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ial

예술을 만나는 새로운 방법, ‘키아프 서울 2026’ 리뷰

아트페어에서 발견하는 것은 작품만이 아니다. 어떤 작가를 소개하고, 하나의 작품에 얼마만큼의 공간을 내어주는지에 따라 동시대 미술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진다. 9월 2일부터 6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리는 ‘키아프 서울 2026’은 이러한 관람 방식에 변화를 시도한다. 처음 도입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체제부터 작가별 독립 공간으로 확장한 지원 프로그램, 신체와 기술의 관계를 다루는 특별전까지. 올해 키아프 서울은 작품과 관객이 만나는 조건을 새롭게 조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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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만나는 새로운 방법, ‘키아프 서울 2026’ 리뷰

아트페어에서 발견하는 것은 작품만이 아니다. 어떤 작가를 소개하고, 하나의 작품에 얼마만큼의 공간을 내어주는지에 따라 동시대 미술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진다. 9월 2일부터 6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리는 ‘키아프 서울 2026’은 이러한 관람 방식에 변화를 시도한다. 처음 도입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체제부터 작가별 독립 공간으로 확장한 지원 프로그램, 신체와 기술의 관계를 다루는 특별전까지. 올해 키아프 서울은 작품과 관객이 만나는 조건을 새롭게 조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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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만나는 새로운 방법, ‘키아프 서울 2026’ 리뷰

아트페어에서 발견하는 것은 작품만이 아니다. 어떤 작가를 소개하고, 하나의 작품에 얼마만큼의 공간을 내어주는지에 따라 동시대 미술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진다. 9월 2일부터 6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리는 ‘키아프 서울 2026’은 이러한 관람 방식에 변화를 시도한다. 처음 도입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체제부터 작가별 독립 공간으로 확장한 지원 프로그램, 신체와 기술의 관계를 다루는 특별전까지. 올해 키아프 서울은 작품과 관객이 만나는 조건을 새롭게 조율하고 있다.

올해로 25주년을 맞은 ‘키아프 서울Kiaf SEOUL’. 2002년 한국 최초의 국제 아트페어로 출범해 이제는 신진·중견 작가와 지역 갤러리의 활동까지 폭넓게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예술 행사로 자리 잡았다. 특히 2022년부터는 프리즈 서울Frieze SEOUL과 같은 기간에 열리며 서울을 아시아 미술 시장의 주요 무대로 만드는 데 한 축을 담당해 왔다.

올해 키아프 서울에는 총 18개국 175개 갤러리가 참여했다. 국내에서는 국제갤러리, 갤러리현대, 가나아트, 아라리오갤러리, 학고재 등 유명 화랑 127곳, 해외에서는 파리의 오페라 갤러리, 일본의 화이트스톤 갤러리 등 국제적인 명성을 지닌 갤러리 48곳이 참여했다. 그 중 뉴욕의 니노 미어 갤러리NINO MIER Gallery,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안나 노바 갤러리Anna Nova Gallery, 런던의 제이디 말랏JD Malat 등 20곳은 올해 처음 이름을 올렸다.

코엑스의 키아프 서울 전시장 ©Kiaf SEOUL
약 6,900~8,300만 원에 거래된 것으로 알려진 장미셸 오토니엘의 〈Sakura〉 ©Artsy
9월 4일 15시 기준 최고가로 거래된 페르난도 보테로의 〈크라나흐를 따라 그린〉 ©UC Berkeley

