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ial

[atMOSPHERE] ep.3 시간이 쌓일수록 선명해지는 것들, 마포구 ‘디앤디파트먼트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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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MOSPHERE] ep.3 시간이 쌓일수록 선명해지는 것들, 마포구 ‘디앤디파트먼트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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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MOSPHERE] ep.3 시간이 쌓일수록 선명해지는 것들, 마포구 ‘디앤디파트먼트 서울’


ⒸKIOSK

오늘의 공간은 마포구 서교동의 디앤디파트먼트 서울. 월드컵북로를 벗어나 가로수가 늘어선 골목으로 접어들면, 작은 정원을 품은 건물과 길게 열린 유리창이 모습을 드러낸다. 한쪽에서는 카페 ‘모호’의 커피가 내려지고, 그 곁으로 밀리미터밀리그람과 1616/아리타 재팬의 가구와 식기, 오래 두고 쓸 생활의 도구들이 이어진다. 물건을 살피던 걸음은 어느새 커피 앞에 머물고, 실내를 지나던 시선은 창밖의 정원으로 이곳. 지난 7월 25일 문을 연 새로운 공간이지만 처음부터 서교동의 일상이었던 것처럼 자연스럽다.

디앤디파트먼트가 오래 바라봐온 것은 새로움보다 시간이다. 2000년, 디자이너 나가오카 겐메이Nagaoka Kenmei는 유행의 바깥에서 오랜 시간 살아남은 물건과 그것을 계속 만들어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발견하기 위해 도쿄에서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롱 라이프 디자인’이라 불리는 이 태도가 처음 국경을 건넌 곳은 서울이었다. 밀리미터밀리그람(MMMG)의 배수열·유미영 공동 대표는 2013년 한남동에 서울점을 열어 십여 년의 시간을 쌓았고, 2025년 7월 그곳의 문을 닫았다. 그리고 꼭 1년의 공백을 지나, 디앤디파트먼트 서울은 서교동이라는 새로운 동네에서 다시 자신의 시간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다음 공간을 찾는 동안, 배수열·유미영 대표와 새롭게 합류한 비주얼 디렉터 크리스가 오래 들여다본 것은 지도의 숫자가 아니었다. 서울의 지역성을 탐구하고, 오래 쓰일 물건과 그것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어가려면 어느 동네에 머물러야 할까. 그 질문이 이들을 서교동으로 이끌었다. 한남동의 여섯 층을 오르내리며 포개졌던 ‘수직 마을’은 이곳에서 한 층 위에 수평으로 펼쳐진다. 길과 정원, 카페와 스토어, 곧 문을 열 식당까지. 위로 쌓였던 풍경은 이제 동네를 향해 천천히 옆으로 넓어지고 있다.

ⒸKIO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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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Pick 1. 서교동의 일상에서 발견하는 서울의 지역성

한남동에서 보낸 십여 년은 디앤디파트먼트 서울의 세계관을 세우고 알린 시간이었다. 국내외에서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았지만, 하나의 목적지로 알려질수록 공간을 둘러싼 동네보다 단순 방문을 위해 공간이 소비되는 순간이 늘어났다. 서울의 지역성을 이야기하면서도 매일 마주치는 이웃과 관계를 쌓는 일에는 한계가 있었다. 다음 장소를 찾으며 이들이 떠올린 것은 더 많은 사람이 모이는 상권이 아닌, 서울의 일상 가까이에 오래 머물 수 있는 동네였다.

서교동에서의 새로운 시작을 알린 티저 게시물 이미지 ⒸKIOSK

새로운 공간을 물색하는 동안 장충동과 효창동도 후보에 올랐다. 여러 동네를 오가며 이들이 살핀 것은 상권의 크기보다, 그곳에서 누구와 어떤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가였다. 그 끝에 시선이 머문 곳은 서교동이었다. 작은 출판사와 스튜디오, 오랫동안 자리를 지킨 가게가 골목마다 이어지는 이곳에는 저마다의 일을 지속해온 사람들의 시간이 쌓여 있다. 도로와 맞닿은 새 매장은 목적지를 정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자연스럽게 모습을 드러낸다. 문을 연 뒤에는 “우리 동네에 이런 가게가 생겨 반갑다”는 주민들의 인사가 이어졌고, 물건의 쓰임과 만들어진 배경을 천천히 살피는 손님들도 눈에 띄었다. 필요한 것을 신중히 고르면서도, 좋은 태도에서 태어난 물건에는 기꺼이 마음을 내어주는 사람들. 디앤디파트먼트 서울이 새로운 동네에서 마주한 풍경이다.

