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ial

경계를 재단하는 감각, 퍼렐 윌리엄스

퍼렐 윌리엄스의 커리어는 하나의 장르에 머무르지 않고 음악, 예술, 스트리트 문화, 그리고 하이 패션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융합의 과정이다. 그리고 그 모든 행보는 하나의 지점으로 수렴한다. 현대의 럭셔리는 어떻게 대중의 삶과 공명하며 문화적 연대를 끌어낼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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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재단하는 감각, 퍼렐 윌리엄스

퍼렐 윌리엄스의 커리어는 하나의 장르에 머무르지 않고 음악, 예술, 스트리트 문화, 그리고 하이 패션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융합의 과정이다. 그리고 그 모든 행보는 하나의 지점으로 수렴한다. 현대의 럭셔리는 어떻게 대중의 삶과 공명하며 문화적 연대를 끌어낼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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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재단하는 감각, 퍼렐 윌리엄스

퍼렐 윌리엄스의 커리어는 하나의 장르에 머무르지 않고 음악, 예술, 스트리트 문화, 그리고 하이 패션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융합의 과정이다. 그리고 그 모든 행보는 하나의 지점으로 수렴한다. 현대의 럭셔리는 어떻게 대중의 삶과 공명하며 문화적 연대를 끌어낼 수 있는가.



퍼렐 윌리엄스 ⒸChanel

트렌드를 읽는 디자이너와 문화의 판도를 바꾸는 큐레이터가 존재하는 패션계. 루이 비통Louis Vuitton의 남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는 명백히 후자다. 그가 제안하는 컬렉션은 단순한 의복의 나열이 아니라, 음악과 예술, 그리고 공동체적 가치가 결합된 하나의 ‘문화적 선언’이다. 지난 30년간 그가 걸어온 여정을 따라가며, 왜 지금 패션계가 그가 설계한 루이 비통의 슬로건 ‘러버LVERS’에 열광하는지를 추적해 본다.

스타일의 출발점: 개인적 취향의 구조화

퍼렐과 고등학교 동창인 채드 휴고(Chad Hugo)가 함께했던 프로듀서 듀오 ‘더 넵튠스’ ⓒThe Neptunes
넵튠스의 퍼렐 윌리엄스, 채드 휴고와 셰이 헤일리(Shay Haley)가 뭉친 하이브리드 밴드 ‘너드’ ⓒN.E.R.D

퍼렐 윌리엄스의 패션은 특정 하우스나 디자이너에게서 출발하지 않는다. 그의 스타일은 그가 지닌 음악적 배경과 스트리트 문화, 그리고 개인적 취향이 혼합된 상태에서 형성된다. 미국 버지니아 비치Virginia Beach라는 지역적 환경, 스케이트 문화, 힙합, 프렙Prep 스타일이 자연스럽게 교차하는 그의 초기 스타일은 장르를 구분하지 않는다. 프로듀싱 듀오 더 넵튠스The Neptunes와 밴드 너드N.E.R.D를 통해 힙합과 록의 경계를 허물었고, 당시 힙합 신이 플렉스Flex에 매몰되어 있을 때 그는 다른 스타일을 선택했다. 예를 들면 그래픽 티셔츠 위에 테일러드 재킷을 걸치거나, 스포츠웨어에 클래식 아이템을 결합하는 방식은 이후 디자인 작업에서도 반복되는 그의 시그니처다. 중요한 점은, 이 조합이 의도된 대비가 아니라 하나의 자연스러운 상태로 보인다는 것이다. 퍼렐에게 스타일은 어떠한 목표를 지향하고 그것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닌, 그가 지닌 감각을 정렬하고 재조립하는 모습에 가깝다.

스트리트에서 럭셔리까지: 패션으로의 확장

음악적 성공 이후 퍼렐은 자연스럽게 패션으로 영역을 확장한다. 그러나 그의 접근 방식은 일반적인 셀러브리티 브랜드 론칭과는 달랐다. 단순히 이름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직접 미학을 구축하는 방식이었던 것. 2000년대 초반 스트리트 패션을 이끈 빌리어네어 보이즈 클럽Billionaire Boys Club과 아이스크림ICECREAM은 스트리트웨어가 지닌 문법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그래픽과 컬러, 그리고 메시지를 통해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 현재 겐조KENZO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니고NIGO와 교류하며 하이엔드 스트리트웨어의 기틀을 마련한 시도였고, 동시에 트렌드 소비를 넘어선 문화를 생산하는 방식에 가까웠다.

파트너십: 스트리트와 럭셔리를 넘나드는 확장성

루이 비통의 남성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부임하기 전부터 퍼렐 윌리엄스의 디자인 세계는 꾸준히 연결되고 확장되고 있었다. 단순히 로고를 빌려주는 협업을 넘어, 제품의 실루엣과 소재 선택, 그리고 브랜드의 철학적 방향성까지 깊숙이 관여해 온 그의 주요 타임라인을 정리했다.

