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가구로 공간을 그리는 건축가, 사사건건 전중섭

사사건건의 전중섭은 가구로 공간을 설계하는 건축가다. 방이 아닌 가구를 최소 단위로 삼는 그의 방식은 기존 건축의 문법을 유연하게 비튼다. 그가 무엇보다 중시하는 것은 ‘가변성’. 고정된 형태를 벗어난 사사건건의 가구는 필요에 따라 나뉘고, 합쳐지며, 자유롭게 이동한다. 결과적으로 보다 가볍고 경쾌한 공간감을 구현한다.

Interview

가구로 공간을 그리는 건축가, 사사건건 전중섭

사사건건의 전중섭은 가구로 공간을 설계하는 건축가다. 방이 아닌 가구를 최소 단위로 삼는 그의 방식은 기존 건축의 문법을 유연하게 비튼다. 그가 무엇보다 중시하는 것은 ‘가변성’. 고정된 형태를 벗어난 사사건건의 가구는 필요에 따라 나뉘고, 합쳐지며, 자유롭게 이동한다. 결과적으로 보다 가볍고 경쾌한 공간감을 구현한다.

Interview

가구로 공간을 그리는 건축가, 사사건건 전중섭

사사건건의 전중섭은 가구로 공간을 설계하는 건축가다. 방이 아닌 가구를 최소 단위로 삼는 그의 방식은 기존 건축의 문법을 유연하게 비튼다. 그가 무엇보다 중시하는 것은 ‘가변성’. 고정된 형태를 벗어난 사사건건의 가구는 필요에 따라 나뉘고, 합쳐지며, 자유롭게 이동한다. 결과적으로 보다 가볍고 경쾌한 공간감을 구현한다.

사사건건은 인테리어 디자인 스튜디오와 건축사 사무소 실무를 거쳐, 2025년 독립한 전중섭 소장이 이끌고 있다. 밑미홈을 시작으로 샵 아모멘토 율곡, 보난자 커피 성수, 마땡킴 플래그십 스토어, 도미노 아키텍처 북샵에 이르기까지 상업과 주거, 전시를 아우르며 다양한 스케일의 프로젝트를 이어왔다. 가구를 최소 단위로 삼는 이들의 접근은 사물을 고정된 형태가 아닌, 필요에 따라 변화하는 ‘도구’로 바라보는 데서 출발한다. 기능을 숨기기보다 드러내는 방식을 택하며, 공간을 보다 가볍고 유연하게 조직하는 데 집중하는 것. 이러한 태도는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 환경에 대응하는 실질적인 해법으로 작동한다.

<가구에게 일어난 일(Trans-Furniture)> 전시 포스터 Ⓒsaasaakunkun

최근 워키토키갤러리에서 열린 개인전 <가구에게 일어난 일Trans-Furniture>은 사사건건의 작업 여정을 집약적으로 보여준 자리였다. 전중섭 건축가가 실제 자택에서 사용하던 사적인 가구를 전시장으로 옮겨 재구성한 이번 전시는 가구를 ‘이동 가능한 구조’이자 ‘살아 있는 단위’로 확장시켰다. 이동을 전제로 설계된 가구는 분리와 조합이 용이한 구조를 바탕으로, 고정된 공간의 개념을 느슨하게 풀어낸다. 그것은 하나의 물건에 머무르지 않고, 사용과 이동, 시간의 축적을 통해 삶의 흔적을 담는 유동적인 ‘집’으로 작동한다. 동시에 단순한 재료와 비정형적 형태, 공예적 개입이 교차하며 기능과 표현 사이에 긴장을 형성하고, 그 사이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길어 올린다. 이러한 시도는 동시대의 생활 방식에 대한 유효한 대안이 될 수 있는 걸까. 이번 전시엔 약 1,400명의 관람객이 찾을 만큼,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다. 가구로 공간을 짓는다는 것, 그 방식에 대해 전중섭 건축가와 이야기를 나눴다.