이들에게 로컬은 지역의 특징을 장식처럼 가져오는 일이 아니다. 그곳에서 계속 일해온 사람을 만나고, 사라지지 않아야 할 기술과 물건을 발견하며, 다시 소개할 관계를 쌓는 일에 가깝다. 공간 오픈과 함께 선보인 〈d16 LONG LIFE DESIGN—한국 16개 지역이 길러낸 디자인〉전은 그 방향을 먼저 보여준다. 남원의 발우와 강원의 황태채, 안동의 청주와 서울의 옷처럼 서로 다른 토양에서 길러진 물건을 통해, 디자인을 형태가 아닌 생활과 산업, 생산자의 시간까지 이어진 생태계로 바라본다.

서울점이 앞으로 담고자 하는 서울 역시 하나의 이미지로 단정된 도시는 아니다. 책과 음식, 농부의 태도와 제작자의 기술처럼 서로 다른 삶의 단서가 차곡차곡 모이며 윤곽을 드러내는 지역이다. 서교동은 그 긴 탐구의 출발점이다. 서울을 넓게 말하기에 앞서, 지금 발을 딛고 있는 동네부터 천천히 알아가는 것. 새 주소를 정하는 과정부터 로컬을 대하는 디앤디파트먼트의 태도는 분명했다.

도쿄 바쿠로초에 위치한 디앤디파트먼트 디자인 오피스 입구의 네온사인을 촬영해 새로운 티셔츠 굿즈에 활용할 뿐 아니라,
‘d 식당 SEOUL’에도 동일한 네온사인 및 로고를 활용해 브랜드 전신에 대한 존경과 감사함을 표했다. ⒸKIOSK

Editor’s Pick 2. 여러 일상을 하나로 잇는 공간의 리듬

한남동에서는 여러 층위로 흩어졌던 매장이 서교동에서는 한 층에 모두 펼쳐져있어 보다 편안한 동선으로 매장을 구경할 수 있게 되었다. ⒸKIOSK

한남동에서는 하나의 공간을 경험하기 위해 여섯 개 층을 오르내렸다. 서로 다른 높이에 포개져 있던 프로그램은 서교동에 이르러 약 100평 규모의 한 층 위에 나란히 펼쳐졌다. 디앤디파트먼트와 밀리미터밀리그람의 스토어, 1616/아리타 재팬의 쇼룸, ‘카페 모호’와 곧 문을 열 ‘d 식당 서울’까지. 각자의 성격을 벽으로 구분하기보다 매대와 가구 사이로 시선과 걸음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했다. 커피를 마시던 사람은 어느새 물건 앞에 머물고, 스토어를 둘러보던 사람의 시선은 전시와 책을 향한다. 하나의 목적을 따라 움직이기보다 서로 다른 일상의 장면을 천천히 건너는 공간이다.

아직 오픈 준비가 한창인 ‘d 식당 SEOUL’.
효자동 이탈리안 레스토랑 두오모의 허인 셰프가 디렉터로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KIOSK

그중 가장 먼저 손님을 맞는 곳은 카페 모호다. 무언가를 사야 한다는 이유가 없어도 커피 한 잔을 위해 가볍게 들어설 수 있고, 하루를 시작하거나 잠시 숨을 고르는 동안 자연스럽게 공간과 관계를 맺는다. 양재에서 오전 8시부터 문을 열어 동네의 아침을 맞아온 모호의 리듬은 서교동의 일상 가까이에 머물고 싶었던 디앤디파트먼트의 바람과 닮아 있었다. 매일 같은 얼굴과 인사를 나누는 시간이 쌓일수록 상점은 목적지에서 동네의 풍경으로 바뀐다. 카페 모호는 이 수평의 마을로 들어서는 가장 편안한 문턱이자, 하루의 첫 인사를 건네는 곳이다.

