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 사용하는 컵과 접시가 테이블 위 작은 오브제로서 공간의 인상을 바꾸며 미묘한 차이를 만든다. ‘아름답고 보기 좋은 모양새’, 그리고 ‘태態가 난다’는 말에서 출발한 브랜드 브랜드 ‘고태GOTAE, 古態’는, 한국의 전통 미감을 오늘로 옮겨와 한 끗이 다른 생활의 태도를 제안한다. ‘갓’이 지닌 절제된 조형미, 곡선과 비례를 일상 속 오브제로 번역한 테이블웨어 컬렉션은 접시와 잔이 맞닿으며 비로소 갓의 모양을 완성한다. 이렇게 한국의 헤리티지를 지금의 감각으로 작동하게 만드는 고태의 정찬희 디렉터와 이야기를 나눴다.
Interview with 고태 정찬희 디렉터
일상에 태를 더하는 이름, 고태

— 먼저 ‘고태’와 디렉터님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고태는 ‘A new attitude, live like GOTAE’라는 슬로건을 가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입니다. ‘태가 나는 삶’을 지향하며 일상을 새롭게 정의하고, 태도가 곧 스타일이 되는 삶을 제안하고 있어요. 남편인 전민성 디렉터와 함께 고태를 설립해, 지난해 12월 첫 컬렉션을 론칭했습니다. 저희는 부부로서, 또 오랫동안 각자의 방식으로 다양한 브랜드의 미감을 다뤄온 파트너로 일하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안목과 취향, 그리고 경험을 쌓다 보니 자연스럽게 ‘우리만의 방식으로 한국을 풀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모여 고태가 되었어요.

— 브랜드의 출발을 한국의 전통 미학에서 찾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어릴 때부터 한옥이나 한복 같은 우리나라 전통문화에 관심이 많았어요. 어른이 되면 한적한 곳에 한옥을 짓고 한복을 입고 살고 싶다는 꿈을 꾸거나, 한국화를 전공했을 만큼 관심이 컸고요. 그래서 브랜드를 만든다면 한국의 헤리티지를 독창적인 시선으로 재해석해야겠다는 생각까지 이어졌던 거죠. 최근 우리나라의 전통 미학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전통을 현재의 시선으로 풀어내는 일은 여전히 어렵다고 생각해요. 작은 디테일 하나만 어긋나도 금세 뻔하거나 올드하게 느껴질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고태는 무엇보다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공감하고, 실제로 사용하고 싶은 한국적 미학을 담고자 합니다.


— 전통의 미감을 현대의 언어로 번역해 낼 때, 고태가 중요하게 여기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한국적 미감의 본질은 특정한 형태보다 비례와 여백, 그리고 절제에서 비롯되는 아름다움, 균형 잡힌 감각이라고 생각해요. 그 본질과 구조를 오늘날의 언어로 번역하는 데 집중합니다. 또한 지금의 감각으로서 설득력이 있는지도 중요하게 고려해요. 단순히 형태를 차용하고 과거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삶 속에서 그 미학이 다시 작동하도록 만들어야 하니까요.
갓이 테이블 위에 자리하기까지