최근 국제 미술 시장의 침체로 개막 전부터 업계의 우려가 적지 않았지만, 2일 첫날에만 1만 명에 가까운 관람객이 전시장을 찾으며 관계자들의 걱정을 단숨에 불식시켰다. 판매 실적의 추이도 인상 깊었다. 수십억 원대에 달하는 초고가 작품들 대신, 주로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대 작품들의 거래 소식이 잇따라 들려왔다. 유명 작가들의 대표작과 젊은 신인 작가들의 작품들 모두 지속적으로 판매가 이루어졌다. 해외 작가들 중에는 장미셸 오토니엘Jean-Michel Othoniel의 〈Sakura〉가 약 6,900~8,300만 원, 팝 아티스트 줄리안 오피Julian Opie의 〈Katie II.〉는 약 8,500만~1억 원에 구매자를 찾았다. 한국 작가들의 작품 거래도 활발했다. 유영국의 〈Work〉는 6억~7억 2,000만 원, 안규철의 〈미술 세계지도〉는 2,400~2,880만 원에 판매됐다. 한편, 현재까지 올해 키아프 서울에서 가장 높은 가격으로 거래된 작품은 콜롬비아의 화가 페르난도 보테로Fernando Botero의 〈크라나흐를 따라 그린After Cranach〉로, 약 26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올해 키아프 서울은 실적 면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수치 이상의 주목할 만한 변화도 있었다. 25년간 이어온 아트페어를 관객이 어떻게 경험하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다.

정구호가 재구성한 전시 경험

키아프 서울 2026 포스터 ©Kiaf SEOUL

올해 키아프 서울에서 가장 먼저 체감되는 변화는 공간이다. 그 중심에는 올해 처음 도입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체제가 있다. 첫 디렉터로 선임된 인물은 정구호. 패션 브랜드 ‘구호KUHO’를 론칭한 디자이너로 잘 알려졌지만, 그의 활동 영역은 패션에만 머물지 않았다. 지난 30여 년간 국립무용단과 국립발레단, 국립오페라단 등의 공연에서 연출부터 무대, 의상 디자인까지 넘나들며 자신만의 미감을 구축해 왔다. 키아프 서울을 운영하는 한국화랑협회는 그의 선임을 두고 “관람 경험 중심으로 전시 구조를 재정립하고, 글로벌 아트페어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방향을 구축하기 위함”이라고 밝힌 바 있다. 높아진 국내외 관심에 걸맞은 국제적인 아트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것. 이에 정구호는 올해 키아프 서울의 브랜딩과 공간 디자인, 특별전 기획 등을 총괄하며 전시장 곳곳에 변화를 줬다.

이동하는데 필요한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고, 메인 동선을 명료하게 정리한 전시장 ©Kiaf SEOUL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동선이다. 전시장 바닥에는 검은 카펫이 주요 통로를 따라 길게 이어지고, 부스 사이로 시야가 막히지 않도록 메인 동선을 명료하게 정리했다. 특별전과 휴게 공간은 한곳에 모으지 않고 전시장 곳곳에 흩어놓았다. 작품을 따라 이동하다 잠시 머물고, 다시 다음 부스로 향하는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구조다. 이에 정구호 디렉터는 “사각지대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며 “관람객들이 구석구석 직접 방문해 관람하게 하는 것이 목표였다”라고 기획 의도를 전했다. A홀에서 작품을 둘러본 관람객의 발걸음은 B홀 초입의 널찍한 F&B 공간으로 이어진다. 하나의 광장처럼 열린 공간에서 잠시 쉬어가거나 이야기를 나누고, 다시 주변 부스로 향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작품을 더 많이 채우는 대신 걷고, 보고, 머무는 관객의 움직임까지 전시 경험의 일부로 끌어들인 셈이다.

‘공존’의 의미를 탐색하는 특별전

특별전에서 전시 중인 곽지수의 〈기도하는 여인〉 ©ARTSIDE Gallery

AI와 첨단 기술의 발전은 예술가들에게도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기술이 인간의 역할을 빠르게 대신하는 시대에 신체와 감각, 창의성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올해 키아프 서울이 ‘공존Coexistence’을 주제로 삼은 배경이기도 하다. 이러한 질문은 특별전에서 보다 선명해진다. 올해 특별전은 곽지수, 강군, 성병희, 이동욱, 오형근 등 7명의 작가가 참여한 〈HUMAL〉과 이를 증강현실로 확장한 〈VIRTUAL VITAL〉 두 개의 전시로 구성했다. 그중 〈HUMAL〉은 ‘인간Human’과 ‘동물Animal’을 결합한 제목에서 연상할 수 있듯 인간 내면에 남아 있는 본능과 생명력에 주목했다. 첨단 기술의 편리함 속에서 점차 무뎌지는 육체적 감각을 다시 일깨우는 것이 전시의 출발점이다. 조각과 설치, 회화, 사진 등 제각기 다른 매체를 다루는 작가들은 ‘공존’이라는 주제를 각자의 조형 언어로 풀어냈다.

