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ial

알도 로시, 도시의 오래된 기억을 모아 그려낸 건축가

도시의 어떤 요소들은 영원히 사라지기도, 다시 불려 나오기도 하지만, 대개는 인지되지 못한 채 흩어진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포스트모더니즘 건축가, 알도 로시가 그려내는 스케치와 건물은 흩어진 것들이 다시 모인 풍경처럼 보인다. 거대한 기둥 위에 떠 있는 건축물, 사각형으로 반복되는 창문, 굴뚝, 신전을 닮은 계단식 구조물. 기억 속에서 다시 조립한 결과물처럼 보이는 그의 건축은 ‘도시는 아주 길고 오래된 기억의 집합’이라는 생각에 닿아있다.

Editorial

알도 로시, 도시의 오래된 기억을 모아 그려낸 건축가

도시의 어떤 요소들은 영원히 사라지기도, 다시 불려 나오기도 하지만, 대개는 인지되지 못한 채 흩어진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포스트모더니즘 건축가, 알도 로시가 그려내는 스케치와 건물은 흩어진 것들이 다시 모인 풍경처럼 보인다. 거대한 기둥 위에 떠 있는 건축물, 사각형으로 반복되는 창문, 굴뚝, 신전을 닮은 계단식 구조물. 기억 속에서 다시 조립한 결과물처럼 보이는 그의 건축은 ‘도시는 아주 길고 오래된 기억의 집합’이라는 생각에 닿아있다.

Editorial

알도 로시, 도시의 오래된 기억을 모아 그려낸 건축가

도시의 어떤 요소들은 영원히 사라지기도, 다시 불려 나오기도 하지만, 대개는 인지되지 못한 채 흩어진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포스트모더니즘 건축가, 알도 로시가 그려내는 스케치와 건물은 흩어진 것들이 다시 모인 풍경처럼 보인다. 거대한 기둥 위에 떠 있는 건축물, 사각형으로 반복되는 창문, 굴뚝, 신전을 닮은 계단식 구조물. 기억 속에서 다시 조립한 결과물처럼 보이는 그의 건축은 ‘도시는 아주 길고 오래된 기억의 집합’이라는 생각에 닿아있다.

* ‘Icon・Index・Symbol’ 시리즈는 배재희 디렉터가 선곡한 음악과 함께 즐겨보세요.

도시를 이루는 오래된 형태들

밀라노 출신의 건축가 겸 디자이너, 알도 로시 ⒸAlessi

알도 로시Aldo Rossi는 1931년 밀라노에서 태어나 건축가이자 이론가, 드로잉 작가, 디자이너 등으로 활동했고, 1990년 이탈리아인 최초로 프리츠커 상을 수상했다. 1966년 출간한 대표 저서 <도시의 건축>에서 로시는 도시를 도로·용도·기능으로 정리되는 체계가 아니라, 오랜 시간 남겨진 건축적 흔적의 층위로 바라본다. 특히 이탈리아에서 광장, 탑, 극장, 묘지 등은 일상 속 고정된 풍경이나 다름없었을 것이다.

도시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집단적 기억Collective Memory이며,
기억과 마찬가지로 사물 및 장소와 연관된다.

─ 알도 로시, <도시의 건축L'architettura Della Città> 中 ─

그래서 그의 건축에는 인류가 오래 활용한 건축의 유형인 집, 탑, 원통, 아치, 창문 등의 기본 형태가 반복된다. 완전히 새로운 형태를 발명하기보다, 이미 존재하던 것들의 비율을 바꾸고 다시 놓았다. 그의 건축이 낯선데도 묘하게 본 적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죽은 자들을 위한 집, 산 카탈도 묘지

알도 로시가 설계한 산 카탈도 묘지 계획안 ⒸMoMA Collection

이러한 관점은 그의 대표작, ‘산 카탈도 묘지Cimitero di San Cataldo’에서 가장 극적으로 드러난다. 잔니 브라기에리Gianni Braghieri와 공동 설계한 이 묘지는 1971년 모데나 시 국가 공모전에서 당선된 프로젝트다.

붉은 벽돌의 정육면체 건물과 반복되는 정사각형 창문은 얼핏 공동주택처럼 보인다. MoMA는 이 건축물을 ‘죽은 자들을 위한 집’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지붕 없는 벽과 방, 열린 문과 창이 더 이상 피난처를 필요로 하지 않는 이들을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로시는 살아 있는 도시의 형태를 죽은 자들의 공간으로 옮겨오며 죽음도 삶과 마찬가지로 도시의 기억을 구성하는 일부로 끌어들였다.

산 카탈도 묘지는 공모 당시부터 논쟁이 끊이지 않았으며, 50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계획했던 것에 비해 절반 가까이 완성되지 않았다. 하지만 미완성인 상태야말로 로시가 바라본 도시의 본질에 가장 맞닿아 있을지도 모른다. 알도 로시에게 도시는 결코 완성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짐을 싸서 떠나고 누군가는 새로 들어오며, 견고해 보이던 건물이 허물어진 자리에 또 다른 형태가 세워진다. 그렇기에 도시는 하나의 매끈한 완성품이 아니라, 끊임없이 수정되고 덧칠해지는 거대한 초안이다.

