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ialInterview

폴 헤닝센의 PH 램프 100주년을 기념하다, 루이스폴센

2026년은 루이스폴센을 상징하는 조명 ‘시스템 PH’가 탄생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 눈부심 없는 빛을 향한 폴 헤닝센의 실험은 한 세기를 지나서도 여전히 브랜드의 조명 철학을 이루는 중심축으로 남아 있다. 올해 루이스폴센은 3daysofdesign에서 전시와 팝업 카페, 디자인 토크로 그 유산을 기념했다. 현장에서 그의 증손자 마스 빌레와 만나 ‘빛의 거장’ 너머, 시대를 바꾸고자 했던 한 사람의 삶과 태도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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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헤닝센의 PH 램프 100주년을 기념하다, 루이스폴센

2026년은 루이스폴센을 상징하는 조명 ‘시스템 PH’가 탄생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 눈부심 없는 빛을 향한 폴 헤닝센의 실험은 한 세기를 지나서도 여전히 브랜드의 조명 철학을 이루는 중심축으로 남아 있다. 올해 루이스폴센은 3daysofdesign에서 전시와 팝업 카페, 디자인 토크로 그 유산을 기념했다. 현장에서 그의 증손자 마스 빌레와 만나 ‘빛의 거장’ 너머, 시대를 바꾸고자 했던 한 사람의 삶과 태도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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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헤닝센의 PH 램프 100주년을 기념하다, 루이스폴센

2026년은 루이스폴센을 상징하는 조명 ‘시스템 PH’가 탄생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 눈부심 없는 빛을 향한 폴 헤닝센의 실험은 한 세기를 지나서도 여전히 브랜드의 조명 철학을 이루는 중심축으로 남아 있다. 올해 루이스폴센은 3daysofdesign에서 전시와 팝업 카페, 디자인 토크로 그 유산을 기념했다. 현장에서 그의 증손자 마스 빌레와 만나 ‘빛의 거장’ 너머, 시대를 바꾸고자 했던 한 사람의 삶과 태도를 들어봤다.

루이스폴센Louis Poulsen의 조명은 언제나 형태보다 빛에서 출발한다. 1874년 덴마크에서 시작한 이 브랜드가 오랫동안 붙들어온 질문은 단순히 얼마나 밝은 가가 아니라, 빛이 공간과 사람의 경험을 어떻게 바꾸는 가에 가까웠다. 눈부심을 줄이고, 빛의 방향과 농도를 세심하게 조율하며, 그림자까지 설계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일. 루이스폴센은 이 섬세한 접근으로 덴마크 디자인의 흐름 안에서 고유한 자리를 만들어왔다.

좋은 빛을 향한 질문

루이스폴센과 여러 차례 협업하며 다양한 조명을 남긴 덴마크의 디자이너, 폴 헤닝센 ⒸJackson Design

루이스폴센의 역사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폴 헤닝센Poul Henningsen이다. 디자이너이자 건축가, 문화비평가, 발명가, 시인 등으로 활동한 그는 당대 덴마크 사회의 영향력 있는 지식인이었다. 글과 무대, 비평을 오가며 다양한 작업을 남겼지만, 오늘날 그를 가장 널리 기억하게 만든 것은 빛을 다루는 방식이었다.

그에게 조명은 단순히 어둠을 밝히는 장치가 아니었다. 빛과 그림자, 눈부심, 색의 구현 방식이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피는 일이자, 삶을 더 편안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실험이었다. 1924년 시작된 루이스폴센과의 협업은 그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이어졌고, 그 과정에서 완성한 눈부심 없는 빛에 대한 연구는 오늘날까지도 브랜드 조명 철학의 핵심으로 남아 있다. 한 세기가 지난 지금도 루이스폴센이 폴 헤닝센을 ‘빛의 거장’으로 기억하는 이유다.