특별전에 참여한 강군의 〈디스파라투스 I〉 ©Kang Kun

시각 예술가 곽지수는 광고와 스톡 이미지에서 가져온 매끈한 신체 이미지를 출력한 뒤 구기고 찢어 다시 인체 조각으로 세웠다. 평면 위에서 완벽하게 정돈돼 있던 몸은 종이가 접히고 뒤틀리면서 낯선 형태로 바뀐다. 조각가 이동욱이 만드는 것은 이와 또 다른 몸이다. 손바닥 안에 들어올 만큼 작고 사실적인 인체 조각을 변형하고 뒤틀어 인간을 향한 연민과 생명력에 대한 경외를 드러냈다. 서로 다른 형태의 몸이 한 공간에서 인간의 육체를 다시 바라보게 한다. 한편 〈VIRTUAL VITAL〉에서는 이러한 질문이 디지털 공간으로 옮겨갔다. 전시장 곳곳의 QR코드는 물리적인 전시장 너머 또 하나의 공간으로 연결되는데, 곽인탄, 이형구, 최수앙, 한재열 등 몸과 물성을 지속적으로 탐구해 온 작가들의 작업이 휴대폰 화면 속에서 3차원으로 등장한다. 흥미로운 점은 현실의 작품을 화면 속에 그대로 옮겨놓지 않았다는 것. 중력과 크기, 재료의 한계에서 벗어난 형태와 움직임을 구현하며 디지털 공간이기에 가능한 또 다른 감상 방식을 제안했다.

175개 갤러리에서 발견한 장면들

김강열, 김창열, 박서보, 위이 등 국내외 유명 현대미술 작가 8인의 작품들을 한데 모아 소개한 표갤러리 ©PYO Gallery
아뜰리에 아키 부스에서 소개된 임현정의 〈Trip West〉 ©Kiaf SEOUL

‘공존’이라는 키워드는 특별전 밖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올해는 서로 다른 세대와 매체를 한 공간에 병치하며 미술의 흐름을 연결하는 부스들이 눈에 띄었다. 그중 갤러리현대는 김창열, 정상화, 이건용, 이강소, 김보희 등 한국 현대미술의 여러 세대를 한데 아우르며 하나의 부스 안에 미술사의 흐름을 압축했다. 여기에 25대의 모니터와 피아노 건반, 발레 슈즈 등을 결합한 백남준의 대형 설치작품 〈나의 파우스트: 예술〉을 통해 회화와 설치, 미디어아트를 한 공간에서 교차시켰다. 표 갤러리 역시 박서보, 이우환, 김창열 등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8인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으며 서로 다른 시대의 시각 언어를 연결했다. 이러한 경향은 비단 국내 갤러리에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화이트스톤 갤러리는 한국·중국·일본 등 아시아 동시대 작가 13인을 소개하고, 중국 작가 다이 잉의 작품을 국내에 처음 선보이며 오늘날 아시아 미술의 다양한 감각을 한데 펼쳐 보였다. 이렇듯 세대와 지역, 매체를 넘나드는 작품들이 몇 걸음 사이 교차한다는 점에서 ‘공존’은 특별전의 주제를 넘어 올해 키아프 서울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방식으로도 읽혔다.

아트부스 서울 부스에서 전시 중인 이영아의 〈선연〉 시리즈 ©Kiaf SEOUL

한 작가의 세계를 깊이 들여다보는 법

키아프 하이라이트에 선정된 고사리의 설치 작품 〈제비 집〉 ©Kiaf SEOUL
지근욱의 판화 〈Space Engine〉 ©Kiaf SEOUL

수많은 작가의 작품이 한데 모이는 아트페어에서 한 작가에게 오롯이 시선을 내어준다면 어떨까? 2023년 시작해 올해로 4회를 맞은 작가 지원 프로그램 ‘키아프 하이라이트’가 올해 시도한 변화다. 작품의 판매 실적이나 상업성보다 작가 고유의 창의성에 주목함으로써 키아프 서울을 단순한 미술 시장을 넘어 예술 담론의 장으로 확장하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목적이다. 지난해에는 젊은 작가들의 독창성과 잠재력을 발굴하는 데 집중했다면, 올해는 10년 이상 독자적인 조형 언어를 구축해 온 중진 작가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동양화가 이채영, 디지털 이미지와 유화를 오가는 매튜 스톤Matthew Stone, 회화와 도예를 결합한 유이 스즈키 등 국적과 장르를 불문하고 고유한 관점을 지닌 작가 10명을 선정했다.