물 위의 극장과 작은 기념비들

로시의 작업은 조르조 데 키리코Giorgio de Chirico의 형이상학적 회화와도 맞닿아 있다. 텅 빈 광장, 길게 드리운 그림자, 사람보다 더 크게 서 있는 건축의 침묵. 마치 꿈속의 한 장면 같은 이미지를 로시는 실제 건축물로 옮겼다.

알도 로시가 설계한 ‘세계의 극장’ ©Antonio Martinelli, Aldo Rossi, www.archiweb.cz

베네치아의 바다 위를 부유하는 ‘세계의 극장Teatro del Mondo’은 그 중 가장 상징적인 사례다. 1979년 베네치아의 무대 공간 프로젝트를 계기로 만들어진 이 임시 극장은 1980년 첫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를 상징하는 이미지로 각인되었다. 나무로 된 입방체 위에 팔각 지붕을 얹은 작은 건축물은 베네치아 사람들에게 도시의 종탑과 등대, 축제용 임시 구조물 등을 떠올리게 했다. 땅에 고정되지 않은 건축이었지만, 도시의 기억 안에는 더 오래 정박했다.

밀라노의 갈라라테제에 위치한 공동 주거 단지 ‘몬테 아미아타’의 D동.
오늘날 이탈리아 현대 복합 공간의 교과서로서 세계 건축학도들의 성지와도 같은 곳이다 ©Burcin YILDIRIM
몬테 아미아타의 일부 ©EREDI ALDO ROSSI, COURTESY FONDAZIONE ALDO ROSSI
네덜란드의 남부 도시, 마스트리흐드에 위치한 ‘보너판턴 미술관’. 로켓 모양의 돔이 특징인 곳으로, 옛 도자기 공장을 개조했다. ©Trougnouf(Benoit Brummer)

로시의 디자인 언어는 비단 대형 건축물에서만 작동하지 않았다. 몬테 아미아타 주거 단지의 긴 회랑, 보너판턴 미술관의 돔, 알레시를 위해 디자인한 원뿔형 커피포트 ‘라 코니카La Conica’까지, 제각기 다른 크기와 기능을 가졌지만 같은 어휘를 공유하는 작품들이다. 사각형·원통·원뿔·반복되는 창 같은 고전적 형태가 과감하게 활용되는데, 익숙한 것이 낯설게 배치되며 생기는 미묘한 불안감이 오히려 생동감을 만든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상상과 기억 사이에 놓인 도시

알도 로시의 드로잉 ‘Urban Scene: Scena Per il Teatrino, 1978’ ©Eredi Aldo Rossi

알도 로시의 스케치를 보고 있으면 미래 도시의 청사진이라기보다는 일종의 기억 지도처럼 느껴진다. 현실의 장소, 개인의 경험, 집단의 기억, 상실된 장면, 오랫동안 살아남은 형태들이 겹겹이 덧입혀져 있다. 그는 1981년 출간한 자서전 <과학적 자서전Autobiografia Scientifica>에서 “내가 관찰해온 모든 것들이 도구처럼, 식물도감처럼, 카탈로그처럼, 사전처럼 가지런히 놓여 있다”고 썼다. 로시에게 도시는 바로 그러한 카탈로그였을 것이다. 현실의 장소를 닮았지만 완전히 현실에 속하지 않는 지형. 경험과 상실과 오래된 형태가 끝없이 이어지는 내면의 영토. 그곳은 로시만의 내면의 제국, 다시 말해 인랜드 엠파이어Inland Empire에 가까웠다. 그는 ‘도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고, 그의 스케치 속에는 창, 탑, 비어 있는 광장이 다음 시대의 기억을 기다리듯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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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에서 목걸이로, 파블로 피카소와 팔로마 피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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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의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시선이 만든 총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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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도 로시, 도시의 오래된 기억을 모아 그려낸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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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테스크의 귀환, 낯선 것을 추구하는 인간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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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의 시계, 케이스백에 새겨진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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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코프가 발견한 각자의 인생, 자기만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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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함의 여행, 조선의 이름 없는 항아리가 바다를 건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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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에 앞서, 소니 그리고 모리타 아키오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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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함이라는 가업, 계승되는 천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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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산업 유산의 미학적 환생, 무덱과 폰다지오네 프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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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요크의 시각적 유산, 그 궤도를 수놓은 비주얼리스트의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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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찰나를 포착했던, 하이엔드 포인트 앤 슛 카메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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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빙 펜에서 더 로우까지, 비워냄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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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 구아다니노가 그린, 에로스와 타나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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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작은 빈 방에서 태어난다, 도널드 저드와 릭 루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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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들의 영혼을 깨운 무구한 사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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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 스카르파와 아바텔리스의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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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의 실재가 빚어낸 초현실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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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제약, 상상력을 붙잡아두는 창조의 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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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며 화내는 법, 움베르토 에코의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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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카자키 쿄코와 도시적 에로티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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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라는 완벽한 질서, ‘우연 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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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의 흔적을 지우는 기술, 스프레차투라에 대하여

08

미완성과 우연의 초상, 〈휘슬재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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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미학을 위한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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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의 여운, 사물이 살아 있는 시간: 루시엔 데이와 마가렛 호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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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권의 문학: 세계를 여는 방식에 대하여

04

연옥 단계의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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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콜렉투스 – MoMA가 수집한 사물들

02

아키 카우리스마키와 시지프의 유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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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 오키프와 마이크로 뷰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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