오픈 셋째날. 매장은 오전부터 사람들로 붐비고, ‘d 식당 SEOUL’에 둘러 앉아
8월 1일 진행될 푸드 디렉터 아이마 유키의 『지속을 맛보는 식당』 출판 기념 북토크 행사를
논의 중인 배수열·유미영 대표와 비주얼 디렉터 크리스 ⒸKIOSK
한국 각지의 식재료와 생산자를 한 끼의 식사를 통해 소개하는, 디앤디파트먼트 서울의 새로운 식 활동 공간 ‘d 식당 SEOUL’ 로고가 새겨진 디시웨어 ⒸKIOSK

‘d 식당 SEOUL’은 그 인사를 식탁까지 이어간다. 이곳에서 지역의 음식을 소개한다는 것은 한식의 익숙한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는 일이 아니다. 한 지역의 농부와 생산자가 기른 재료를 만나고, 그 안에 담긴 태도와 시간을 오늘의 식탁에 가장 자연스럽게 옮기는 방법을 찾는 데서 출발한다. 이탈리아 가정식을 바탕으로 여러 음식 문화를 공부해온 ‘두오모 레스토랑’의 허인 셰프가 디렉팅을 맡아, 한국 각지의 식재료가 일상의 한 끼로 이어지는 장면을 선보일 예정이다. 물건을 통해 이야기해온 지속의 가치는 그렇게 식탁 위에서 맛과 온도를 갖는다.

이곳의 하루는 매장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같은 건물에 자리한 로컬스티치의 숙박과 주거, 코워킹 프로그램은 디앤디파트먼트 서울의 풍경을 생활의 시간으로 넓힌다. 아침에는 카페에 들르고, 낮에는 스토어와 전시를 천천히 둘러본 뒤, 늦은 오후 식탁에 앉는 하루를 그려볼 수 있다. 디앤디파트먼트 제주에서 ‘d룸’과 식당, 스토어가 하나의 여행을 완성했던 것처럼, 서교동에서도 머무는 일과 먹는 일, 물건을 발견하는 경험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가능성이 생겼다. 한 번의 방문으로 지나치는 매장보다, 사람과 물건과 이야기가 여러 번 마주치는 작은 마을에 가까운 이유다.

Editor’s Pick 3. 시간의 흔적을 지우지 않고 완성한 공간

디앤디파트먼트 서울의 새 공간에도 식당 입구에 식료품 코너가 자리한다.
식당에서 사용하는 재료를 직접 맛본 뒤 구매할 수 있도록 제품을 구성했으며,
허인 셰프와 함께 한국 각지의 좋은 생산자를 꾸준히 만나 디앤디파트먼트다운 시선으로 발견한 식재료와 식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KIOSK
ⒸKIOSK

서교동 공간은 한 사람의 이름보다 여러 사람의 대화로 완성됐다. 배수열·유미영 공동 대표와 크리스 비주얼 디렉터를 비롯한 서울 팀이 기본 방향을 세우고, 디앤디파트먼트 일본 본사의 동료들이 설계와 인테리어, 상품 진열과 전시 준비의 과정마다 함께했다. 본사의 방식을 그대로 옮겨오는 것이 아니라, 서울 팀이 그리고 있는 풍경을 함께 들여다보며 빠진 것은 없는지 질문을 건네는 협업이었다. 스토어와 카페, 식당, 쇼룸의 서로 다른 리듬을 한 층에 담기 위해 구획안만 약 스무 차례 다시 그렸다. 하나의 안을 끝까지 구체화한 뒤에도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는 과정을 거치며, 각자의 생각은 조금씩 하나의 공간으로 모였다.

처음 마주한 건물은 천장이 4m가 넘고, 한쪽 벽을 제외한 대부분이 유리창으로 열려 있었다. 중앙의 엘리베이터 코어 때문에 평면도 반듯하지 않았다. 물건을 진열할 벽이 필요한 매장에는 쉽지 않은 조건이었지만, 이들은 공간을 익숙한 형태로 바로잡기보다 이미 주어진 높이와 빛, 굴곡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엘리베이터 코어를 감싸 식당의 보조 주방과 독립된 1616/아리타 재팬 쇼룸을 만들고, 필요한 벽 두 곳과 전기·조명 구획을 제외하면 기존 구조에는 거의 손대지 않았다. 공간의 단점을 지우는 대신, 그 안에서 가능한 장면을 새롭게 발견한 것이다.

입구를 정하는 방식도 다르지 않았다. 도로와 가장 가까운 곳에 곧바로 문을 내는 대신, 건물 앞 정원을 한 번 돌아 초록을 마주한 뒤 실내로 들어오도록 동선을 옮겼다. 몇 걸음을 더 걷는 동안 거리의 속도는 느려지고, 정원은 매장에 들어서기 전 가장 먼저 경험하는 공간이 된다. 오픈 행사 날에는 무더운 날씨에도 사람들이 정원 가장자리에 둘러앉아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눴다. 한때 비어 있던 자리에 사람이 머물기 시작하면서, 정원은 건물 앞의 여백이 아니라 이 작은 마을의 첫 번째 방이 되었다.