Interview with 사사건건 전중섭 건축가


최적의 기능과 형태를 상상하는 ‘가구’ 건축가

Ⓒsaasaakunkun

— 안녕하세요, 먼저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건축사사무소 사사건건의 대표 전중섭입니다. 현재 스튜디오는 역할의 구분없이 2인 체제로 운영되며, 건축을 중심으로 다양한 스케일의 작업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 인테리어 디자인 스튜디오와 건축사사무소에서 실무를 거친 뒤, 작년에 사사건건으로 독립하셨죠. 이전의 경험이 현재의 작업 방식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건축이 필연적으로 다루어야 할 요소와, 굳이 그 단계에서 결정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을 구분하는 기준을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이러한 판단은 작업 전반을 보다 유연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사사건건이 제안하는 공간을 여러 의미에서 가볍고 경쾌하게 만들어주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죠.

— 스튜디오의 슬로건인 ‘삶을 위한 기구Shape Instruments of Life’에는 어떠한 관점이 담겨 있는지 궁금해요. 
공간을 구성할 때 가구를 중심으로 사고하려 해요. 통상 가구라 하면 테이블, 소파, 라운지 체어, 책장과 같은 유형이 먼저 떠오르잖아요. 상판과 이를 지지하는 다리, 수직으로 쌓인 판재, 혹은 일정한 각도로 기울어진 좌판과 등판처럼, 비교적 명확한 형태와 비례를 가진 이미지들이요. 이러한 고정된 이미지는 실제 공간에서 발생하는 복합적인 상황을 충분히 수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해요. 특정 형식에 기대는 사물로는 다양한 행위와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렵죠. 저희는 가구를 마치 사람들이 사용하는 ‘기구Instrument’처럼 바라보죠. 앉기 위한 기구, 식사를 위한 기구 등 사용자의 행위와 용도에 밀착된 장치로 이해하는 저희만의 방식이랄까요. 물론 두 개념을 엄격히 구분하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오가며 사용하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사사건건은 공간을 ‘가구 단위’에서부터 설계합니다. 이런 접근은 어떻게 시작되었고, 기존의 건축 방식과 비교했을 때 어떤 차이를 만든다고 보시나요?
일상에서 요구되는 대부분의 기능은 사실 가구 안에서 해결할 수 있다고 봐요. 이러한 요소들을 우선적으로 설계하면, 그 속에 펼쳐지는 삶은 건축이 어떻든 하나의 배경 혹은 풍경처럼 둘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반면 건축은 산업적 조건이나 물리적 맥락, 제도적 요구 등 다양한 외부 요인에 필연적으로 얽혀 있어요. 여기에 개인의 생활 방식이나 취향, 세세한 요구까지 한꺼번에 담아내려 하면, 종종 과도하게 복합적인 총체로 비대해지곤 하죠. 가구적 스케일에서 이러한 요소들을 적절한 크기로 먼저 소화해내면, ‘건축은 보다 본질적인 ‘짓기’의 문제에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결론에 이르렀어요. 예컨대 구조와 재료, 시공 방식, 단열과 설비, 물과 전기의 흐름처럼, 건축이 본래 다루어야 할 기술적·물리적 조건들에 보다 명료하게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구를 디자인할 때 주로 어떤 요소에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사용자의 일상에서 드러나는 사소한 습관이나 태도에 종합적으로 반응하는 편이에요. 동시에 평소 시도해보고 싶었던 구성 방식이나 결구 방식 등을 축적해두는데, 이러한 단서들이 계기가 되어 설계가 시작되기도 합니다.

마땡 킴 플래그십 스토어 성수 ⒸLeeJuyeon

— 요즘 근황으로 사무실을 이전하셨다는 소식을 전해주셨어요. 바닥 전체를 수납으로 구획한 점을 비롯해 구조적으로 떠 있는 캐비닛 등 일반적인 가구의 모습과 역할을 넘어서는 장면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사무실을 공유하는 다른 디자이너 동료들과 작은 작업실을 구해 활동하던 시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총 다섯 번의 임대공간을 거쳐왔어요. 때마다 공간에 필요한 가구를 직접 만들어 사용했는데, 주로 책상이나 책장처럼 손에 자주 닿는 것들이었죠. 다만 2~3년 단위로 공간을 옮기다 보니, 그것들이 생활의 중심이 될 만큼 깊은 관계를 맺기는 쉽지 않았어요. 일부는 새로운 공간에 맞춰 계속 사용되었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은 자연스럽게 정리되기도 했죠. 이러한 경험을 통해 가장 많은 접촉이 이루어지는 ‘바닥’ 자체를 하나의 사물로 만들 수 있다면, 새로운 공간에도 보다 빠르게 정을 붙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현재로서는 이를 수납의 확장된 형태로 이해하고 있지만, 향후 몇 가지 기능이 더 구체화된다면 하나의 시스템으로 발전시켜 보고자 해요.