빛의 형태를 바꾼 세기의 아이콘

지난 3월 루이스폴센이 공개한 시스템 PH 100주년 기념 영상 ⒸLouis Poulsen

1926년 탄생한 시스템 PH는 헤닝센이 탐구한 ‘눈부심 없는 빛’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작업이다. 여러 겹의 셰이드는 전구를 직접 드러내지 않은 채 빛을 반사하고 확산시킨다. 빛은 셰이드의 표면을 따라 부드럽게 걸러지고, 공간 안으로 고르게 퍼진다. 눈부심을 줄이면서도 필요한 밝기를 확보하는 이 구조는 이후 PH 5, PH 3/2 등 여러 PH 조명 시리즈로 확장되며 루이스폴센의 대표적인 디자인 아이콘이 되었다.

ⒸLouis Poulsen

좋은 빛을 경험하고 나면, 삶은 새로운 가치들로 채워진다.

─ 폴 헤닝센(Poul Henningsen)

ⒸLouis Poulsen

PH 시스템 탄생 100주년, 마스터피스를 기념하다

올해 3daysofdesign에서 선보인 시스템 PH 탄생 100주년 기념 전시 〈PHOREVER – AN EXPLORATION〉의 포스터 ⒸLouis Poulsen

올해 3daysofdesign에서 루이스폴센은 전시 〈PHOREVER – AN EXPLORATION〉을 통해 시스템 PH 탄생 100주년을 기념했다. 홀멘 지구의 쿠글레고르덴Kuglegården에 마련된 전시장에서는 폴 헤닝센의 아카이브 디자인과 PH 센테너리 컬렉션을 함께 선보이며, 한 세기에 걸쳐 이어진 조명 실험의 흐름을 펼쳐 보였다. 야외 공간에서 관람객을 맞이한 것은 코펜하겐의 디자인·건축 스튜디오 페니Penny와 협업한 대형 설치 작품 〈Into the Shades〉였다. 패브릭과 목재로 만든 이 작품은 PH 조명의 비례와 겹겹의 구조를 열린 형태로 풀어낸 작품으로, 관객이 안으로 들어가 빛이 퍼지는 방식을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정원의 ‘더 헛The Hut’에는 덴마크의 유서 깊은 디저트 카페 라 글라스La Glace와 협업한 팝업 카페가 마련됐다. 루이스폴센은 라 글라스의 시그니처 컬러와 세계관을 바탕으로 공간을 구성하고, 신제품과 맞춤형 조명을 더해 빛과 색, 질감이 어우러지는 장면을 만들었다.

디자인 아이콘 너머의 폴 헤닝센

전시에서 PH의 구조와 조형을 보여줬다면, 디자인 토크 ‘Searching for PH w. Mads Wille’는 폴 헤닝센이라는 인물을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이었다. 연사로는 그의 증손자인 마스 빌레Mads Wille와 조명 연구자 엘렌 카트리네 한센Ellen Kathrine Hansen, 문화·디자인사 전문가 트리네 할레Trine Halle, 루이스폴센 최고디자인책임자 모니크 파버Monique Faber가 참여해, 헤닝센의 조명 철학을 과학과 디자인, 헤리티지의 관점에서 다채롭게 풀어냈다. 무엇보다 가족들의 기억 속에 남은 헤닝센의 사적인 모습을 알 수 있는 특별한 자리였다.

토크에서 먼저 언급된 것은 헤닝센의 성장 배경이었다. 그는 덴마크의 작가이자 여성 평등 운동가였던 아그네스 헤닝센Agnes Henningsen과 작가 칼 에발Carl Ewald 사이에서 혼외자로 태어났다. 자유로운 지식인 가정에서 자란 그는 평생 권위와 관습에 질문을 던졌고, 사회 문제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목소리를 냈다. PH 시스템도 더 나은 생활과 더 나은 사회를 고민하던 시대적 감각 속에서 태어난 작업이었다.

ⒸLouis Poulsen

흥미로운 것은 PH 시스템의 출발점에 어머니의 영향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강한 전기 조명 아래에서 자신의 얼굴이 주름져 보인다는 어머니의 말에, 헤닝센은 사람을 더 편안하고 아름답게 비추는 빛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사적인 일화처럼 들리지만, 이는 그의 조명 철학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헤닝센에게 좋은 빛은 사물을 밝히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배려하는 방식이었다.

