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ation

올해 주목해야 할 국내 신규 미술관 4

서로 다른 배경과 목적을 지닌 국내 미술관 4곳이 새롭게 문을 연다. 세계적 미술관의 분관부터 지역 문화 프로젝트까지.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온 예술의 장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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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주목해야 할 국내 신규 미술관 4

서로 다른 배경과 목적을 지닌 국내 미술관 4곳이 새롭게 문을 연다. 세계적 미술관의 분관부터 지역 문화 프로젝트까지.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온 예술의 장을 만나보자.

Curation

올해 주목해야 할 국내 신규 미술관 4

서로 다른 배경과 목적을 지닌 국내 미술관 4곳이 새롭게 문을 연다. 세계적 미술관의 분관부터 지역 문화 프로젝트까지.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온 예술의 장을 만나보자.

최근 국내에서도 다양한 형식의 예술을 접할 기회가 늘어나며, 전문가뿐 아니라 일반 관람객의 관심 역시 꾸준히 높아지는 분위기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미술관이 늘어난다는 사실은 반가운 소식이다.

일상에 뉴미디어 언어를 더하다, 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

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은 금천구청과 아파트 단지, 초등학교가 맞닿은 일상에 자리하며 도심 한가운데에 예술적 장면을 더한다. Ⓒ서울시

뉴미디어New Media는 프레임에 갇혀 있지 않고 매체와 퍼포먼스를 통해 다양한 감각과 경험을 선사하며 기존의 예술 문법을 해체한다. 미디어 기술이 일상과 더욱 밀접한 방향으로 발전하면서 뉴미디어 아트 또한 주목을 받고 있는데,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뉴미디어를 중심에 둔 첫 공립 미술관이 탄생했다. 지난 3월 12일 서울 금천구에 개관한 ‘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은 서울 서남권 최초의 공립 미술관이자 서울시립미술관의 8번째 분관으로, 뉴미디어 아트의 거점을 지향하며 문을 열었다. 금천구는 1980년대까지 구로구와 함께 제조업 중심의 산업 공단로 기능했고, 1990년대 이후에는 디지털 산업단지로 재편됐다. 제조에서 디지털로 이어진 지역성의 전환은 기술 발전을 바탕으로 형성된 뉴미디어의 성격과 맞닿아 있다.

풍경의 색을 머금는 외관과 낮게 펼쳐진 구조는 주변에 스며들 듯 자리한다. Ⓒ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
주변 도로와 공원, 건물 내부를 유기적으로 잇는 동선은 지하와 옥상까지 전시가 확장될 수 있도록 설계됐다. ⒸTHE_SYSTEM LAB

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은 더 시스템 랩THE_SYSTEM LAB 김찬중 건축가가 참여해, ‘공원 속 일상의 미술관’을 콘셉트로 완성했다. 공원과 건물, 지하 2층부터 지상 1층까지 연결되는 보행 동선은 어느 방향에서든 자연스럽게 미술관으로 발길이 흘러들도록 설계됐다. 또한, 저층 설계와 외부 풍경을 반사해 어우러지는 스테인리스 스틸 외관을 통해 아파트 단지 사이에 위화감 없이 녹아든다.

뉴미디어 아트는 이제 화면 속에 머무르지 않고 물리적 공간으로 확장되어 관객과 상호작용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개관전 〈호흡〉은 미디어와 퍼포먼스를 매개로 기술적 매체와 신체적 행위가 교차하는 지점을 탐색한다. 건립기록전 〈우리의 시간은 여기서부터〉는 10여 년에 걸친 건립 과정과 서울 서남권의 서사를 통해 미술관 탄생부터 앞으로의 가능성을 시간과 장소, 공동체의 기억과 엮어낸다. 전시는 로비와 하역장 셔터, 잔디마당 등 곳곳에서 펼쳐져 기존 전시의 문법을 뛰어넘는다. 서서울미술관은 일상에 스며든 예술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동시에 뉴미디어 언어를 실험하는 플랫폼으로 자리할 예정이다.

