를 올려두거나 쟁반으로 쓰는 거죠. 대나무나 왕골, 짚풀로 만든 발도 좋아요. 공간에 두는 것만으로 공기가 한결 가벼워지고, 계절의 변화가 가장 빠르게 다가오거든요.

형태를 넘어, 골동을 새롭게 감각하는 방식

— 고복희라는 공간을 향으로 풀어 ‘고향·복향·희향’을 직접 제작하셨어요.
‘우리의 향’에 대한 질문에서 작업을 출발했어요. 조선시대 기물 중 향로와 향합, 향낭, 노리개 등 향과 관련된 물건이 정말 많은데요. 우리 민족이 향을 즐겼다는 건 분명한데, ‘한국의 향’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거의 없는 것 같았어요. 고복희의 정체성을 담아 우리의 향을 찾고자 했습니다. 전통 방식을 계승해 직접 향을 제조하는 향당香堂을 찾았어요. 오래 태워도 부담스럽지 않고, 최대한 자연스러운 향이 전달되기를 바라며 인공 첨가물 없이 침향과 울릉도 향나무를 비롯한 귀한 약재들로 만들었습니다.

— 르모듈러와 진행한 전시 〈형•심; 형태와 마음〉, 박소희 작품전 〈남겨진 그림자〉, 레반다빌라와 함께한 〈미미회〉 등 다양한 협업 전시를 선보이고 있어요. 고복희를 공간 이상으로 확장하게 된 이유나 계기가 있을까요?
특별한 계기라기보다, 고복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방향과 맞물리면서 자연스럽게 이어졌어요. 골동은 우리 삶 가까이에서 사용하던 물건이기도 하지만 장식품이기도 해요. 생활용품으로 쓰이던 물건이 지금은 훌륭한 오브제의 역할을 하죠. 그 가능성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싶었어요. 고복희가 추구하는 의미와 가치를 선명하게 담은 단독 전시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보여주고자 하는 장면을 잘 전달할 수 있는 환경, 시기와 공간, 전시할 기물을 고민 중이에요. 그에 앞서 6월 초 아뜰리에에서 조선 초기 도자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 골동품은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을 물질화한 존재처럼 느껴집니다. 그 ‘오리지널리티’는 어디에서 비롯된다고 보시나요?
각자 기준은 다르지만 고가구에서는 보통 본래 모습을 간직한 19세기 조선 가구들을 ‘오리지널’이라고 불러요. 하지만 고복희는 세월에 따라 수리된 흔적도 모두 품어 보여드리고 있어요. 고쳐쓸 수밖에 없는 가구의 숙명을 이해하고, 보다 넓은 의미의 오리지널리티를 따르려고 합니다. 감상만 하지 않고, 실제로 묻어나는 생활감과 세월까지 안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건이 가진 쓰임의 논리와 형태를 들여다보고, 왜 그 형태여야 했는지, 왜 그 재료였는지, 그리고 그 위에 쌓인 시간이 만든 균형들을 살펴보려고 하죠. 골동을 ‘시간이 물질이 된 것’처럼 느낄 때도 많아요. 그래서 시간의 흔적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흔적이 불편함이 아니라 고유한 매력으로 남아, 지금의 공간과 생활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만들려고 해요.

— 고복희를 운영하시면서 이전과 달리 물건을 대하는 방식도 달라졌나요? 새롭게 배우거나 깨닫게 된 점이 있는지도 궁금해요.
과거에는 ‘내가 좋아하는 물건’ 중심이었다면, 고복희를 운영하면서 ‘이 물건이 누군가의 집에서 어떻게 살아갈지’를 더 생각하게 됐어요. 많은 물건을 접하고 다루다 보니 자연스럽게 안목이 높아진 것도 큰 수확이었죠. 그래도 고복희를 통해 가장 크게 얻은 건 ‘사람’이에요. 소품상점을 여는 매주 토요일은 비슷한 취미를 가진 ‘골동 친구들을 만나는 날’이라는 생각에 설레거든요. 오래된 물건이 만들어준 새로운 인연이 정말 큰 의미가 돼요.

골동의 현주소, 그리고 고복희

조선 후기에 만들어진 흑칠 오동 의걸의장의 묵직함 위에 작은 기물을 얹어 여유를 더했다.

— 최근 들어 답십리 고미술상가가 북적이는 모습을 보며 변화를 체감하시는지 궁금해요. 그 변화의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주말 기준으로 2025년 1월 오픈 이후 상반기까지는 소품상점에 하루 4~8팀 정도 오시던 날이 많았는데, 하반기부터는 하루 방문이 3~4배 이상 늘었으니 확실히 변화를 체감하고 있어요. 올해 초부터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분이 답십리를 찾는 분위기인데요. 오랫동안 엄격한 기준으로 한국 골동을 수집하고 지켜오신 ‘골동 어르신’들의 노력 덕분에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환대의 마음도 지금의 활기를 만드는 데 정말 큰 역할을 했다고 봐요.

— 이러한 흐름 속에서 골동을 현대적 시선으로 소개하는 ‘젊은 골동’ 가게들의 역할도 중요한 축을 차지하는데요. 젊은 골동 가게로서 고복희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오랫동안 답십리 고미술상가의 어르신들이 쌓아오신 토대 위에서 골동을 지금의 언어로 번역하는 역할에 가까워요. 이 관심이 유행처럼 스쳐 가지 않고, 깊이와 공감이 짙어질 수 있도록 더 깊게 무르익고 싶습니다. 골동이 더 많은 사람에게 지속될 수 있는 문화로 자리 잡도록 작은 도움이라도 준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아직 배워야 할 것들이 많아서 더 공부해야겠다는 마음도 크고요. 무언가 기여한다기엔 아직 섣부르게 느껴지기도 해서, 겸손한 태도로 고복희만의 기준을 쌓아가는 단계라고 생각해요.

— ‘오래된 것으로부터 오는 즐거움과 기쁨’이라는 의미를 담은 이름처럼, 고복희를 통해 얻는 기쁨은 무엇인지 궁금해요.
수집의 기쁨은 배가 되었고, 무엇보다 새로운 인연과 골동 친구들, 그리고 골동에 대한 배움을 얻고 있어요. 고복희에 방문하신 분들이 ‘우리나라 가구와 도자기가 이렇게 아름답고 매력적이었구나’라며 골동이 가진 미학에 공감해 주실 때 가장 기뻐요. 더 많은 분이 이런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더 쉽고 편하게 골동에 다가갈 기회를 만들고 싶어요.

— 그 기쁨을 지속하며, 앞으로 고복희가 어떤 공간으로 자리하기를 바라시나요?
존경하고 사랑하는 주변 골동가게 어르신들처럼 고복희도 오래 함께하며 ‘골동 사랑방’ 같은 공간이 되면 좋겠어요. 부담 없이 찾아와서 이야기하고, 취향을 나누고, 또다시 찾아오는 장소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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