유미영 대표가 디자인한 스틸 쉘브는 서교동 매장 전체를 잇는 공통의 디자인 언어다.
카페와 키친, 식당의 쓰임에 맞춰 형태와 기능을 달리하며 공간을 하나의 풍경으로 묶는다. ⒸKIOSK

가구와 집기에도 이전 공간의 시간이 이어진다. 한남동 매장의 1616/아리타 재팬 쇼룸에서 사용하던 가구는 “식구니까 함께 데려왔다”는 유미영 대표의 말처럼 서교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새롭게 필요한 집기는 디앤디파트먼트의 산업용 스틸 쉘브와 밀리미터밀리그람이 오랫동안 다뤄온 가구의 형식을 결합해 유미영 대표가 직접 디자인했다. 스토어와 카페, 식당에는 같은 구조의 선반을 두되 높이와 쓰임, 마감의 인상을 달리해 서로 다른 표정을 만들었다. 조립이 간편한 무볼트 방식 대신 오래된 볼트 구조를 택했고, 지금은 구하기 어려운 브래킷을 다시 만들기 위해 별도의 금형까지 제작했다. 바닥을 보호하는 고무 캡 자리에는 높이를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발을 새로 달았다. 오래 쓰기 위해서는 때로 가장 작은 부품부터 다시 살펴야 했다.

처음에는 낯설었던 건물의 검은 창호가 공간이 완성될수록 디앤디파트먼트 서울의 새로운 얼굴처럼 느껴졌다는 유미영 대표 ⒸKIOSK
롱라이프 디자인의 관점에서 관광·식당·쇼핑·카페·숙박·인물 등 여섯 가지 카테고리를 통해
일본 각 지역의 고유한 모습을 기록해 온 로컬 관광 가이드북 〈d design travel〉.
2024년에는 해외 도시 최초로 ‘제주’를 다뤘으며, 다음 한국 지역판인 ‘서울’ 편도 머지않아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KIOSK

서교동 공간의 새로움은 이전의 흔적을 지우는 데서 시작되지 않았다. 한남동에서 사용하던 가구와 오랫동안 손에 익은 재료, 서울과 일본이 함께 일해온 방식까지 다음 자리로 옮겨와 새로운 쓰임을 찾았다. 그래서 문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은 공간에서도 오래전부터 이곳에 있었던 듯한 익숙함이 느껴지는지 모른다. 이미 존재하는 것을 자세히 바라보고, 필요한 만큼만 손을 대며, 다음 시간을 견딜 수 있도록 고치는 일. 디앤디파트먼트가 판매대 위의 물건을 통해 이야기해온 롱 라이프 디자인은 서교동에서 공간 자체의 구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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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with 배수열·유미영 공동 대표, 크리스 비주얼 디렉터

왼쪽부터 배수열 대표, 유미영 대표, 크리스 비주얼 디렉터 ⒸKIOSK

한남동에서의 운영을 마친 뒤 서교동에서 다시 문을 열기까지 꼭 1년이 걸렸습니다. 그간 어떻게 지내셨나요?

배수열 처음에는 1년이나 걸릴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어요. 한남동 매장을 정리하기 전부터 후보지를 찾아왔고, 가능하면 쉬지 않고 다음 공간으로 이어가고 싶었죠. 하지만 한 번 자리를 정하면 다시 오랫동안 뿌리를 내려야 하니 쉽게 타협할 수 없었어요. 작은 회사가 매장 운영 및 매출 없이 모든 직원을 계속 고용하는 일도 현실적으로 어려웠고요. 한남동 매장을 함께 마무리한 직원들에게 기약 없는 약속을 할 수 없어 헤어져야 했지만, 다시 문을 열게 되면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인사했어야 했죠.

지난 1년 새 직원은 없었지만 새로운 공간을 준비하는 디렉터들은 계속 모였습니다. 카페 ‘모호’와 d 식당 서울의 파트너들과 큰 그림을 이야기했고, MMMG 온라인 스토어를 운영하며 회계와 택배 배송과 같은 눈앞의 일도 직접 처리해야 했어요. 장소가 정해지고 오픈 날짜가 보인 뒤에는 이전 구성원들에게 다시 연락했고, 새로운 스태프도 합류하며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었죠. 멈춰 있던 시간이라기보다 다음 장면을 만들기 위해 작은 일부터 함께 버틴 시간이었어요.

