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ial

인류를 달에 보낸 0.4mm의 바느질

1969년 7월 20일, 인류 최초의 달 착륙은 수많은 이들의 공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주비행사, 과학자, 수학자, 엔지니어 외에도, 한 속옷 회사의 숙련공들도 중대한 역할을 맡았다. 최첨단 우주복을 만드는 데 기여한 이들의 섬세한 수작업은 안전한 탐사를 가능케 했다. 우주비행사의 활약에 가려진 숙련공들의 장인 정신을 살펴본다.

Editorial

인류를 달에 보낸 0.4mm의 바느질

1969년 7월 20일, 인류 최초의 달 착륙은 수많은 이들의 공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주비행사, 과학자, 수학자, 엔지니어 외에도, 한 속옷 회사의 숙련공들도 중대한 역할을 맡았다. 최첨단 우주복을 만드는 데 기여한 이들의 섬세한 수작업은 안전한 탐사를 가능케 했다. 우주비행사의 활약에 가려진 숙련공들의 장인 정신을 살펴본다.

Editorial

인류를 달에 보낸 0.4mm의 바느질

1969년 7월 20일, 인류 최초의 달 착륙은 수많은 이들의 공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주비행사, 과학자, 수학자, 엔지니어 외에도, 한 속옷 회사의 숙련공들도 중대한 역할을 맡았다. 최첨단 우주복을 만드는 데 기여한 이들의 섬세한 수작업은 안전한 탐사를 가능케 했다. 우주비행사의 활약에 가려진 숙련공들의 장인 정신을 살펴본다.

* ‘Icon・Index・Symbol’ 시리즈는 배재희 디렉터가 선곡한 음악과 함께 즐겨보세요. 

인류가 한 번도 발을 디딘 적 없는 달의 표면에서 우주비행사들의 몸을 지킨 것은 한 벌의 옷이었다. 닐 암스트롱Neil Armstrong의 아폴로 11호 우주복은 지구 밤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의 이름을 따서 ‘시리우스Sirius’라는 코드명을 받았다. 고무와 나일론, 열을 반사하는 얇은 마일로 필름Mylar Film과 압력 속에서도 형태가 부풀지 않도록 붙잡는 다크론Dacron 섬유가 여러 겹 포개진 옷이었다. 실패가 허용되지 않는 이 최첨단 의복을 만든 곳은 뜻밖에도 브래지어와 거들을 생산하던 회사였다. 가장 미래적인 옷이 가장 오래된 방식으로 완성되기까지, 우주 개척 시대의 상징 안에 봉제된 여성 숙련공의 지식과 손의 흔적이 있었다.

우주선보다 몸에 가까운 것

달 표면에 발을 디딜 최초의 인류가 입을 옷은 실패가 허용되지 않았을 것이기에, 당연히 최첨단 기술을 가진 군수업체에서 제작했을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특수하게 제작된 수백 조각의 천과 수백 미터의 실이 겹친 한 벌은 생명을 유지할 압력을 붙잡을 수 있어야 했다. 그와 동시에 영하 180°C에서 영상 150°C를 넘나드는 온도 차와 미세 운석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면서도, 무릎을 굽히고 팔을 뻗을 수 있어야 했다. 인간이 만든 가장 복잡하고 정교한 의복이라고도 볼 수 있는 이 중압감 가득한 옷, ‘아폴로 A7L 우주복’을 만든 곳은 브래지어와 거들 브랜드 ‘플레이텍스Playtex’를 운영하며 제조를 담당한 ‘인터내셔널 라텍스 코퍼레이션International Latex Corporation’의 일부였다. 미 항공 우주국NASA는 1965년 이 회사에 아폴로 블록 Ⅱ 우주복의 설계와 제작을 맡겼고, 해당 부문은 훗날 ‘ILC 도버Dover’라는 회사로 성장한다. 당시 거대 항공우주 기업들과 비교하면 이례적으로 작은 기업이었지만, ILC에는 몸의 곡면을 따라 천을 배치하고 탄성 소재의 장력을 조절하며 복잡한 봉제선을 완성해 온 경험이 있었다. 그렇게 인류 최고의 과학 기술뿐만 아니라 여성 숙련공의 손끝에서 축적된 장인 정신도 함께 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몸을 조이는 기술에서 몸을 지키는 기술로

Gloves worn by Neil Armstrong, commander of the Apollo 11 mission,
during his outdoor activities ©Smithsonian’s National Air and Space Museum

몸을 감싸고 지탱하는 속옷은 생각보다 인체공학적이다. 평평한 원단으로 입체적인 몸의 형태를 감싸기 위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당겨지는 소재가 필요하고, 몸을 일정한 형태로 지지하면서도 활동에 불편하지 않도록 움직임을 위한 여유를 남겨두어야 한다. 소재에 대한 장력을 이해하고 봉제선으로 구조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여성 속옷도 일종의 ‘소프트 엔지니어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ILC는 우주복 제작 입찰 경쟁에서 나름의 강점을 보유했다. 초기 일부 항공 우주 업체들은 우주복을 갑옷에 가깝게 접근했다. 하지만 압력이 들어가도 풍선처럼 부풀지 않도록 몸의 부피를 붙잡으면서 어깨와 팔꿈치, 무릎과 엉덩이는 움직일 수 있게 만들어야 했고, 이는 거들이 몸을 압박하면서도 걷고 앉을 수 있게 하는 것과 유사했다.

