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ial

셀러브리티 스타일의 진짜 권력자, 파워 스타일리스트 5

과거 패션이 디자이너 중심의 산업이었다면, 지금은 스타일리스트가 미디어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매개체가 되었다. 옷을 입히는 사람을 넘어 셀러브리티의 캐릭터를 설계하고 대중의 욕망까지 조율하는 역할을 하는 스타일리스트 5인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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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러브리티 스타일의 진짜 권력자, 파워 스타일리스트 5

과거 패션이 디자이너 중심의 산업이었다면, 지금은 스타일리스트가 미디어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매개체가 되었다. 옷을 입히는 사람을 넘어 셀러브리티의 캐릭터를 설계하고 대중의 욕망까지 조율하는 역할을 하는 스타일리스트 5인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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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러브리티 스타일의 진짜 권력자, 파워 스타일리스트 5

과거 패션이 디자이너 중심의 산업이었다면, 지금은 스타일리스트가 미디어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매개체가 되었다. 옷을 입히는 사람을 넘어 셀러브리티의 캐릭터를 설계하고 대중의 욕망까지 조율하는 역할을 하는 스타일리스트 5인을 소개한다.

스타일리스트가 단순히 ‘옷을 입혀주는 사람’에 머물던 시대는 끝났다. 오늘날의 레드카펫과 파파라치 컷은 철저하게 계산된 런웨이이자, 대중의 지갑을 여는 가장 강력한 쇼윈도다. 지금 패션계에서 가장 막강한 권력을 쥔 이들은 디자이너도, 셀럽 본인도 아닌, 그들의 이미지를 조율하고 대중의 소비 패턴을 쥐락펴락하는 ‘파워 스타일리스트’들이다. 특정 아카이브 피스의 가격을 폭등시키고, 틱톡의 메가 트렌드를 창조하며, 셀럽을 하나의 거대한 브랜드로 조각해 내는 시대의 시각적 선구자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지금 가장 뜨거운 패션 모멘트를 설계하고 있는 5인의 트렌드 디렉터를 조명한다.

로 로치: 메소드 드레싱의 창시자

스타일리스트 로 로치 ⒸLaw Roach

최근 액터 어워즈Actor Awards 레드 카펫에서 “젠데이아Zendaya와 톰 홀랜드Tom Holland는 이미 결혼식을 치렀다”고 언급하며 화제가 된 스타일리스트 로 로치Law Roach는 스타일링을 서사로 끌어올린 인물이다.로 로치와 젠데이아의 인연은 디즈니 채널 아역으로 활동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콧대 높은 하이엔드 브랜드들은 어린 젠데이아에게 옷을 협찬해 주길 거절했고, 로 로치는 이에 굴하지 않고 빈티지 숍을 뒤지고 무명 디자이너들의 옷을 직접 구매해 입히며 그녀만의 독보적인 스타일을 구축해 나가며 10여 년 이상의 파트너십을 이어가고 있다.

로 로치는 젠데이아를 통해 영화의 세계관을 현실의 레드카펫으로 연장하는 ‘메소드 드레싱Method Dressing’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메소드 드레싱은 캐릭터와 배우를 긴밀하게 연결하는 스타일링을 뜻하는 것으로, 로 로치 이후에 이러한 마케팅 기법을 활용하는 이들이 더욱 많아졌다. 영화 〈듄: 파트 2〉 런던 프리미어에서 꺼내든 1995년 아카이브 뮈글러Mugler 로봇 수트는 패션 역사에 남을 찬사를 받았고, 영화 〈챌린저스〉 프레스 투어 당시 선보인 테니스 룩은 전 세계적으로 ‘테니스 코어’ 열풍을 일으켰다. 이처럼 로 로치에게 옷은 셀럽의 캐릭터를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가장 강력한 스피커다.

테일러 맥닐: 새로운 남성성의 조율사

스타일리스트 테일러 맥닐 ⒸTaylor McNeill

현재 할리우드와 팝 신에서 가장 상징적인 남성들의 스타일링 뒤에는 테일러 맥닐Taylor McNeill이 있다. 테일러 맥닐은 현재 남성 셀럽들이 커리어의 전환점을 맞이할 때 가장 먼저 찾는 이름이다. 그는 과장된 치장 없이도 인물이 가진 고유의 아우라를 극대화하는 데 탁월하다. 맥닐의 손을 거친 룩들은 동시대 남성들이 가장 모방하고 싶어 하는 실질적인 레퍼런스가 되며, 스트리트와 하이엔드의 경계를 허무는 남성복 소비의 새로운 지표로 작용하고 있다.

테일러 맥닐은 최근 〈마티 슈프림〉으로 골든 글로브Golden Globes 시상식에서 남우 주연상을 수상한 티모시 샬라메Timothée Chalamet에게 1950년대 분위기를 연출해 슬리지 보이Sleazy Boy 스타일의 아이콘으로 만들었고, 영화 〈F1〉 프레스 투어에서 61세의 브래드 피트Brad Pitt를 완벽하게 쿨한 모습으로 변신시켰다. 기존의 클래식하고 무난한 수트 대신 실크 블라우스, 화려한 컬러감, 통이 넓은 팬츠를 입혀 젊고 파격적인 에너지를 수혈했다.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의 스타일링 역시 그녀의 치밀한 계산 아래 탄생했다. 켄드릭 라마의 ‘Not Like Us’의 뮤직비디오 스타일링은 물론, 특히 슈퍼볼 하프타임 쇼에서 입어 화제가 된 셀린느Celine의 플레어 데님 팬츠 모두 테일러 맥닐의 작품이다.

