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마지막 편, 〈패스트 포에버Fast Forever〉가 2028년 개봉을 확정했다. 지난 2001년부터 시작한 대장정이 27년 만에 막을 내릴 예정이다. 현재까지 총 11편이 개봉할 동안 〈분노의 질주〉는 길거리 레이싱에서 거대 블록버스터 장르의 영화로 변모해 왔다. 그 과정 속에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자동차와 속도라는 영화의 본질은 잃지 않았다.
오래된 세월만큼 아시아, 유럽, 북미를 대표하는 다양한 차량들이 등장했다. 이 중 일부는 여전히 대중에게 기억되며 단순히 자동차를 넘어 시대의 아이콘이자 문화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전 세계 자동차 마니아의 질주 본능을 일깨운 영화 〈분노의 질주〉 대표 모델들을 소개한다.
〈분노의 질주〉의 서막을 알린 ‘토요타 수프라’

토요타 수프라Toyota Supra는 〈분노의 질주〉 1편에 등장하여 아직까지도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는 모델이다. 영화에 나온 모델은 4세대 모델로, 당시 북미에서 이미 단종되었으나 영화의 인기로 중고차 가격이 오히려 상승하는 아이러니한 현상도 벌어졌다. 경찰 신분을 숨긴 주인공 브라이언 오코너Brian O'Conner가 도미닉 토레토Dominic Toretto, 그의 친구들과 튜닝한 모델이 바로 토요타의 4세대 수프라(A80)였고, 공도에서 페라리와 레이스를 펼치며 강력한 성능을 과시했다.
실제로 당시 수프라 터보 엔진은 일본 자동차 업계의 규제 때문에 약 280마력을 발휘했지만, 실제로는 더욱 강력한 성능을 지녔다고 평가받았다. 특히 주철로 만든 엔진 덕분에 별도 튜닝을 통하여 이를 훨씬 상회하는 성능을 발휘할 수 있었고, 이러한 점은 영화에서도 자연스레 반영되었다.

강력한 성능과 함께 람보르기니 디아블로Lamborghini Diablo 캔디 오렌지 펄Candy Pearl Orange 페인트와 뉴클리어 글라디에이터Nuclear Gladiator 그래픽 조합의 독특한 비주얼로 당시 많은 화제가 됐다. 다양한 인기 요인을 바탕으로, 지난 2021년 배렛-잭슨Barrett-Jackson 라스베이거스 경매에서 주인공을 연기했던 폴 워커Paul Walker가 직접 운전한 모델이 약 55만 달러에 낙찰되며 당시 판매된 수프라 중 역대 최고가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폴 워커가 사랑한 스포츠카 ‘닛산 스카이라인 GT-R’

토요타 수프라와 함께 일본 스포츠카의 양대산맥이었던 닛산의 스카이라인 GT-RNissan Skyline GT-R 역시 〈분노의 질주〉에 여럿 등장했다. 대포적으로 2편과 4편에 등장하며 다른 슈퍼카 사이에서도 남다른 존재감을 보여줬다. 1999년 출시된 4세대 GT-R(R34)는 당시 일본 스포츠카 기술의 정수가 모두 녹아든 차량으로, 닛산이 자체 개발한 전자제어식 사륜구동 시스템과 사륜 조향 시스템 등이 대거 탑재됐고 직렬 6기통 트윈 터보 엔진으로 막강한 성능을 자랑했다.

〈분노의 질주 2〉에서는 당시 기술 감독이었던 크레이그 리버만Craig Lieberman이 직접 이 모델을 선택했다. 에어로다이내믹Aerodynamics을 극대화한 C 웨스트C-West 바디킷과 2000년 대 유행하던 언더글로우Underglow 조명 등을 탑재해 아이코닉한 인상을 만들어 낸 것이 특징이었다. 4편인 〈분노의 질주: 더 오리지널〉에서는 TV2 베이사이드 블루TV2 Bayside Blue 페인트로 마감된 외관에 커스텀 롤 케이지, 니스모 버전 2 범퍼, OMP 커스텀 디스플레이 등 여러 방면에서 튜닝된 모습으로 재등장했다. 실제로 폴 워커는 영화 촬영 이후 차량의 팬이 되어 자신의 차고에 여러 대의 GT-R을 소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배우와 관객 모두의 사랑을 받은 차가 바로 닛산의 스카이라인 GT-R이었다.
〈분노의 질주 – 도쿄 드리프트〉를 대표하는 ‘베일사이드 마쓰다 RX-7’


