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ial

접시에서 목걸이로, 파블로 피카소와 팔로마 피카소

파블로 피카소와 비둘기의 관계는 앙리 마티스가 선물한 눈처럼 하얀 밀라노산 비둘기에서 시작되었다. 이 새를 모델로 석판화 〈La Colombe〉가 탄생했고 같은 해 태어난 딸에게 비둘기라는 뜻의 이름이 붙었다. 팔로마. 아버지와 함께 점토 냄새를 맡으며 자란 그녀는 수십 년 뒤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에서 같은 물음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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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에서 목걸이로, 파블로 피카소와 팔로마 피카소

파블로 피카소와 비둘기의 관계는 앙리 마티스가 선물한 눈처럼 하얀 밀라노산 비둘기에서 시작되었다. 이 새를 모델로 석판화 〈La Colombe〉가 탄생했고 같은 해 태어난 딸에게 비둘기라는 뜻의 이름이 붙었다. 팔로마. 아버지와 함께 점토 냄새를 맡으며 자란 그녀는 수십 년 뒤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에서 같은 물음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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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에서 목걸이로, 파블로 피카소와 팔로마 피카소

파블로 피카소와 비둘기의 관계는 앙리 마티스가 선물한 눈처럼 하얀 밀라노산 비둘기에서 시작되었다. 이 새를 모델로 석판화 〈La Colombe〉가 탄생했고 같은 해 태어난 딸에게 비둘기라는 뜻의 이름이 붙었다. 팔로마. 아버지와 함께 점토 냄새를 맡으며 자란 그녀는 수십 년 뒤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에서 같은 물음을 이어갔다.

* ‘Icon・Index・Symbol’ 시리즈는 배재희 디렉터가 선곡한 음악과 함께 즐겨보세요. 

발로리스의 흙빛, 일상으로 스며든 도예

Pablo Picasso completes a ceramic bird vase. Vallauris, 1947 ⒸAutographes

1946년 피카소는 연인 프랑수아즈 질로Françoise Gilot와 함께 프랑스 남부 코트다쥐르Côte d'Azur의 작은 마을 발로리스Vallauris로 간다. 그곳에서 마두라 공방을 운영하던 도예가 부부는 피카소에게 구운 흙으로 만드는 조소 작품인 ‘테라코타Terracotta’ 세 점을 만들어보라고 제안했고, 피카소는 이를 기꺼이 수락했다.

Tête de chèvre de profil (Goat’s Head in Profile), 1952 ⒸMutualArt

1948년 본격적인 작업을 위해 발로리스에 정착하면서 그의 인생에 도예가 시작되었다. 20년 넘게 거의 매일 공방에 출근하며 접시와 항아리와 물병을 입체적인 캔버스로 삼았다. 접시는 황소의 얼굴이 되고 항아리는 새의 몸이 되었다. 예술이 반드시 박물관의 흰 벽에 걸려 있어야 하는지 되묻는 것처럼, 손으로 들고 사용하는 평범한 도자기가 사람과 일상을 위한 예술이 되었다.

흰 비둘기 한 마리가 가져온 평화

1949년 1월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가 피카소에게 밀라노산 흰 비둘기 한 마리를 선물했다. 피카소는 이 새를 모델로 아름다운 석판화 〈La Colombe〉를 제작했다. 오늘날 피카소 하면 떠오르는 비둘기 이미지는 여기서 시작되었다. 이 석판화는 같은 해 세계평화대회 포스터에 사용되었는데 마침 개막 전날인 4월 20일 질로가 넷째 아이를 출산했고 스페인어로 비둘기를 뜻하는 이름이 붙었다. 팔로마. 비둘기는 피카소에게 유년기의 기억이기도 했다. 아버지 호세 루이스 블라스코Jose Ruiz Blasco와 함께 비둘기를 그리던 시간이 딸의 이름에 다시 건네진 셈이다.

이곳에 살며 피카소는 아이들을 위해 그림을 그리고 장난감을 만들었다. 종이를 오려 만든 광대와 총사 그리고 투우사. 팔로마를 위해 주얼리도 직접 만들었다. 질로는 인형의 옷을 짜주었고, 아이들은 자신들의 그림으로 전시 오프닝을 흉내 내며 손님들에게 작품을 팔기도 했다. 팔로마는 어린 시절부터 그림에 관심을 보였지만 회화로 나아가지는 않았다. 본인의 표현대로 “자라면서 유산의 무게를 느끼기 시작했다.” 여섯 살 때부터 빨간 립스틱을 고집해 학교에도 바르고 갔다. 훗날 그녀의 시그니처가 된 붉은 입술은 이때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1953년 질로가 피카소를 떠나면서 네 살의 팔로마는 아버지의 작업실에서 멀어졌고 이후 부녀의 관계는 회복되지 못했다.

