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옛 청사에서 머문 하루, 요코하마 OMO7

요코하마에는 언제나 바람이 분다. 바다가 밀어내는 바람은 야마시타 공원을 지나 모토마치와 야마테 언덕을 스치고, 거리의 사람들 곁으로 흘러간다. 호텔 뉴 그랜드에서 태어난 나폴리탄과 푸딩 아라모드, 훗날 거리를 물들인 하마토라 패션까지. 요코하마는 줄곧 서양 문화의 창구이자 세련된 도시 문화의 무대였다. 개항 이후 100여 년 동안 켜켜이 쌓인 이국의 정서와 기억들은 오늘날에도 요코하마 곳곳에서 기운찬 숨을 쉰다. 그런 도시 한가운데, 또 하나의 시간이 덧입혀졌다. 1959년 완공된 옛 요코하마 시청사가 호텔 OMO7 요코하마로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행정기관은 호텔로 모습을 바꿨지만, 시민이 모이고 머무는 도시의 거실이 되고자 했던 건축가 무라노 토고의 구상은 여전히 건물 곳곳에 살아 있다. 요코하마다운 풍경과 기억 위에, 새로운 레거시가 조용히 포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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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청사에서 머문 하루, 요코하마 OMO7

요코하마에는 언제나 바람이 분다. 바다가 밀어내는 바람은 야마시타 공원을 지나 모토마치와 야마테 언덕을 스치고, 거리의 사람들 곁으로 흘러간다. 호텔 뉴 그랜드에서 태어난 나폴리탄과 푸딩 아라모드, 훗날 거리를 물들인 하마토라 패션까지. 요코하마는 줄곧 서양 문화의 창구이자 세련된 도시 문화의 무대였다. 개항 이후 100여 년 동안 켜켜이 쌓인 이국의 정서와 기억들은 오늘날에도 요코하마 곳곳에서 기운찬 숨을 쉰다. 그런 도시 한가운데, 또 하나의 시간이 덧입혀졌다. 1959년 완공된 옛 요코하마 시청사가 호텔 OMO7 요코하마로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행정기관은 호텔로 모습을 바꿨지만, 시민이 모이고 머무는 도시의 거실이 되고자 했던 건축가 무라노 토고의 구상은 여전히 건물 곳곳에 살아 있다. 요코하마다운 풍경과 기억 위에, 새로운 레거시가 조용히 포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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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청사에서 머문 하루, 요코하마 OMO7

요코하마에는 언제나 바람이 분다. 바다가 밀어내는 바람은 야마시타 공원을 지나 모토마치와 야마테 언덕을 스치고, 거리의 사람들 곁으로 흘러간다. 호텔 뉴 그랜드에서 태어난 나폴리탄과 푸딩 아라모드, 훗날 거리를 물들인 하마토라 패션까지. 요코하마는 줄곧 서양 문화의 창구이자 세련된 도시 문화의 무대였다. 개항 이후 100여 년 동안 켜켜이 쌓인 이국의 정서와 기억들은 오늘날에도 요코하마 곳곳에서 기운찬 숨을 쉰다. 그런 도시 한가운데, 또 하나의 시간이 덧입혀졌다. 1959년 완공된 옛 요코하마 시청사가 호텔 OMO7 요코하마로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행정기관은 호텔로 모습을 바꿨지만, 시민이 모이고 머무는 도시의 거실이 되고자 했던 건축가 무라노 토고의 구상은 여전히 건물 곳곳에 살아 있다. 요코하마다운 풍경과 기억 위에, 새로운 레거시가 조용히 포개졌다.