3편 〈분노의 질주 – 도쿄 드리프트〉에서 등장한 마쓰다Mazda의 3세대 RX-7(FD3S)은 현재까지도 시리즈를 상징하는 스포츠카로 회자되는 차량 중 하나다. 일반적인 피스톤 방식이 아닌 삼각형의 로터가 회전하는 로터리 엔진을 품은 이 모델은 작은 배기량에도 약 280마력을 발휘했고, 특유의 배기음으로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특히 엔진 크기가 작고 낮게 배치되어 차량의 무게중심을 낮췄고, 이러한 설계 특징은 ‘드리프트’라는 영화의 주제와 맞아떨어졌다.
다만 영화에 등장한 RX-7은 순정 모습이 아닌 베일사이드VeilSide의 포춘Foutune 바디킷을 장착한 모델이었다. 베일사이드는 일본의 전설적인 튜너 중 하나로, 해당 바디킷은 RX-7의 유선형 차체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시켰다. 영화 촬영을 위해 총 9대의 RX-7이 준비됐으며, 모두 베일사이드의 바디킷을 장착했다고 전해진다. 베일사이드의 RX-7은 3편이 단순히 속도 경쟁에서 벗어나 일본의 드리프트 문화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AI 영상 기술의 발전으로 3편이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는 점이다. 극 중 주인공 ‘한’이 차에 기대어 서 있는 상징적인 장면을 활용해, AI로 차량을 다른 모델로 바꾸는 이색적인 영상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머슬카만의 매력을 보여준 ‘닷지 차저 데이토나’


미국 영화인 만큼 다양한 머슬카가 등장하는데, 6편 〈분노의 질주: 더 맥시멈〉에 등장한 닷지 차처 데이토나Dodge Charger Daytona 역시 일본 스포츠카와는 다른 머슬카만의 거친 매력을 발산했다. 1969년형 닷지 차저 데이토나는 당시 나스카NASCAR 레이스에서 포드Ford한테 밀리던 닷지가 시속 200마일(약 322km/h) 돌파를 목적으로 전략적으로 개발한 모델이었다.
근육질의 기존 머슬카와는 달리 공기저항을 줄인 차체에 약 90cm 높이의 리어 윙을 장착한 것이 가장 큰 차별점이었다. 특히 전면부에 장착된 길쭉한 노즈콘은 1969년형 닷지 차저 데이토나만의 독특한 캐릭터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러한 공기역학 설계를 바탕으로 차량은 엄청난 양의 다운포스를 만들어냈고, 나스카 역사상 최초로 200마일 벽을 깬 차량이 됐다.


영화 촬영 시에는 기존의 무거운 노즈콘은 특수 제작한 파이버글래스 버전으로 대체됐고, 런던의 좁은 골목 레이스를 위해 정교한 기어 변속이 가능한 트레멕Tremec 6단 수동 변속기가 탑재됐다. 1969년형 닷지 차저 데이토나는 현대적인 스포츠카 사이에서도 머슬카 고유의 미학이 여전히 아름답고 매력적일 수 있음을 다시 한번 증명해 보였다.
유럽까지 확장한 스포츠카 라인업 ‘맥라렌 720S’


맥라렌 720SMcLaren 720S는 2019년 개봉한 스핀오프 〈분노의 질주: 홉스&쇼〉에 등장했다. 당시 일본 스포츠카와 미국 머슬카 위주에서 유럽 스포츠카 혹은 현대적인 슈퍼카의 확장으로 이어진 지점이 바로 맥라렌의 등장이었다. 당시 데카드 쇼Deckard Shaw 역할을 맡은 제이슨 스타뎀Jason Statham이 런던 시내를 질주하는 모습은 근육질의 머슬카와는 또 다른 세련된 매력을 보여줬다. 맥라렌이라는 브랜드를 대중에게 더욱 분명하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맥라렌 720S는 맥라렌 슈퍼 시리즈의 2세대 모델로 4.0리터 V8 트윈 터보 엔진을 탑재해 720마력과 최고 시속 341km/h를 발휘했다. 특히 이 모델은 1,196mm의 낮은 전고로 설계됐는데, 이러한 특성을 바탕으로 극 중 달리는 두 대의 트럭 아래를 아슬아슬하게 통과하는 모습을 연출할 수 있었다. 차량의 특성이 추격전의 긴박함을 한층 더 고조시킨 것으로, 홉스, 돔의 투박함과 대비되는 쇼의 세련된 페르소나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메타포로도 기능했다.
27년 대장정의 마무리
〈분노의 질주〉는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의 스포츠카가 한데 얽혀 다양한 서사를 만들어낸 하나의 화합의 장이었다. 과연 2028년 등장하는 마지막 편에서는 어떤 자동차가 등장해 관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할지 벌써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