목표는 과학적인 작업을 통해 조명을 더 깨끗하고, 더 경제적이며, 더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다.

─ 폴 헤닝센(Poul Henningsen)

ⒸLouis Poulsen

그가 처음 주목받은 조명은 1925년 파리 국제장식미술박람회에서 선보인 초기 PH 램프. 개최 도시의 이름을 따 ‘파리Paris’라는 별칭으로도 불린 이 조명은 이후 PH 시리즈로 이어지는 출발점이 되었다. 이듬해인 1926년, 헤닝센은 로그 나선Logarithmic Spiral의 곡선을 바탕으로 세 개의 셰이드가 빛을 반사하고 확산시키는 구조를 완성했다. 전구는 직접 드러나지 않았고, 빛은 여러 층을 거치며 부드럽게 조율됐다. 이것이 루이스폴센과 함께 발전시킨 PH의 시작이었다.

토크의 마지막 질문은 자연스럽게 지금으로 향했다. 왜 이 조명은 100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유효한가. 답은 그 형태가 만들어진 이유에 있었다. PH 램프의 곡선은 장식이 아니라, 눈부심을 줄이고 빛을 고르게 퍼뜨리기 위한 계산의 결과였다. 기능에서 출발한 형태가 시간을 초월한 미학이 된 셈이었다. 토크가 끝난 뒤 현장에서 마스 빌레를 만나, 디자인 아이콘 미학 뒤에 놓인 한 사람의 삶과 생각을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봤다.


Interview with 루이스폴센 ‘마스 빌레’


폴 헤닝센의 증손자이자 배우로 활동 중인 마스 빌레 ⒸLouis Poulsen

— 만나서 반갑습니다. 먼저 간단하게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덴마크에서 배우로 활동하고 있어요. 연출과 극장 운영에도 참여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폴 헤닝센의 증손자이기도 하죠. 폴과 저는 거리가 먼 가족이지만 그 안에서 폴 헤닝센이 익숙하면서도, 조금은 미스터리한 존재라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를 위대한 디자이너로만 기억하죠. 하지만 저는 이번 기회를 통해 그 유명한 램프 뒤에 있던 한 사람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그가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이었는지, 또 빛을 통해 세상을 어떻게 바라봤는지를요.

— 3dayofdesign 기간 동안 디자인 토크에서 폴 헤닝센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죠. 당신이 아는 폴 헤닝센에 대해 더 듣고 싶어요.

폴 헤닝센이 스스로를 디자이너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점이 후손인 저에게도 인상적인 부분이었어요. 그에게 중요한 건 좋은 디자인을 탄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는 일이었습니다. 처음 그가 전기와 전구에 대해 깊이 생각했을 때, 그 빛이 그다지 아름답지 않다고 느꼈다고 해요. 그래서 빛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조명 디자인을 하게 된 거죠. 조명은 사실 하나의 수단에 가까웠어요. 지금은 PH 램프가 전 세계적인 디자인 아이콘이 되었지만, 사실 폴 헤닝센은 훨씬 더 넓은 영역에서 활동한 사람이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는 글을 쓰고, 비평하고, 연극을 만들고, 사회 현실에 대해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냈죠.

폴 헤닝센 ⒸLouis Poulsen

— 올해 디자인 토크를 준비하며 당신 또한 폴 헤닝센의 작업을 다시금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다고요.

