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토 라 코스트Château La Coste’는 프랑스 남동부 지역 엑상프로방스Aix-en-Provence의 유서 깊은 와이너리이자 문화예술 공간이다. 포도원과 밤나무 숲, 올리브 밭이 프로방스의 수평선 너머까지 끝없이 펼쳐지며, 자연과 예술, 건축이 조화를 이룬다. 공간 자체가 하나의 문화예술 경험을 선사하는 이곳을 구석구석 따라가 보자.
남프랑스에서 가장 로맨틱한 와이너리

엑상프로방스에서 차로 20분 남짓 달리면 포도밭과 올리브나무 숲이 펼쳐진 샤토 라 코스트에 닿는다. 이곳은 프로방스를 대표하는 로제 와인으로 잘 알려진 유기농 와이너리이자, 세계적인 건축가와 예술가의 작품을 자연 속에서 만나는 야외 미술관이다. 입구에서 지도를 받아 들고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언덕과 숲, 연못 사이로 작품들이 하나씩 모습을 드러낸다. 걷고, 바라보고, 쉬고, 와인 한 잔을 곁들이는 시간이 자연스레 이어지는 이곳에서는 이보다 더한 호사는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들 것.


샤토 라 코스트가 현재의 모습으로 거듭난 것은 아일랜드 출신 사업가 ‘패디 맥킬렌Paddy McKillen’이 이 오래된 포도밭을 인수하면서부터다. 로마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와인 생산의 역사를 지닌 이 땅은 맥킬렌의 손을 거치며 와인과 예술, 건축이 공존하는 문화적 실험장으로 변모했다. 그의 비전은 단순히 유명 작가의 작품을 들여오는 데 있지 않았다. 창작자가 직접 이곳의 지형과 빛, 토양을 경험하고, 그에 반응하는 작품을 만들도록 하는 것. 그래서 샤토 라 코스트의 작품은 어디서든 옮겨올 수 있는 조각이 아니라, 이 장소를 위해 태어난 풍경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건축과 예술의 조우


(오) 전면 유리창 너머로 숲의 풍경이 펼쳐지는 드로잉 갤러리 내부 ⒸChâteau La Coste

이우환의 〈하우스 오브 에어〉 ⒸGil Bokyung
상설 작품뿐 아니라 시기별로 열리는 동시대 미술과 디자인 전시도 특기할 만하다. 현재 오스카 니마이어 오디토리움에서는 디자이너 ‘마크 뉴슨Marc Newson’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2026년 3월 15일부터 6월 21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40여 년에 걸친 그의 작업을 조망하며, 실내외에 설치된 14점의 주요 작품을 통해 디자인과 조각, 건축의 경계를 넘나드는 뉴슨의 감각을 보여준다. 같은 기간 ‘리처드 로저스 갤러리Galerie Richard Rogers’에서는 ‘클라우디아 킵Claudia Keep’의 〈와글 댄스Waggle Dance〉가 열린다. 벌과 꽃, 곤충을 그린 회화를 통해 생태계의 아름다움과 그 이면의 취약함을 섬세하게 환기하는 전시다.


유선형 디자인이 특징인 〈록히드 라운지〉 ⒸChâteau La Coste
(오) 러시아 수학자 게오르기 보로노이의 보로노이 다이어그램에서 영감을 받아
마크 뉴슨이 디자인한 〈보로노이 선반〉 ⒸChâteau La Coste
이 밖에도 2026년 8월 15일까지 ‘갤러리 데 장시앵 셰Galerie des Anciens Chais’에서 ‘줄리언 슈나벨Julian Schnabel’의 전시가 이어지며, ‘파빌리온 렌조 피아노Pavillon Renzo Piano’에서는 2026년 6월 21일까지 ‘콜린 데이비드슨Colin Davidson’의 〈스트레인저Stranger〉와 ‘요시토모 나라Yoshitomo Nara’의 대형 조각을 만날 수 있다.

샤토 라 코스트를 즐기는 방법은 단순하다. 서두르지 않는 것. 와인 테이스팅으로 하루를 시작해도 좋고, 포도밭 사이로 이어지는 ‘건축 예술 산책로Promenade Art & Architecture’를 먼저 걸어도 좋다. 약 2~3시간 동안 이어지는 이 야외 산책 코스에는 40점이 넘는 건축과 예술 작품이 흩어져 있다. 모든 작품을 하나하나 찾아보는 것도 좋지만, 한정된 시간 안에서 이곳의 매력을 온전히 느끼려면 어느 정도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처음 방문한다면 입구와 가까운 안도 다다오의 아트 센터를 시작점으로 삼고, 이후 꼭 보고 싶은 작품을 중심으로 동선을 잡아보길 권한다.


(오) 장미셸 오토니엘의 〈라 그랑드 크루아 루주〉 ⒸBokyung Gil
로제 와인과 미식의 완벽한 마리아주

예술과 건축을 따라 걷는 산책만큼이나, 샤토 라 코스트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경험은 미식이다. 곳곳에는 분위기와 콘셉트가 다른 레스토랑이 자리해 여행자의 하루를 식탁 위로 옮겨놓는다. 아트 센터 안의 ‘타다오 안도 카페 레스토랑Tadao Ando Café Restaurant’은 연못을 바라보며 가벼운 점심이나 차 한 잔을 즐기기 좋은 곳이고, ‘라 테라스La Terrasse’는 프로방스식 요리를, ‘프란시스 말만Francis Mallmann’은 불을 중심에 둔 아르헨티나식 식탁을 선보인다. 이외에도 이탈리아 레스토랑 ‘리탈리앙L’Italien’부터 오베르주 라 코스트Auberge La Coste의 ‘라 로티스리La Rôtisserie’, 빌라 라 코스트Villa La Coste의 ‘루이종 – 플로랑 피에트라발Louison - Florent Pietravalle’까지 선택지가 다채롭다.
프로방스의 낭만적 정취가 깃든 하룻밤


이곳에서의 여정을 조금 더 깊게 이어가고 싶다면 숙박을 고려해도 좋다. ‘오베르주 라 코스트Auberge La Coste’는 프로방스 마을을 닮은 호텔로, 옅은 오커와 크림빛 외벽, 돌길과 단정한 석재 디테일이 특징이다. 보다 프라이빗하고 고요한 휴식을 원한다면 5성급 호텔 ‘빌라 라 코스트Villa La Coste’를 추천한다. 포도밭과 숲, 뤼베롱 계곡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자리한 이곳의 객실은 모두 개별 테라스를 갖추고 있다. 큰 창으로 들어오는 남프랑스의 빛, 절제된 재료와 넉넉한 공간감은 이곳의 풍경을 실내까지 자연스럽게 끌어들인다. 각각의 방식으로 프로방스의 정취를 품은 두 숙소에서는 샤토 라 코스트의 예술과 와인, 미식을 한층 느긋하게 누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