밀리어네어 선글라스를 착용한 퍼렐 윌리엄스와 당시 루이비통의 수장이었던 마크 제이콥스 ⒸLouis Vuitton

먼저 아이스크림과 리복의 협업이다. 위트 있고 장난스러운 디자인의 스니커즈는 지금까지도 꾸준히 에디션이 발매되고 있을 만큼 인기다. 퍼렐의 럭셔리 데뷔는 2004년,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가 이끌던 루이 비통의 ‘밀리어네어Millionaire’ 선글라스였다. 애비에이터Aviator 스타일을 힙합 감성으로 재해석한 이 제품은 오늘날까지도 아카이브 아이템으로 칭송받는다.

퍼렐이 직접 디자인한 루이 비통과의 협업 컬렉션 ‘블라종’ 링 ⒸLouis Vuitton
아디다스의 시그니처 모델 ‘슈퍼스타’에 50가지 컬러를 적용한 슈퍼컬러 팩 ⒸAdidas

2008년에는 루이 비통에서 ‘블라종Blason’ 컬렉션의 주얼리를 디자인하며 영역을 넓혔다. 2014년부터 시작된 아디다스와의 파트너십은 퍼렐의 디자인 철학이 가장 대중적으로 꽃피운 사례다. 50가지 컬러의 ‘슈퍼컬러Supercolor’ 팩은 다양성에 천착한 그의 철학을 보여주었으며, ‘Hu NMD’ 시리즈는 전 세계적인 스니커즈 열풍을 주도했다. 단순히 색 배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프라임니트Primeknit 소재의 구조를 변경하거나 발바닥의 혈 자리를 형상화한 인솔 디자인 등 기능적 디테일에도 직접 관여했다. 이어서 2014년 그가 이끄는 친환경 소재 기업 바이오닉 얀Bionic Yarn과 네덜란드 데님 브랜드 지스타 로우G-Star RAW가 협업해 해양 쓰레기를 데님으로 탈바꿈시킨 프로젝트 ‘로우 포 더 오션스Raw for the Oceans’는 패션계에 큰 경종을 울린 사례로 남아 있다. 이후 퍼렐은 2016년 지스타 로우의 공동 소유주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격인 ‘헤드 오브 이매지네이션Head of Imagination’로 취임했다.

하이패션의 금기를 깬 샤넬과 퍼렐의 캡슐 컬렉션, ‘샤넬 퍼렐’ ⒸChanel

샤넬Chanel 역사상 최초로 외부 크리에이터의 이름을 내세운 캡슐 컬렉션, 2019년 ‘샤넬 퍼렐Chanel Pharell’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샤넬의 우아함에 스트리트의 장난기 가득한 그래픽을 입혀 하이 패션의 금기에 도전했다. 2024년 퍼렐은 티파니Tiffany와 함께 ‘티파니 타이탄Tiffany Titan’ 컬렉션을 론칭하기도 했다. 포세이돈의 삼지창과 스파이크 디테일을 활용한 이 컬렉션은 전통적인 진주 주얼리의 문법을 완전히 뒤바꾸며 그가 여전히 날카로운 디자인 감각을 유지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루이 비통 시대: 퐁 뇌프 위에서 쏘아 올린 기쁨의 찬가

2023년, 버질 아블로Virgil Abloh의 뒤를 이어 루이 비통 남성복의 수장이 된 퍼렐의 복귀는 혁명이었다. 그의 ‘러버LVRS’ 철학은 럭셔리 하우스의 비전에 버지니아를 이식한 고향에 대한 헌사이며, 공동체와 긍정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파리 퐁 뇌프Pont Neuf 다리를 황금빛으로 물들인 그의 데뷔 쇼는 거대 자본과 흑인 문화, 그리고 럭셔리의 정교함이 결합된 압도적인 퍼포먼스였다. 그는 브랜드의 상징인 다미에Damier 패턴을 디지털 픽셀로 재해석한 ‘다모플라주Damoflage’를 선보이며 고전적인 유산에 현대적인 리듬을 수혈했다. 그가 만든 일명 ‘밀리어네어 스피디 백Millionaire Speedy bag’은 희소성과 가치를 극대화한 현대적 오브제가 되었고, 그를 지지하는 팬덤을 통해 럭셔리가 단순한 소비를 넘어 하나의 ‘커뮤니티’가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그의 오랜 친구인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Tyle, The Creator와 협업하며 럭셔리 하우스 내에서 창조적 우정이 어떻게 브랜드의 활력이 될 수 있는지 보여주기도 했다.

Editor’s Comment

그의 여정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옷은 단순히 입는 것인가, 아니면 공유하는 문화인가?” 그 답은 퍼렐이 제안하는 정신 아래 숨겨진 ‘포용성’에 있다. 그는 패션을 권위의 상징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사람들이 모여 춤추고, 예술을 논하고, 서로의 다름을 축하하는 모든 순간에 가장 멋진 배경이 되어주는 도구를 제공한다. 이처럼 퍼렐의 패션이 여전히 유효한 이유는, 그것이 유행을 좇지 않고 언제나 가장 인간적인 기쁨을 동력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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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재단하는 감각, 퍼렐 윌리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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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에 뿌리 내린 여성성의 설계자,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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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정서를 설계하는 조용한 혁명가, 피비 파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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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스트리트웨어 시대의 럭셔리 문법을 바꾼, 뎀나 바잘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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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을 해체하고 재조립하는 디자이너, 조나단 앤더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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