— 첫 번째 컬렉션 ‘갓 GAT’은 잔과 접시를 결합해 전통 ‘갓’의 형태를 완성하는 테이블웨어인데요. 다양한 한국 전통 요소 중에서도 첫 컬렉션의 주인공을 갓으로 선택하신 이유와, 갓에서 특히 주목했던 요소는 무엇인지 궁금해요.
갓에서 영감을 받은 테이블웨어는 오래전부터 꼭 선보이고 싶었던 아이디어였어요. 갓의 형태를 바라본 순간, 접시와 잔이 하나로 결합된 구조처럼 느껴졌거든요. ‘결합을 통해 완성되는 형태’라는 개념에서 출발해, 접시와 잔이 각각의 기능을 가지면서도, 함께 놓였을 때 비로소 갓의 실루엣이 완성되도록 설계했어요.
갓은 직선과 곡선이 공존하는 절제된 구조 안에서, 종류에 따라 미묘하게 다른 비율과 볼륨을 가지고 있어요. 특히 챙의 넓이와 기둥의 높이, 그리고 전체 실루엣이 만들어내는 균형감이 정제된 조형미를 완성하죠. 과거 단순한 의복 이상으로 신분이나 취향, 나아가 정체성을 드러내는 매개체였다는 점도 흥미로웠어요. 챙에 장식이나 문양을 더해 각자의 개성을 표현한 건데요. 오늘날 액세서리나 라이프스타일 오브제와도 맞닿는 부분이 있죠. 본래 갓이 지닌 조형적 완성도와 상징성에 기반해, 현대적 오브제로 일상에 함께하며 하나의 태도를 드러낼 수 있는 컬렉션으로 풀어내고자 했습니다.
— 조형적인 인상과 실제 사용성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만큼, 기획부터 구현까지의 과정도 중요했을 것 같습니다. 갓 컬렉션은 어떤 과정을 거쳐 완성되었나요?
저와 전민성 디렉터가 전체적인 콘셉트를 기획해 초기 제품을 스케치한 뒤, 조재형 디자이너의 손길을 통해 실제 제품으로 완성되었어요. 고태와 협업하는 조재형 디자이너는 디렉터들의 아이디어와 비주얼 기획을 실제 결과물로 구현해 내는, 고태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예요. 일본에서 세라믹 디자인을 전공하셨고, 외부 프로젝트를 계기로 저희와 인연이 시작됐는데요. 고태를 설립하며 오랜 시간 함께할 파트너를 고민하던 중, 조재형 디자이너의 섬세함과 장인적인 태도, 밀도 있는 디테일이 고태가 지향하는 방향과 정확히 맞닿는다고 생각해 협업을 시작했어요.

— 패키지 역시 고태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요소로 다가옵니다. 보자기와 종이접기에서 영감을 얻으셨다고 들었어요.
패키지 또한 브랜드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매개체이기 때문에 몇 달 동안 고민을 거듭했어요. 그러다 어린 시절 기억에서 인사이트를 얻었습니다. 어릴 적 집에는 늘 여러 보자기가 쌓여 있었고, 소중한 선물을 준비할 때마다 어머니께서 보자기에 정성스럽게 포장하던 장면이 떠올랐어요. 단순한 포장을 넘어, 마음을 담아 전하는 행위라고 느꼈죠. 동시에 친구들과 종이접기를 하며 놀던 기억도 함께 겹쳐졌어요. 종이를 접어 꽃이나 작은 물건을 만들어 서로 주고받던 경험은, 형태를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메시지가 된다는 감각으로 남아 있었죠. 이 두 기억이 만나, 포장의 행위와 형태를 만들어가는 구조를 동시에 담도록 고안했어요. 디자인 스튜디오 ‘leM’과 함께 보자기의 개념을 종이라는 매체로 번역하고, 종이접기에서 영감을 받아 스스로 완성되는 패키지를 구현했어요. 전통 보자기 포장과 종이접기에 고태만의 상징적 언어를 더한 것이죠.


— 말씀하신 것처럼 선물이라는 감각을 확장시키는 패키지라고 느껴지는데요. 이를 통해 의도하고자 한 경험은 무엇인가요?
형태보다는 그 안에 담긴 행위에 주목했어요. 매듭을 짓고, 다시 풀어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감정이 쌓여 전달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선물을 건네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단순한 전달이 아니라, 과정을 함께 느끼게 하는 방식으로 설계했어요. 제품을 선택하고 포장이 완성되는 순간까지, 고태의 경험이 하나의 기억으로 남기를 바라면서요.
— 곡선과 직선을 함께 활용한 심볼 로고도 눈에 띄어요.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디자인을 구상하셨는지 궁금합니다.
패키지와 심볼 디자인 모두 같은 맥락에서 접근했어요. 한국의 헤리티지를 진정성 있게 담아내기 위해, 고태가 지향하는 감각을 일관되게 풀어내면서 전통과 현대가 자연스럽게 공존하길 의도했는데요. 단순히 한국적 이미지를 차용하는 것이 아니라, 곡선과 직선, 얇지만 밀도 있는 디테일을 통해 익숙하면서도 새롭게 느껴지는 균형을 완성했어요.