미미 커트렐: Y2K 트렌드를 부활시킨 빈티지 연금술사

스타일리스트 미미 커트렐 ⒸMimi Cuttrell

전 세계를 강타한 Y2K 트렌드의 시작점을 추적하다 보면 미미 커트렐Mimi Cuttrell과 벨라 하디드Bella Hadid의 파파라치 컷에 도달하게 된다. 커트렐은 잊혀 가던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의 아카이브 피스들을 발굴해 벨라 하디드에게 입혔고, 이는 곧바로 전 세계적인 빈티지 믹스매치 열풍으로 이어졌다. 미미 커트렐은 PR 쇼룸에 걸려 있는 신상에만 의존하지 않았다. 그녀와 벨라 하디드는 완벽한 룩을 위해 디팝Depop 같은 중고 거래 앱을 뒤지거나 전 세계의 숨겨진 빈티지 아카이브 숍을 함께 탐험한다. 미미 커트렐은 하이엔드 빈티지와 나이키 스니커즈, 리바이스 데님 같은 대중적인 아이템을 섞는 귀신같은 솜씨를 지녔다.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 또한 미미 커트렐의 오랜 클라이언트다. 아리아나 그란데를 떠올릴 때 조건반사처럼 그려지던 ‘오버사이즈 후디와 싸이하이 부츠’의 공식을 지우고, 그 자리에 세련된 오트 쿠튀르와 아카이브 피스로 채워 새로운 형태의 빈티지 스타일링을 완성했다. 오드리 헵번의 영화 〈퍼니 페이스〉에서 영감을 받아 베라 왕과 함께 완성한 실크 웨딩 드레스부터 오디션 프로그램 〈더 보이스〉 시절 아리아나에게 영화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 가지 없는 것〉을 오마주한 2003년 베르사체 아카이브 드레스까지. 이는 미미의 집요한 빈티지 디깅 능력이 아리아나의 거대한 팬덤과 만나 소셜 미디어를 장악했던 시각적 기획이었다.

대니 미셸: 클린 걸과 LA 시크의 설계자

스타일리스트 대니 미셸 ⒸDani Michelle

대니 미셸Dani Michelle은 켄달 제너Kendall Jenner와 헤일리 비버Hailey Bieber를 통해 ‘LA 쿨 걸’의 표본을 만들었다. 세 사람은 개인적인 시간도 자주 함께 보내며 서로의 스타일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친밀한 관계다. 대중은 켄달과 헤일리가 아침에 대충 주워 입은 듯한 오버사이즈 블레이저나 베이직한 화이트 티셔츠에서 나오는 ‘애쓰지 않은 쿨함’에 열광하지만, 그 이면에는 대니 미셸의 강박에 가까운 완벽주의가 숨어있다.

먼저 그녀의 스타일링은 정제되어 있으면서도 무심한 듯 세련된 애티튜드가 핵심이다. 과시적인 로고 플레이 대신, 실루엣과 소재에 집중하는 ‘올드 머니’ 트렌드와 미니멀리즘의 정수를 스트리트 룩으로 완벽하게 치환하는 열쇠는 테일러링에 숨겨져 있다. 더 로우The Row나 케이트Khaite의 베이직한 데님이나 평범해 보이는 셔츠조차도, 켄달과 헤일리가 입기 전 반드시 그들의 체형에 밀착되거나 완벽한 오버핏이 떨어질 수 있도록 가봉 수선 과정을 거친다고. 꾸민 듯 안 꾸민 듯한 그녀들의 옷차림은 사실 그 어떤 화려한 드레스보다 치열하게 계산된 핏의 결과물이다.

해리 램버트: 젠더 플루이드와 그래니 시크의 개척자

스타일리스트 해리 램버트 ⒸHarry Lambert

해리 스타일스Harry Styles의 목에 진주 목걸이를 걸어준 순간, 해리 램버트Harry Lambert는 남성복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램버트는 아이돌의 굴레에 갇혀 있던 스타일스에게 여성복과 진주 목걸이를 건네며 “재밌잖아, 그냥 해봐!”라고 부추겼고, 스타일스는 이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화답했다. 보디Bode의 크래프트맨십이 돋보이는 셔츠, 알록달록한 크로셰 가디건, 화려한 패턴과 컬러의 수트 등을 활용해 그는 성별의 이분법을 유쾌하게 깨부수었다. 진주 액세서리와 하이웨이스트 팬츠가 남성 시장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한 현상은 우연이 아니다. 해리 램버트가 완성한 해리 스타일스의 옷차림은 ‘그래니 시크Granny Chic’라는 트렌드를 낳았고, Z세대들로 하여금 할머니 옷장에서 꺼낸 듯한 아이템들을 가장 힙한 방식으로 소비하게 만들었다.

한편 해리 램버트는 런던에서 가장 쿨한 배우로 통하는 엠마 코린Emma Corrin을 통해 아방가르드한 팬츠리스 룩을 선보이며 레드카펫의 뻔한 공식을 비틀기도 했다. 엠마가 미우미우Miu Miu의 팬츠리스Pantless 룩이나 기괴할 정도로 아방가르드한 피스들을 두려움 없이 입을 수 있는 건, 램버트라는 든든한 디렉터에 대한 무한한 신뢰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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