요코하마 간나이 지역은 여러모로 시민들을 위한 장소다. 너울대는 푸른 나무들이 그림자를 만들어내는 역 앞 광장,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즈Yokohama DeNA BayStars’의 홈구장인 요코하마 스타디움, 노포와 선술집이 빼곡한 노게와 활기찬 차이나타운으로 향하는 길목. 게다가 올봄에 문을 연 복합문화공간 베이스게이트BASEGATE는 야구와 미식을 매개로 사람들을 불러들이는 새로운 도시 광장 역할을 하고 있다. 도쿄에서 게이힌 도호쿠선을 타고 간나이역에 내렸을 때 가장 먼저 느낀 건 도쿄의 빼곡함과는 다른 밀도의 여유로움, 초록이 그리는 어떤 둥그스름한 여백이었다. 역 앞을 오가는 분주한 사람들 속에서도 어딘가 느슨하고 편안한 공기가 흐르고 있었다.

호텔 로비 ⒸOMO7 YOKOHAMA

요코하마의 옛 시청에 들어선 호텔

1959년 시청 건물에 새겨진 조각가 츠지 신도(Shindo Tsuji)의 세라믹 벽화 <바다, 파도, 배(Sea, Waves, Ship)>. 현재는 호텔 베이커리 벽 한 면에 일부 보존해 두었다. ⒸOMO7 YOKOHAMA

그 풍경 사이로 유독 시선을 붙드는 건물이 하나 있었다. 주변의 현대적인 건물들 사이에서 시간을 한 겹 품은 듯한 모습이었다. 짙은 갈색 타일과 노출 콘크리트가 만든 단정한 입면, 수평과 수직의 그리드가 질서 있게 반복되는 모더니즘 건축. 그러나 그 질서 속에서도 창문의 크기와 배열이 미묘한 변주를 이루며 건물에 부드러운 리듬을 부여하고 있었다.

바로, 1959년 건축가 무라노 토고Murano Togo, 村野藤吾가 설계한 구 요코하마 시청사다. 2020년 시청이 이전할 때까지 60여 년간 행정의 중심지이자 시민들의 기억이 축적된 도시의 랜드마크로 자리한 건물이다. 전후 일본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건축물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 건물은 6년간의 레노베이션을 거쳐 지난 4월, 호텔 ‘오모 세븐 요코하마OMO7 Yokohama’로 문을 열었다. 주변은 모두 변화했지만, 건물은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계단과 창문, 벽면의 비례와 질감은 과거를 고스란히 품고 있다. 시간과 기억이 쌓인 건물은 그 자체로 고유하며 유일하다. 옛 건물이 문화재가 아닌 삶 속에 머무는 쪽을 택할 때, 우리 각자는 더 풍성한 도시 이야기를 쓸 수 있게 된다. 가장 공적인 공간이었던 시청이 가장 사적이고 내밀한 경험의 배경인 호텔이 되었다는 사실. 그 맥락의 전환과 매끈한 새 건물에서는 느낄 수 없는 영속성은 내게 묘한 흥분감을 준다.

보존과 새로운 것이 공존하는

옛 시청 건물 리모델링 설계는 타케나카 주식회사(Takenaka Coporation)가 담당했고, 인테리어 디자인 및 감리는 나루세-이노쿠마 건축사무소(Naruse-Inokuma Architects)가 맡았다. ⒸOMO7 YOKOHAMA
플로팅 계단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로비 공간 ⒸOMO7 YOKOHAMA

체크인을 위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옛 사진 속에서 보았던 계단이 공중에 떠 있는 듯 가볍게 로비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지면에서 살짝 띄운 플로팅 계단은 이동을 위한 통로라기보다, 어딘가에 머물게 하는 구조에 가까워 보인다. 넓게 펼쳐진 면적, 낮게 떨어지는 단차를 이용한 작은 실내 광장. 실제로 과거에 이 계단에서 종종 연주회와 전시회가 열렸다고 한다. 계단이라기보다 완만한 지형처럼 걷고, 멈추고, 다시 바라보게 되는 리듬을 낳는다. 무라노 토고는 평생 “양식의 위에 서라様式の上にあれ”는 말로써, 유행하는 사조보다 장소와 사람을 먼저 생각했던 건축가였다. 그래서 그의 모더니즘은 따뜻했고, 기능적이기보다 인간적이었다.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드나드는 시청사를 꿈꿨던 이유도 그 연장선에 있었을 것이다. 난간을 감싸는 손잡이의 곡선과 나무의 디테일이 마치 계단을 감싼 리본처럼 우아하다. ‘계단의 명수’라 불렸던 무라노 토고가 손이 닿는 난간의 곡률과 촉감에까지 공을 들인 까닭이다.