오월의 종 정웅 셰프가 선물한 빵을 함께 나누며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인터뷰 ⒸKIOSK

장충동과 효창동 등 여러 후보지가 있었다고요. 그 가운데 서교동을 택한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유미영 처음에는 이 동네를 잘 알지 못해 “여기서 우리가 지속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했어요. 하지만 이곳은 로컬의 힘이 분명했고, 건물 안에도 숙박과 주거, 일과 커뮤니티를 잇는 기반이 갖춰져 있다는 점이 큰 장점으로 다가왔어요. 디앤디파트먼트 제주에서 d룸을 운영하며 숙박시설이 스토어와 식당, 지역의 경험을 이어주는 중요한 장치라는 것을 배웠던 터라 그 부분이 크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배수열 매달 나가야 하는 렌트비나 유동 인구보다 앞으로 디앤디파트먼트 서울이 어떤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봤어요. 한남동에서는 서울 전체를 이야기하기가 막연했는데, 서교동에는 오래 자리한 로컬과 창작자, 작은 스튜디오가 촘촘히 연결되어 있었어요. 이곳에서부터 관계를 만들어간다면 디앤디파트먼트 서울의 활동도 다시 이어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주민분들이 매장에 들어오시며 “우리 동네에 이런 공간이 생겨 정말 기쁘다”고 말씀해주시는데, 그럴 때마다 이루 말할 수 없이 감사해요. 또 서교동의 분들은 물건을 쉽게 소비하기보다, 좋은 물건과 그 안에 담긴 가치를 알아보고 기꺼이 마음을 내어주신다는 점도 새롭게 알게 됐고요.

디앤디파트먼트 서울을 오픈하기 위해 지난 몇 달간 각자의 자리에서 힘을 모아온 멤버들.
배수열·유미영 공동 대표와 크리스 비주얼 디렉터를 비롯해
카페 모호 김희진 대표, 숍 디렉터 김송이, 점장 신소담이 한자리에 모였다. ⒸKIOSK

스토어와 카페, 식당을 한 공간에 담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본 것은 무엇인가요?

유미영 세 가지 프로그램의 흐름을 어떻게 만드는지가 핵심이었어요. 각자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하나로 보이고, 동시에 개성은 사라지지 않아야 했죠. 식당의 규모와 카페의 위치, 스토어의 비율을 정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썼어요. 서울 팀이 안을 만들면 일본 팀이 세심하게 검토하고 의견을 보태주었고, 수정한 안을 다시 함께 살폈습니다. 특히, 식당처럼 한 번 세팅하면 쉽게 바꾸기 어려운 공간일수록 실제 운영하는 사람이 잘 사용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크리스 공간구획안이 대략 스무 번 바뀌었어요. 가볍게 배치만 옮긴 횟수가 아니라, 매번 하나의 안을 끝까지 구체화한 다음 다시 처음부터 검토한 과정이었죠. 일본의 여러 디렉터와 마지막 안을 함께 본 뒤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 확신이 생겼어요. 이곳을 누가 디자인했다고 한 사람의 이름으로 말하기 어려운 이유도 그 과정에 있습니다. 서울과 일본의 여러 구성원이 각자의 자리에서 함께 만든 공간이에요.

온라인으로 무엇이든 살 수 있는 시대에 약 100평의 오프라인 매장을 다시 여는 일은 어떤 의미인가요?

배수열 세상은 계속 바뀌겠지만, 바뀌지 않는 것은 또 무엇인지 생각해봤어요. 물건을 만드는 사람의 태도와 디자인을 대하는 진심은 쉽게 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누가 어떤 마음으로 물건을 만들었는지, 음식이라면 달걀 하나가 어떤 환경과 과정을 거쳐 식탁에 도착했는지까지 소개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니까요. 우리가 해오던 일을 더 솔직하고 분명하게 보여준다면 오래 지속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크리스 디앤디파트먼트의 활동은 ‘물건을 오래 쓰자’거나 ‘환경을 보호하자’는 한 문장보다 훨씬 입체적이에요. 물건을 만드는 사람의 생태계를 지지하고, 사라질 수 있는 기술과 의지가 계속 이어지도록 함께 움직이는 일이죠. 이곳이 단순한 상점보다, 생산자와 사용자가 함께 참여하는 하나의 움직임으로 이해되었으면 합니다.