— 개인 작업이나 클라이언트 프로젝트에서 시도했던 아이디어가 사무실 공간에도 반영된 부분이 있을까요? 있다면 함께 소개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많은 아이디어가 저희 공간에서 먼저 실험되기도 하고, 또 프로젝트에서 시도한 방식이 사무실에서 더 발전한 형태로 이어지기도 해요. 최근에는 한남동 카페 갈란트Galant에서 고안했던 비정형 바 상판 의 지지 방식을 사무실 주방에 적용했어요. 목재 하부장과 금속 상판이 연결되는 구조에 대한 실험이었는데, 특히 캔틸레버 부분의 상판 받침대를 하부 목재장에 결합하는 과정에서 두 재료의 물성이 극명히 드러나기를 바랐죠. 그래서 받침대의 끝을 말뚝처럼 뾰족하게 가공해 목재에 직접 삽입했고요. 시간이 지나면서 상판 받침대는 목재에 상처를 내가며 기능을 유지시키는 방식인데요. 연약한 목질의 나무와 변형없는 금속이 잘 대비되는 것이 지지점에서 보이는 것이 좋아 동일한 방식을 그대로 사무실에 사용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금속 지지대는 목재 표면에 미세한 흔적을 남기며 기능을 지속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연약한 목질과 변형이 거의 없는 금속의 대비가 지지점에서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이러한 긴장감 있는 접합의 방식이 인상적이라, 동일한 디테일을 사무실 공간에도 그대로 적용했어요.

최근 성황리에 막을 내린 전시 <가구에게 일어난 일>은 사사건건의 가구 여정을 돌아보는 자리입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셨나요?

제가 사용할 사물을 만드는 일과 타인의 사물을 만들어내는 일은 분명히 다른 층위에 있을 거에요. 전시를 준비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그 사이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되었어요. 개인적인 사물에서 드러나는 것들이 어떻게 타인에게도 유효한 가치로 확장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과 시도를 전시에 담고자 했죠. 

공간과 느슨하고도 친밀한 관계맺기

밑미 홈ⒸSonmihyun

— 지금까지의 작업 중 사사건건의 방향성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된 프로젝트가 있다면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현시점엔 워키토키 갤러리에서 진행한 사사건건의 개인전이고, 그 이전이라고 한다면 첫 프로젝트인 ‘밑미 홈meet me home’을 꼽고 싶어요. 서울숲에 자리한 리추얼 플랫폼 ‘밑미홈’은 2층부터 5층까지 기능이 모두 달라요. 각 공간의 속성에 맞춰 다양한 타입의 손님을 수용할 수 있도록 분리와 조합이 간편한 테이블, 달력처럼 칸칸이 나누어진 벽걸이 장 등을 설치했죠. 야외 공간의 사용자들을 위해서는 이동이 간편하면서 기능이 컴팩트하게 담긴 가구를 제작하기도 했고요.

— 그중에서도 가장 ‘사사건건답다’고 느낀 프로젝트는 어떤 프로젝트인지 궁금해요.
‘샵 아모멘토 율곡’ 프로젝트요. 이전까지는 독립된 기구들을 공간과 느슨하게 두고 배치하는 방식에 가까웠다면, 이 프로젝트를 기점으로 건축과 보다 긴밀하게 얽힌 요소들을 다루기 시작했어요. 예를 들어 천장 배선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며, 건축의 영역을 조금씩 사물의 스케일로 줄여서 구성하는 방식을 취하게 되었죠.