주소 서울 금천구 시흥대로79길 65
운영 시간 월~금 09:00~22:00, 토~일 및 공휴일 09:00~21:00
홈페이지 https://sema.seoul.go.kr/kr/visit/seoseoul

서울 여의도에서 만나는 파리의 미술, 퐁피두센터 한화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과 함께 파리 3대 미술관으로 손꼽히는 퐁피두센터. 1977년 개관했으며, 건축가 렌조 피아노(Renzo Piano)와 리처드 로저스(Richard Rogers)가 설계한 건물은 컬렉션만큼이나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한화문화재단
수직으로 뻗은 황금빛의 63빌딩과 대비를 이루는 수평적 구조, 백색의 외관으로 태어날 퐁피두센터 한화의 모습 ⒸWilmotte & Associés

최근 한국 미술이 세계적으로 주목받음과 동시에 다양한 작가와 작품이 한국을 찾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프랑스 파리를 대표하는 현대미술관 퐁피두센터Centre Pompidou가 서울 여의도에 새로운 거점을 마련한다. 퐁피두센터는 2025년 9월부터 2030년까지 대규모 보수 공사를 진행함에 따라 파리 본관을 대신할 분관과 협력 미술관을 확장하는 중이다. 분관은 프랑스 메츠에 단독으로 운영되며 스페인, 벨기에, 그리고 중국에 이어 서울에 네 번째 협력 미술관 ‘퐁피두센터 한화’가 오는 6월 문을 열 예정이다. 퐁피두센터 한화는 한화문화재단과의 파트너십으로 추진됐다.

해가 지면 유리 파사드에 스며든 빛이 외부로 번지며 ‘문화적 신호등’과 같은 장면을 형성한다. ⒸWilmotte & Associés
건물 1층에는 한강과 맞닿은 풍경을 향해 열린 휴식 공간이 마련된다. ⒸWilmotte & Associés

컬렉션은 물론 건축 자체가 하나의 상징이 된 퐁피두센터의 정체성은 서울에서도 유효하게 적용된다. 설계는 프랑스 건축가 장-미셸 빌모트Jean-Michel Wilmotte가 맡았다. 루브르 박물관Louvre Museum 리노베이션을 비롯해 가나아트센터, 인천국제공항 등 다양한 프로젝트에서 보여진 그의 건축 언어는 이번에도 절제된 형태로 공간의 밀도를 구축한다. ‘빛의 상자’라는 개념에서 출발해, 63빌딩의 수직성과 대비되는 수평적 구조로 설계되었는데, 약 150m에 이르는 유리 파사드가 내부의 빛을 외부로 확산시키며 ‘문화적 신호등’처럼 도시를 밝힌다. 1층에는 정원을 조성해 한강을 품은 지리적 장점을 드러낸 것 또한 인상적이다.

2개의 대형 전시관을 갖춘 설계안 ⒸWilmotte & Associés

6월 개관과 함께 시작되는 첫 전시는 10월까지 운영될 예정이며 전시 제목은 아직 공개 전으로, 퐁피두센터 컬렉션의 중요한 축 가운데 하나인 입체주의를 중심으로 구성된다고. 조르주 브라크Georges Braque와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의 초기 작업부터 입체주의의 확장 과정을 조망할 것으로 보인다. 개관전을 시작으로 한화와 퐁피두의 계약 기간인 4년 동안 매년 두 차례씩 퐁피두센터의 주요 컬렉션을 선보이는 전시를 진행하며, 세계 현대미술의 흐름을 소개하는 프로그램도 열릴 예정이다. 퐁피두센터 한화는 파리에서 축적된 유산을 서울로 불러오며 두 도시를 잇는 문화적 접점으로 기능함과 동시에 현재의 현대미술 플랫폼으로 자리할 것으로 기대해 본다.