— 첫 컬렉션을 준비하시면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기준은 무엇이었나요?
디자인의 완성도와 퀄리티는 물론이고, 한국의 헤리티지를 진정성 있게 해석하는 데에 깊이 집중했어요. 형태를 넘어 제품의 비례와 디테일, 패키지, 스토리까지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신경 쓰려고 했죠. 한국적 요소를 장식으로 소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설계했습니다.
— 첫 컬렉션 공개 이후 반응은 어땠나요? 디렉터님께는 어떤 의미로 남았는지도 궁금합니다.
신생 브랜드임에도 예상보다 빠르게 긍정적 반응을 경험했어요. 백화점 입점과 팝업 제안을 비롯해 국내외 다양한 플랫폼, 해외로부터 선물용 수요도 꾸준히 이어졌는데요. 한국적 오브제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점에 공감해 주신 반응들이 인상적이었어요. 그중에서도, 론칭 후 한 달 무렵이 되었을 때 BTS 뷔님께서 직접 구매를 문의하셨던 일이 기억에 남아요. 실제로 일상에서 메인 식기로 사용하고 있다는 피드백을 통해, 저희가 의도했던 ‘일상 속 오브제’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이 큰 의미로 다가왔죠. 이처럼 첫 컬렉션은 고태가 제안하는 태도와 미감이 실제로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를 확인한 과정이었어요. 한국을 해석하는 방식과 기준을 담은 시작이자, 앞으로의 확장과 방향성을 구체화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고태의 태도가 확장되는 방식




— 지난 4월 말 선보인 리뉴얼 컬렉션은 어떤 모습으로 완성됐는지 궁금합니다.
지난해 12월 론칭 후 느낀 피드백과 인사이트를 기반으로 내부 리뉴얼과 함께 갓 컬렉션의 제품군 확장을 결심했어요. 시기와 용도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존재해 온 갓처럼, 하나의 모티프 안에서도 서로 다른 비례와 구조를 탐구해 조금 더 넓은 선택지를 제공하고자 했어요. 갓의 다양한 실루엣을 기반 삼아, 세분화된 사용성과 감각을 제안하고자 한 거죠.
첫 컬렉션은 접시는 다과용으로, 잔은 전통주와 차에 어울리는 용량으로 설계했었는데요. 리뉴얼 컬렉션은 더욱 확장된 형태와 기능으로 발전시켰습니다. 갓의 챙을 접시로, 기둥을 잔으로 해석하는 기본 구조는 유지하되, 형태의 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사용 방식과 기능을 달리하도록 설계했습니다.
— 고태의 컬렉션이 일상에서 어떻게 자리하길 바라시나요?
예술을 좋아하지만 작품을 소유하고 싶어도 경제적 장벽에 아쉬움을 느끼곤 했는데요. 그런 점에서 고태는 작품처럼 보이면서, 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향유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되고자 합니다. 동시에 감상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사용하며 경험하는 오브제를 지향해요.


— 고태가 제안하는 태도와 감각은 어떤 방향으로 확장될 예정인가요?
현재 하반기 오픈을 목표로, 오프라인 중심의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에요. 또한 리뉴얼 컬렉션과 함께, 한국의 헤리티지를 기반으로 한 오브제를 선보이는 아트·디자인 스튜디오 ‘왈자Walza’와 협업한 고태의 첫 번째 기획 프로젝트 〈고태 – 흑의 집, 백의 집〉 캠페인도 공개될 예정입니다. 또한 고태가 제안하는 ‘고태로움’의 새로운 해석, 그리고 라이프스타일을 더욱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장면으로 확장하려고 해요. 현재 리빙 영역을 중심으로 브랜드를 전개 중이지만, 앞으로 영역을 확장해 ‘집’이라는 개념을 아우를 계획입니다. 온라인을 시작으로 오프라인 공간, 호텔, 스테이, 전시, 글로벌 확장까지 이어지는 장기 프로젝트도 고려하고 있어요. 한국의 헤리티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는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해 나가고자 그 확장성을 밀도 있게 쌓아가는 중입니다.
—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주신다면요?
평범한 일상에 새로운 태도를 더하는 고태만의 시선에서, 그 의미를 정의하고, 또 고유한 언어와 비주얼을 완성해 가고 있는데요. ‘일상을 태가 나게 살아간다’는 뜻의 ‘고태롭다’는 개념을 브랜드의 철학으로 삼고, 자신만의 태도를 만들어가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해 나갈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