카페, 편집숍, 전시장 등 작업의 속성이 달라도 일관되게 유지하는 기준이나 원칙이 있을까요?
매 프로젝트에 관계없이 일관된 기준이 있다고 느낀 적은 없어요. 다만 사사건건이 재료의 물리적 특성에는 비교적 민감하게 반응하는 반면, 색이나 질감과 같은 시각적 요소에는 무심한 편이에요. 유사한 재료들이 반복적으로 사용되고, 이러한 점이 외부 시선에서는 일관성으로 비춰질 수도 있을 것 같네요.

— 클라이언트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단계는 무엇인가요?
저희의 초기 제안을 바탕으로 클라이언트와 수정과 보완을 주고받는 단계요. 이 과정에서 다양한 견해가 충돌할수록, 프로젝트의 방향이 더욱 좋게 바뀐다고 생각해요. 

ㅡ 지금까지 진행하신 크고 작은 프로젝트가 대략 40여 개에 이르는 것 같아요. 다양한 일을 꾸준히 지속할 수 있게 해주는 내면의 원동력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초기 단계에서 떠올리는 아이디어는 대개 이상적인 상태에 가까워요. 처음엔 아주 좋은 아이디어 같고, 또 많은 부분을 해결해줄 수 있을 것 같죠. 결과 또한 충분히 만족스러울 것이라 기대하게 되고요. 그러나 실제로 구현된 결과는 그 기대의 절반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웃음) 그 과정에서 ‘이 부분은 다른 방식으로 풀었더라면 더 나았을 텐데’와 같은 아쉬움이 남고, 그 생각이 자연스럽게 다음 작업으로 이어져요. 이러한 반복 속에서 프로젝트들이 축적되어 왔고, 이러한 감각이 작업을 지속하게 만드는 동력이 아닐까 합니다.

ㅡ 주로 목재와 스틸을 함께 사용하고 계시죠. 두 소재를 조합할 때 특히 중요하게 고려하는 미적·구조적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기본적으로 스틸은 인장력이 요구되는 부분에, 목재는 압축력이 필요한 부분에 배치하는 방식을 취해요. 두 요소의 공간 전체의 스케일과 맥락에 따라 다르게 접근해요. 때로는 밀도 높은 디테일로 결합해 긴장감을 강조하기도 하고, 반대로 의도적으로 둔하게 처리해 두 재료의 대비를 느슨하게 드러내기도 하죠.

ㅡ 작업에서 ‘가변성’이 중요한 특징으로 보입니다. 필요에 따라 나뉘고 합쳐지거나, 이동하고 재배치되는 구조를 자주 시도하시는데요. 이 ‘가변성’에 주목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건축에 종속된 요소를 가구의 스케일로 조정했을 때, 가능성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가변성을 떠올렸어요.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바뀌더라도 각자 저마다의 생활방식에 맞게 구조를 변형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죠. 

Ⓒsaasaakunkun
트리밍버드 플래그십 스토어 성수 ⒸLee Juyeon 

ㅡ 가구의 형태뿐 아니라, 그것이 공간 안에서 어떻게 놓이는지도 중요하게 다루시는 것 같습니다. 가구의 배치는 어떤 기준으로 접근하시나요?
최초의 배치는 시각적인 균형을 기준으로 판단해요. 다만 그 상태가 유지되기를 기대하기보다는, 사용자의 개입을 통해 자연스럽게 균형이 흐트러지기를 바라죠.

ㅡ 그렇다면 ‘좋은 가구’가 갖춰야할 조건을 꼽는다면요?
잘 사용하는 것.

ㅡ 요즘 무엇에 몰두하고 계신가요?
최근에 개인전을 마치고, 여러 프로젝트를 병행하고 있어요. 사무실과 쇼룸을 비롯해 도서관 내 서가, 공방 등 다양한 성격의 공간의 설계 중입니다.

ㅡ 마지막으로, 앞으로 시도해보고 싶은 영역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무대 디자인에 관심을 두고 있어요. 특히 이사무 노구치가 작업한 몇몇 무대가 마음 깊이 남아 있죠. 공간과 사물, 그 안에서 사람의 움직임과 시간성이 결합되는 지점을 탐구해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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