맞아요. 이번 토크가 저에게도 특별한 이유는 그의 작업 안에 있는 다양한 면 중에서도 과학적인 면모를 더욱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는 점에 있습니다. 저는 그가 세상을 바꾸고자 했고, 더 좋은 빛을 만들기 위해 램프를 고안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번 기회에 전문가들과 함께 빛이 어떻게 휘고 퍼지는지 연구하면서, 그의 디자인이 얼마나 과학적인지 새롭게 알게 되었어요. 폴 헤닝센은 빛의 원리를 아름다운 형태로 완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조정하고 실험했죠. 그가 처음 디자인한 조명인 파리 램프를 보면, 아직 우리가 오늘날 떠올리는 PH 램프의 완성된 아름다움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려워요. 빛을 가리고 조절하기 위한 실험에 더 가까웠죠. 하지만 그 첫 시도가 어떻게 지금 우리가 아는 형태로 이어졌는지를 보면, 그 여정 자체가 무척 매혹적입니다. 저는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소요되는 길고 집요한 과정에 더 매료되는 것 같습니다.

— 당신의 일상에서 PH 램프는 어떤 모습으로 자리하나요?

저는 지금도 루이스폴센이 새로 출시하는 PH 램프를 종종 구매할 만큼 다양한 모델을 소장하고 있어요. 오래된 램프도 있고, 최근에 나온 제품도 있죠. 제가 좋아하는 부분은 루이스폴센이 PH의 유산을 다루는 방식이에요. 오래된 모델을 다시 소개할 때도 단순한 복각에 머물지 않고, 늘 현대적인 감각을 더하거든요. 해마다 새로운 콘셉트를 보여주는 것도 흥미롭죠. 그렇게 하나둘 들이다 보니 어느새 컬렉션처럼 모이게 됐습니다.

ⒸLouis Poulsen

— 폴이 현대에 남긴 유산을 대중이 바라볼 때,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이 바람직할까요?

저는 디자인과 문화적 인물로서의 유산이 서로 분리되지 않는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오늘 토크에서도 그 부분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드러났던 것 같아요. 그는 램프를 만들었고, 비평을 썼고, 연극 작업을 했습니다. 동시에 사회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한 사람이기도 했죠. 이 모든 활동이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태도로 연결된다고 생각해요. 그 조합이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폴 헤닝센의 유산은 단지 몇몇 아름다운 램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빛을 통해 더 나은 삶과 사회를 고민했던 그의 시선 안에 있다고 봅니다.

— 폴은 평생에 걸쳐 ‘좋은 빛’을 연구했죠. 당신이 생각하는 ‘좋은 빛’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이번 디자인 토크에서 조명 연구자 엘렌 카트리네 한센이 ‘아침과 저녁의 빛’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제게는 꽤 새로운 관점이었어요. 자연이 만들어내는 빛이야말로 우리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빛일 수 있다는 이야기였죠. 생각해보면 태양이라는 하나의 램프가 시간에 따라 전혀 다른 빛을 만들어내잖아요. 하늘 위의 위대한 디자이너가 만든 빛처럼요. 저에게 아침과 저녁의 빛은 굉장히 차분하고 아름답습니다. 가끔 가족들과 집 안의 모든 조명을 끄고, 창밖의 빛이 서서히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볼 때가 있어요. 밝음이 어둠으로 바뀌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거죠. 저는 그 순간이 정말 아름답다고 느낍니다. 사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빛도 그런 빛이고요. 흥미로웠던 건, 폴 헤닝센 역시 자연의 빛을 램프 안에 담아내려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점이에요. 그가 만들고자 했던 빛은 사람을 편안하게 하며 하루의 리듬과 닮아 있는 빛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사실이 무척 아름답게 다가왔어요.

마지막 질문이에요. 이번 3daysofdesign 기간 동안, 특별한 계획이 있으신가요?

특별한 계획이라기보다는, 루이스폴센 쇼룸에서 조금 더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램프들과 함께 머물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좋은 기회니까요. 전시장에서도 계속 흥미로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고요. 물론 제 일상도 있습니다. 일정이 끝나면 집에 가서 아이들을 데리러 가야 해요. 제 아내도 배우인데, 요즘 매일 밤마다 무대에 오르고 있거든요. 그래서 저녁이면 코펜하겐의 집에서 요리하고, 아이들을 재워요. 낮에는 이곳에서 토크를 하고, 사람들과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고, 저녁에는 다시 가족의 일상으로 돌아가죠. 이 균형이 제게는 꽤 좋습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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