새롭게 문을 연 디앤디파트먼트 서울에는 축하를 전하려는 반가운 얼굴들의 방문이 매일 이어진다.
한남동의 터줏대감 ‘오월의 종’을 이끄는 정웅 오너 셰프도 빵을 가득 담은 봉투를 들고 서교동을 찾았다. ⒸKIOSK

디앤디파트먼트 서울이 앞으로 어떤 장소가 되기를 바라나요?

배수열 서울이라는 지역의 색깔을 잘 담고 싶어요. 롱 라이프 디자인을 소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서울과 한국 각지에서 오래 이어갈 물건을 발견하고 관계를 만들어가려고 합니다. 그것이 책일 수도, 음식일 수도, 농부의 태도일 수도 있어요. 조바심 내지 않고 매일 차곡차곡 해나가며, 한 번 만들어진 길이 계속 흐를 수 있게 하고 싶습니다.

유미영 사람들이 문득 가고 싶은 곳이 필요할 때 떠올릴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어요. 좋아하는 곳에 가만히 머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환기되는 순간이 있잖아요. 저부터 가고 싶은 곳을 만들면 비슷한 마음을 가진 분들도 찾아오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크리스 이곳에서 생산자와 창작자의 이야기를 더 잘 소개하고 싶어요. 때로는 한 사람을 깊이 들여다보고, 때로는 하나의 주제 안에서 여러 지역의 사람을 연결하면서요. 그 움직임을 소비자가 함께 지지하고 응원할 수 있는 장소가 되었으면 합니다.

서울점과 함께 d 오리지널 블렌드를 이야기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모호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직화 로스팅이었습니다.
d가 오래된 것의 가치를 오늘의 일상으로 이어가듯,
모호 역시 직화 로스팅이 가진 매력을 지금의 커피로 자연스럽게 이어가고 싶었습니다.
ㅡ 카페 모호 김희진 대표

디앤디파트먼트 서울 재오픈을 기념해 선보인 여러 협업 제품 가운데 에디터의 시선이 머문 것은,
디앤디파트먼트 서울이 처음 소개하는 두 가지 식음료 제품이다.
카페 모호와 함께 만든 원두 ‘오리지널 d 블렌드’와 충남 홍성의 농가 브루어리 이히브루와 협업한 맥주 ‘d 세종’.
‘오리지널 d 블렌드’의 패키지에는 사람들의 지지와 응원이 공간을 움직이는 바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바람개비를 그려 넣었다.
‘d 세종’은 강한 향이나 화려한 존재감은 없지만 빈터에 가장 먼저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우는 민들레를 재료로 삼아,
새로운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는 디앤디파트먼트 서울의 생명력을 담았다. ⒸKIOSK

마지막 질문이에요. 세 분에게 디앤디파트먼트 서울은 어떤 존재인가요?

유미영 민들레. 죽은 듯 보이다가도 다시 살아나는 질긴 생명력이 있잖아요. 민들레의 씨앗은 비옥한 땅보다 척박한 곳에 먼저 내려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워 벌과 여러 생명을 불러들인다고 해요. 그러면서 다시 무언가 자랄 수 있는 토양을 만든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한남동의 문을 닫았다가 서교동에서 다시 시작한 우리와 닮았다고 생각했습니다.

배수열 관계. 이번 공간을 준비하며 정말 많은 분이 자신의 일을 미뤄두고 달려와 도와주셨어요. 한남동에서 이어온 관계와 그곳에서 새롭게 만난 인연이 있었기에 다시 문을 열 수 있었습니다. 디앤디파트먼트는 함께 일하는 동료를 넘어, 서로의 일을 자기 일처럼 생각하는 가족에 가깝죠.

크리스 바람개비. 계속 움직이고 생동하려면 바람이 필요하잖아요. 우리끼리 힘만으로 도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지지와 응원이 바람이 되어주어야 움직일 수 있어요. 그 바람을 받으며 쉬지 않고 돌아가는 모습이 디앤디파트먼트 서울과 닮았습니다.

ⒸKIO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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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MOSPHERE] ep.3 시간이 쌓일수록 선명해지는 것들, 마포구 ‘디앤디파트먼트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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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MOSPHERE] ep.2 가장 사적인 고요, 강남구 ‘시수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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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MOSPHERE] ep.1 무용함의 미학, 중구 ‘아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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