OMO7의 공간은 무라노 토고가 옛 시청에 사용했던 대담한 색채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되었다. 시의회 회의실은 녹색, 의장실은 붉은색, 그리고 로비의 선명한 파란색 벽 타일이 특징. ⒸOMO7 YOKOHAMA
갈색 헤링본 패턴의 바닥이 돋보이는 호텔 로비 ⒸOMO7 YOKOHAMA

공간의 안정감을 만들어주는 갈색 헤링본 패턴 바닥 역시, 당시의 것을 최대한 살렸다. 허리를 숙여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직원이 다가와 말을 건넸다. “지금 서 계신 입구 쪽은 원래 이 타일이 없던 공간이었어요. 그래서 기존 바닥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같은 패턴의 타일을 새로 제작했죠. 사실 이 작업이 레노베이션 과정에서 가장 어렵고 공이 많이 들었던 부분이랍니다.” 투숙객보다 더 많은 수의 시민이 건물 안을 천천히 거닐고 있었다. 새롭게 변모한 시청사의 모습을 반짝이는 눈으로 살피며 시청을 드나들던 기억을 되새김질하고 있는 듯했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머물러 가는 장소라는 점에서, 옛 시청과 호텔은 의외로 닮았다. 과거의 흔적은 집요하게 찾으려는 사람에게만 조금 더 모습을 드러낸다. 고개를 숙여야 보이는 바닥의 패턴, 구 시의회 회의장에서 사용하던 오래된 의자들, 무심코 지나칠 뻔한 오리지널 알루미늄 창틀처럼. 이 건물은 과거를 전시하지 않는다. 대신 곳곳에 숨겨두고, 발견하는 즐거움을 남겨둔다. 마치 1960년대의 건물 안에 들어와 있는 듯한 감각 위에 호텔 ‘오모 세븐 요코하마’ 특유의 친밀하고 경쾌한 감각이 자연스럽게 포개졌다. 잊고 있던 피로가 몰려왔다. 

가능한 한 원래 위치에 그대로 보존하고 재사용했습니다.
아트리움의 난간은 용도를 변경했고, 윗층의 녹색 의자는 새롭게 천갈이를 했고요.
옛 시청의 예술 작품들은 복원하거나, 일부는 위치를 옮겨 보존과 새로움을 더했습니다. 
- OMO7 요코하마 리모델링 건축가 이노쿠마 준(Jun Inokuma)

카타리바 룸, 야구장의 불빛 아래 

ⒸSunyoung Park
‘카타리바’ 룸 객실 내부 ⒸOMO7 YOKOHAMA

812호. 마침내 방을 만났다. 아홉 개의 객실 타입 중 내가 선택한 것은 카타리바 룸. ‘카타리바語り場’는 말 그대로 이야기를 나누는 장소, 도란도란 이야기를 꽃피우는 자리라는 뜻이다. 이름처럼 객실 한가운데에는 조금 의외의 풍경이 놓여 있다. 침대도 창가도 아닌 중앙에, 마치 오래된 다이너나 바를 연상시키는 반원형의 부스석이 자리하고 있는 것. 자연스레 마주 앉게 되는 구조다. 맥주 한 캔을 꺼내 놓고, 여행의 기억을 늘어놓고, 밤이 깊어 가는 줄도 모른 채 재잘대기에 딱 어울리는 자리. 객실이라기보다 작은 살롱에 가까운 분위기다. 초록빛 벽면과 에메랄드그린 소파, 발끝이 폭신하게 잠기는 연둣빛 카펫. 방 안에 들어선 순간 묘한 기시감이 밀려왔다. 어느 시절의 미국 같기도 하고, 네온사인이 번지던 홍콩의 오래된 호텔 같기도 하다. 복고적이지만 촌스럽지 않고, 화려하지만 과하지 않다.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가 뒤섞인 요코하마 특유의 정서가 로비에서 라운지로, 다시 객실까지 자연스럽게 흘러 들어온 듯했다.