Jean Wilson, Woman sews A7L space suits from ILC production line, 1968
©Smithsonian’s National Air and Space Museum

아폴로 우주복은 우주비행사마다 따로 제작된 맞춤복이었다. 치수를 재고 피팅을 반복하며, 팔과 다리의 길이, 관절의 위치, 끈의 장력을 조금씩 수정했다. 몸에 잘 맞는 옷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압력이 가해졌을 때 관절이 제자리에 놓이고, 특정 부위가 지나치게 당겨지지 않도록 계산해야 했다. 때로는 완성에 가까운 우주복을 다시 분해해 조립하기도 했다. 이는 대량 생산되는 제품이라기보다 한 사람을 위해 만들어지는 오트 쿠튀르에 가까웠고, 그 과정에서 소재와 공정, 패턴과 피팅의 방식까지 실제로 속옷을 만들 때 사용하는 기술들이 대거 적용되었다.

손으로 지켜내는 0.4mm

A7L Pressure Suit ©Smithsonian’s National Air and Space Museum

그러나 익숙한 속옷 봉제 기술만으로 달에 갈 수는 없었다. 우주복에서 한 땀의 실수는 제품의 모양이 흐트러지는 문제가 아니라,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봉제선은 정해진 위치에서 약 0.4mm 이상 벗어나지 않아야 했다. 재봉틀은 페달을 한 번 밟을 때마다 한 땀씩만 전진하도록 개조되었다. 모든 작업자는 긴 봉제선을 한 땀씩 확인하며 지나갔다. 심지어는 일반적인 재봉에서 천을 고정하는 핀조차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었다. 압력층에 작은 구멍을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옷의 여러 층 사이에 핀이 남는 것 역시 치명적이었다. ILC 프레데리카Frederica 공장의 감독관은 각 재봉사에게 색깔이 다른 핀을 배정했고, 작업이 끝날 때마다 개수를 확인했다. 완성된 우주복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엑스레이 검사까지 받았다.

X-ray photo of A7L pressure suit, Alan Shepard, Apollo 14
©Smithsonian’s National Air and Space Museum

우주복 바깥쪽의 열·미세 운석 보호층은 여러 겹의 얇은 소재가 동심원처럼 포개진 구조로 구성되었다. 재봉사들은 핀 없이 손가락만으로 각 층을 정렬했는데, 종이보다 얇은 재료들은 서로 정확히 같은 크기로 잘리는 것이 아니라, 바깥층으로 갈수록 아주 조금씩 커져야 했다. 여러 층이 사람의 몸 위에서 뒤틀리거나 당겨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팔꿈치와 무릎에 들어가는 주름형 고무 관절도 기계가 자동으로 찍어내는 부품이 아니었다. 액체 라텍스의 농도와 온도, 틀을 담그고 꺼내는 속도, 표면이 굳는 상태를 손과 눈으로 판단해 제작한 결과물이었다. 공장 전체에서도 이 작업을 안정적으로 해낼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였다. 그 결과 고무 관절은 공식적으로는 최첨단 항공우주 부품이었지만, 실제로는 숙련공의 감각 없이는 동일하게 재현하기 어려운 공예품이나 다름없었다.

종이에 그릴 수 없는 경험

Spacesuit worn by Neil Armstrong ©Smithsonian’s National Air and Space Museum

이런 방식으로 손으로 만드는 ILC의 우주복 제작은 NASA의 최첨단 시스템 공학과 끊임없이 충돌했다. NASA는 금속 볼트와 기계 부품을 관리해온 방식으로 실 한 가닥, 테이프 한 조각, 수백 개의 원단 패널까지 추적하고자 했다. 그러나 ILC는 도면보다 패턴과 작업 지시서로 일하는 의류 제조사였다. 종이 위에서 정확해 보이는 선이 실제 천 위에서는 같은 방식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1968년, 한 재봉사는 NASA 기술팀에 이렇게 말했다. “종이 위에서는 그럴듯해 보이겠지만, 나는 그 종이를 바느질하지 않을 겁니다.” NASA의 엔지니어들은 이 비표준적 방식에 계속 불만을 가졌지만, 동시에 그들이 만든 우주복을 신뢰했다. 이는 모순이 아니었다. ILC가 우주복을 잘 만든 이유와 문서화에 서툴렀던 이유는 같았다. 그들의 지식은 사람의 몸과 재료를 다루는 경험 속에 있었고, 손가락으로 천의 탄성을 느끼고 봉제선이 몸의 움직임을 어떻게 바꿀지 판단하며, 도면에 표현되지 않는 차이를 조정했다.

우주에서 드러난 바늘 한 땀의 가치

Footage from the 1969 Apollo 11 moon landing ©Associated Press
The moment Apollo 11 left the first steps of mankind
©Smithsonian’s National Air and Space Museum

한 땀씩 이어진 실, 손으로 맞춘 얇은 필름, 액체 라텍스의 상태를 판단하는 감각, 피팅을 통해 조금씩 수정된 패턴은 인간과 처음으로 맞닥뜨리는 우주라는 환경에서 우주비행사의 몸을 보호했다. 브래지어와 거들을 만들던 회사가 인류 역사상 가장 정교한 옷을 만들었다는 사실은 최첨단 기술이 반드시 인간이 할 수 있는 영역을 밀어낸다는 뜻이 아니었다. 인간의 손을 밀어내며 완성되는 것은 아니라는 증거다. 당기는 힘을 느끼고, 천의 주름을 읽고, 움직임을 상상하며 바느질을 해나가는 감각. 아폴로 우주복은 시스템 공학의 산물이면서 패턴 메이킹의 산물이었고, 항공우주 기술인 동시에 오트 쿠튀르였다. 이렇게 가장 미래적인 옷은 가장 오래된 방식으로 완성됐다. 인간이 달에 섰을 때 그들을 지켜냈던 것은 더 단단한 갑옷이 아니라, 0.4mm의 허용 오차 안에서 한 땀씩 이어간 실의 정밀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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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린 그레이와 샤를로트 페리앙, 따뜻한 기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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