소멸 위기의 섬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을, 플로팅 뮤지엄

안좌도의 치동저수지 위에 조성될 플로팅 뮤지엄의 조감도 Ⓒ신안군
안좌도에 조성 중인 플로팅 뮤지엄의 모습 ⒸYANAGI+ARTBASE

사라질 위기에 놓인 지역을 되살릴 방법은 무엇일까. 전라남도 신안군은 공공미술에서 그 답을 찾았다. 1,000여 개의 섬이 흩어져 있는 신안군은 풍부한 자연을 품은 동시에 지리적 고립이라는 조건을 안고 있는 지역이다. 신안군은 이러한 한계를 2007년부터 ‘1도 1뮤지엄Museum’ 프로젝트라는 문화적 실험으로 돌파하며 변화의 가능성을 모색해 왔다. 단순한 문화 시설 확충을 넘어 지역의 구조를 새롭게 설계하려는 시도로, 지금까지 12개 섬에 미술관·박물관 15곳을 완공했으며 총 15개 섬에 26곳을 마련하겠다는 목표다.

신안군의 수많은 섬과 지구의 7개 대륙을 상징하는 큐브 건물들. 주변 풍경을 모방하는 다층적인 반사를 통해 주변 풍경을 모방하며 몽환적인 장면을 만들어낸다. ⒸYANAGI+ARTBASE

그중 16번째 프로젝트 ‘플로팅 뮤지엄Floating Museum’이 오는 7월 개관 예정이다.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 김환기의 고향인 안좌도에 수상 구조로 조성되며, 작가의 삶과 작품을 중심으로 채울 계획이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이 모인다. 물 위에 떠 있는 큐브 형태의 건물은 일본 현대미술가 야나기 유키노리Yanagi Yukinori가 신안군을 대표하는 천일염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했다. 그는 일본 이누지마 지역의 아트 프로젝트를 통해 폐허가 된 구리 제련소를 친환경 미술관으로 탈바꿈시킨 경험을 지니고 있어, 산업 유산을 예술로 재해석한다는 맥락은 신안군의 시도와 결을 같이 한다.

한편, 신안군에는 이미 세계적 작가들이 함께하고 있다. 대형 설치작품으로 자연의 경이로움을 표현하는 덴마크 출신 작가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은 2024년 도초도에 〈숨결의 지구Breathig earth sphere〉를 공개했다. ‘빛의 마술사’로 불리는 미국 작가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은 노대도에 전용 미술관 건립을 논의 중이며, 올해에는 영국 작가 안토니 곰리Antony Gormley의 작품 공개가 예정되어 있다.

연희동에서 이어지는 박서보의 유산, 박서보미술관

서울 연희동에 들어설 첫 번째 박서보미술관의 조감도 Ⓒ박서보재단

다가올 8월, 한국 단색화를 대표하는 박서보 작가의 예술 유산을 한 자리에 만날 수 있는 ‘박서보미술관’이 문을 연다. 9월 초 열리는 국제 아트 페어 ‘프리즈 서울Frieze Seoul’ 시기에 맞춰 개관을 준비 중으로, 서울을 찾을 국내외 미술 관계자와 관람객들에게 박서보 작가의 유산을 회고하는 계기를 제공할 계획이다.

작가가 생전에 거주했던 주택을 개조한 연희동의 박서보재단. 2019년 설립된 비영리 재단으로, 사전 예약을 통해 내부 갤러리와 작업실 등을 소개하는 도슨트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박서보재단
최문규 건축가의 설계로 완성될 연희동 박서보미술관의 조감도 Ⓒ박서보재단

박서보미술관은 작가가 생전에 기증했던 3,000여 점의 작품을 기반으로 채워진다. 애초 제주와 부산에도 조성이 계획되었으나, 박서보 작가가 오랫동안 거주하며 예술 활동을 이어왔던 연희동에 첫 문을 열면서 작가의 삶과 예술 세계를 입체적으로 조명하는 장소가 될 예정이다. 설계는 가아건축사사무소의 최문규 건축가가 맡았다. 그는 대구간송미술관,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 등을 통해 문화 공간의 가능성을 제시해 왔는데, 이번 프로젝트에서 박서보 작가의 세계를 어떻게 구현해 낼지에 대한 기대 역시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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