저녁 무렵에는 한동안 창가를 떠날 수 없었다. 창밖의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는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즈’와 ‘오릭스 버팔로스Orix Buffaloes’의 경기가 한창이었다. 파란 유니폼을 입은 팬들의 함성이 밤공기를 타고 희미하게 전해졌다. 거대한 조명탑이 뿜어내는 새하얀 빛은 초여름 저녁의 어스름을 밀어내고 있었고, 환하게 떠오른 그라운드는 도시 한가운데 내려앉은 작은 섬처럼 보였다. 그 옆으로는 열차가 쉼 없이 오갔다. 창문 아래로 미끄러지듯 지나가는 긴 열차의 움직임, 경기장의 환호성, 늦은 저녁의 도시가 내는 낮고 규칙적인 소음. 너무나 일상적인, 완벽한 한때였다. 오래된 시청사 안에서, 야구장의 불빛을 바라보며, 간나이를 지나는 열차를 멍하니 따라가던 시간. 그날 밤의 요코하마는 화려하기보다 다정했고, 활기차기보다 느긋했다. 

과거형이 되는 풍경들

깃발을 들고 요코하마의 역사를 소개하는 오모 레인저 ⒸSunyoung Park

아침 9시, 오모 레인저OMO Ranger와 함께 요코하마의 헤리티지 건축을 따라 걷는 레거시 워크에 참여했다. 귀여운 제복을 입고 깃발을 든 오모 레인저와 함께 거리를 걷는다. 일본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포켓 토크라는 번역 프로그램에 귀를 기울였지만, 절반 정도의 내용만을 파악할 수 있었다.

요코하마 야마테 언덕의 서양관 베릭홀의 스페인풍 세라믹 타일로 장식된 화장실. ⒸSunyoung Park

목적지는 요코하마 세관, 개항 기념회관, 가나가와현청 본청사. 요코하마 사람들은 100여 년 전 지어진 이 세 건물을 ‘삼탑三塔’이라 부른다. 각각 퀸, 잭, 킹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데, 아직 고층 빌딩이 없던 시절, 요코하마항으로 들어오던 외국 선원들이 트럼프 카드에 빗대어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항구를 향해 우뚝 솟은 세 개의 탑은 배를 인도하는 표지판이었고, 먼 항해 끝에 도착했음을 알리는 안도감의 상징이었다. 요코하마를 떠나는 순간, 이 모든 풍경은 서서히 과거형으로 바뀔 것이다. 비 내리는 항구의 풍경, 야마테 언덕의 서양관들, 요코하마의 재즈 클럽 하우스 ‘돌피’Jazz Spot DOLPHY에서 흘러나오던 색소폰 소리, 케첩의 달큰함이 남은 나폴리탄. 그리고 오래된 시청사에서 보낸 두 번의 밤. 그중에서도 오후의 빛을 품은 객실의 색채와 무라노 토고의 계단을 오르내리던 감각은, 오래도록 마음 한구석을 한동안 조용히 두드릴 것만 같다.

10

옛 청사에서 머문 하루, 요코하마 OMO7

09

오래된 건물 위 새로운 감각, 도쿄 호텔 K5

08

머무름으로 설득하는 공간, 코펜하겐 아우도 하우스

07

호텔에서 보낸 탐미의 밤, 파리 생 마르크

06

잠시 다른 꿈을 허락하는 집, 가평 아시 하우스

05

공원과 수영장 사이에 맡긴 하루, 도쿄 트렁크 요요기 파크

04

런던의 한밤과 아침 사이, 런던 하프 문

03

뾰족한 지붕들 아래 숨겨진 집, 안트베르펜 줄리앙

02

구름 속에 머문 시간, 도쿄 친잔소

01

Prologue 수필이 되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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