한지와 먹을 활용한 이채영의 〈텅빈 공기〉 ©Kiaf SEOUL

올해는 작품을 보여주는 방식에도 변화를 줬다. 작가의 작품 세계를 보다 깊이 조명하기 위해, ‘인 부스In-Booth’ 시스템을 새롭게 도입했다. 여러 작가의 작품이 나란히 걸린 일반적인 갤러리 부스와 달리, 가벽을 활용해 한 작가의 작업만으로 구성된 별도의 공간을 부스 내에 구성했다. 작품을 빠르게 훑고 다음 부스로 이동하기 쉬운 아트페어 안에 작은 개인전을 만들어 놓은 셈이다. 관람객과 컬렉터는 한 작가의 작업을 보다 밀도 있게 살펴볼 수 있고, 참여 작가에게는 자신의 작품 세계를 하나의 맥락 안에서 보여줄 기회였다. 

전시장 밖에서도 이어지는 예술 경험

광화문 일대의 옥외 전광판과 서울시의 미디어플랫폼을 통해 송출되는 박세성의 〈유니버스〉 ©Seoul Metropolitan City

올해 키아프 서울은 전시장을 나온 뒤에도 예술 경험이 이어지도록 프로그램의 무대를 서울 곳곳으로 넓혔다. 9월 1일부터 19일까지 열리는 특별전 〈OUTfront : Kiaf × mediaart SEOUL〉이 대표적이다. 서울시와 협업해 ‘자연과 도시가 함께하는 미디어아트’를 주제로 서울 도심 8개 장소의 옥외 전광판과 미디어 플랫폼을 전시 공간으로 활용했다. 작품을 보기 위해 화이트 큐브 안으로 들어가는 대신, 거리를 걷다 고개를 들어 전광판을 바라보는 순간 일상적인 도시 풍경이 전시장이 되는 것이다.

서울을 오가는 관문에서도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열리는 〈We Connect, ART & FUTURE〉는 8월 12일부터 9월 8일까지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밀레니엄 홀에서 진행된다. 올해 키아프 서울과 마찬가지로 ‘공존’을 주제로 국내 주요 갤러리의 작품을 선보이며, 본 행사에 앞서 동시대 한국 미술의 흐름을 미리 만나는 일종의 예고편 역할을 했다. 장르의 경계도 넓혔다.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함께하는 특별 공연 ‘키아프 클래식’을 마련해 미술과 음악이 만나는 또 다른 감상 경험을 제안했다. 코엑스의 부스에서 서울의 전광판과 공항, 공연장까지. 작품을 만나는 장소가 달라질 때마다 키아프를 경험하는 방법 역시 달라지게 된다.

Editor’s Comment

올해로 25주년을 맞은 키아프 서울은 급변하는 국내외 미술계의 상황에 대응하고자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다. 정구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선임해 관람객 중심으로 전시 환경을 재정비하고, 인간과 기술의 관계를 성찰하는 특별전으로 동시대적인 화두를 던졌다. 고유한 조형 언어를 구축해 온 중진 작가들을 지원하는 한편, 전시장 밖에서도 키아프를 경험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의 외연도 넓혔다. 최근 몇 년 사이 서울이 아시아 아트 씬의 주요 무대로 자리 잡아가는 가운데, 올해 키아프 서울은 규모를 키우는 것만큼이나 작품을 어떻게 보여주고, 관객이 어떻게 머물며 감상하게 할 것인지에 집중했다. 25주년을 맞아 시도한 이러한 변화들이 앞으로 키아프 서울만의 관람 경험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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