Pablo Picasso, Françoise Gilot, and their children Claude and Paloma drawing, La Galloise, Vallauris, 1953
ⒸEdward Quinn Archive

그런 팔로마에게 아버지와 함께한 순간들은 유산처럼 흡수되었을 것이다. 발로리스의 흙냄새와 물레 소리와 접시 위에서 형태가 태어나던 순간들. 아버지가 빈 담배갑으로 직접 만들어준 종이 인형에 색칠하며 놀던 순간들. 대학을 졸업한 뒤 연극 무대에서 의상을 만들던 팔로마는 카바레 겸 음악 홀 ‘폴리 베르제르Folies Bergère’의 보석 장식 비키니를 목걸이로 즉흥 변형했고 이것이 비평가들의 눈에 띄었다. 이브 생 로랑Yves Saint Laurent의 컬렉션 액세서리 의뢰를 시작으로 그리스 주얼리 하우스 ‘졸로타스Zolotas’를 거쳤고 1973년 아버지가 사망한 뒤에는 디자인을 중단하고 유작 정리와 ‘파리 피카소 미술관Musée National Picasso-Paris‘설립에 매달렸다. 아버지의 작품을 정리하는 일은 그 무게를 가장 가까이에서 만지는 시간이기도 했을 것이다.

Pablo Picasso, The Little Artist, 1954 ⒸSucesión Pablo Picasso

‘팔로마스 그래피티’로 피어난, 피카소의 유산

Paloma Picasso ⒸTiffany & Co

70년대에는 사람들이 지하철이나 벽에 낙서를 하기 시작했는데,
모두가 그것에 분노했죠. 저는 낙서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그것을 통해 긍정적인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싶었습니다.

─ 팔로마 피카소(Paloma Picasso)

1979년 티파니의 디자인 디렉터 존 로링John Loring이 팔로마에게 테이블 세팅 전시를 의뢰했다. 티파니가 오랫동안 해온 전통으로 디자이너에게 식탁 하나를 통째로 스타일링하게 하는 일종의 설치 전시인데, 팔로마는 〈End of Summer〉라는 제목으로 은 리본과 버섯 모양의 케이크를 올린 식탁을 완성했다. 1년 뒤 티파니는 그녀의 이름을 건 첫 독점 컬렉션 ‘팔로마스 그래피티Paloma's Graffiti’를 발표했다.

비둘기라는 이름을 받은 딸은 40년 넘게 티파니와 함께했다. 396캐럿 쿤자이트 목걸이가 미국 워싱턴 D.C. 내셔널 몰 내 스미소니언 국립자연사박물관Smithsonian National Museum of Natural History에, 408캐럿 문스톤 팔찌가 시카고 필드자연사박물관에 영구 소장되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미술관이 아니라 자연사박물관이라는 점이다. 팔로마가 평생 다루어온 원석은 결국 자연이 만든 것이었고 그 돌들이 돌아간 곳도 자연의 역사를 기록하는 곳이었다. 이렇게 그녀는 1988년 패션 그룹 인터내셔널 공로상, 국제 베스트 드레서 명예의 전당에 올라서며 팔로마 피카소라는 이름이 독립적으로 섰다.

Paloma Picasso for Tiffany & Co ad ⒸTiffany & Co

비평가들은 그녀의 대담한 형태와 색채 감각에서 피카소의 유산을 읽어낸다. 팔로마는 아버지와의 시간을 “어렵지만 사랑으로 가득 차 있었다”고 말했고 그 시간들은 이제 대중에게 퍼졌다. 하루의 영광을 위해 티파니의 주얼리를 고르는 아침 손끝에 닿는 금속의 곡면, 피부 위에 내려앉는 원석의 무게. 빛이 반짝이는 표면. 예술이 삶에 가장 가까워지는 순간은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파블로의 접시와 팔로마의 주얼리. 힘을 준 압력이 남는 점토와 금속. 그 얇은 접점이 오늘날에도 누군가의 몸 위에 조용히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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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에서 목걸이로, 파블로 피카소와 팔로마 피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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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의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시선이 만든 총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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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도 로시, 도시의 오래된 기억을 모아 그려낸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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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테스크의 귀환, 낯선 것을 추구하는 인간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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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의 시계, 케이스백에 새겨진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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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코프가 발견한 각자의 인생, 자기만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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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함의 여행, 조선의 이름 없는 항아리가 바다를 건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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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에 앞서, 소니 그리고 모리타 아키오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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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함이라는 가업, 계승되는 천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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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산업 유산의 미학적 환생, 무덱과 폰다지오네 프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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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요크의 시각적 유산, 그 궤도를 수놓은 비주얼리스트의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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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찰나를 포착했던, 하이엔드 포인트 앤 슛 카메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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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빙 펜에서 더 로우까지, 비워냄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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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 구아다니노가 그린, 에로스와 타나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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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작은 빈 방에서 태어난다, 도널드 저드와 릭 루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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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들의 영혼을 깨운 무구한 사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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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 스카르파와 아바텔리스의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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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의 실재가 빚어낸 초현실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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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제약, 상상력을 붙잡아두는 창조의 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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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며 화내는 법, 움베르토 에코의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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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카자키 쿄코와 도시적 에로티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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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라는 완벽한 질서, ‘우연 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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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의 흔적을 지우는 기술, 스프레차투라에 대하여

08

미완성과 우연의 초상, 〈휘슬재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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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미학을 위한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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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의 여운, 사물이 살아 있는 시간: 루시엔 데이와 마가렛 호웰

05

첫 권의 문학: 세계를 여는 방식에 대하여

04

연옥 단계의 클래식

03

호모 콜렉투스 – MoMA가 수집한 사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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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 카우리스마키와 시지프의 유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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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 오키프와 마이크로 뷰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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