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ial

〈중경삼림〉에 흐르는 두 개의 꿈

〈중경삼림〉에는 두 개의 꿈이 흐른다. 스낵바 직원 페이가 자주 트는 'California Dreamin'과, 그녀를 연기한 왕페이가 크랜베리스의 'Dreams'를 광둥어로 다시 부른 '몽중인'이다. 몸은 홍콩의 작은 가게에 있지만 노래는 캘리포니아를 부른다. 관객은 그녀의 일상을 지켜보며 같은 노래를 여러 번 함께 듣는다. 그러다 페이가 경찰 663의 집을 정리하는 장면에서 왕페이 자신의 목소리를 만나게 된다. 영화 속 인물의 움직임과 실제 가수의 노래가 겹치는 순간. 외부 세계가 잠시 영화와 교차하는 장면을 포착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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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경삼림〉에 흐르는 두 개의 꿈

〈중경삼림〉에는 두 개의 꿈이 흐른다. 스낵바 직원 페이가 자주 트는 'California Dreamin'과, 그녀를 연기한 왕페이가 크랜베리스의 'Dreams'를 광둥어로 다시 부른 '몽중인'이다. 몸은 홍콩의 작은 가게에 있지만 노래는 캘리포니아를 부른다. 관객은 그녀의 일상을 지켜보며 같은 노래를 여러 번 함께 듣는다. 그러다 페이가 경찰 663의 집을 정리하는 장면에서 왕페이 자신의 목소리를 만나게 된다. 영화 속 인물의 움직임과 실제 가수의 노래가 겹치는 순간. 외부 세계가 잠시 영화와 교차하는 장면을 포착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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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경삼림〉에 흐르는 두 개의 꿈

〈중경삼림〉에는 두 개의 꿈이 흐른다. 스낵바 직원 페이가 자주 트는 'California Dreamin'과, 그녀를 연기한 왕페이가 크랜베리스의 'Dreams'를 광둥어로 다시 부른 '몽중인'이다. 몸은 홍콩의 작은 가게에 있지만 노래는 캘리포니아를 부른다. 관객은 그녀의 일상을 지켜보며 같은 노래를 여러 번 함께 듣는다. 그러다 페이가 경찰 663의 집을 정리하는 장면에서 왕페이 자신의 목소리를 만나게 된다. 영화 속 인물의 움직임과 실제 가수의 노래가 겹치는 순간. 외부 세계가 잠시 영화와 교차하는 장면을 포착해 보았다.

* ‘Icon・Index・Symbol’ 시리즈는 배재희 디렉터가 선곡한 음악과 함께 즐겨보세요. 

페이가 듣는 노래, 왕페이가 부르는 노래

〈重慶森林〉 ⒸJanus Films

체구가 작은 직원 페이는 스낵바에서 음악을 아주 크게 틀어둔 채 몸을 흔들며 일한다. 처음에는 단순한 배경음악처럼 느껴지지만, 옷차림이 바뀌어도 같은 노래가 계속 흘러나오면 그 곡을 반복해서 듣는 것이 그녀의 하루에 자리 잡은 습관이라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그 노래가 흐르는 가게로 경찰 663이 음식을 주문하러 온다. ‘California Dreamin’이 되풀이되는 사이 관객도 어느새 그가 다시 나타나기를, 두 사람이 말을 나누기를 기다린다. 작품 속에서 페이가 듣는 것은 4인조 혼성 포크 록 그룹 마마스 앤 파파스The Mamas and the Papas의 곡이지만 영화에는 페이를 연기한 왕페이 자신의 목소리도 등장한다. 크랜베리스The Cranberries의 ‘Dreams’를 광둥어로 다시 부른 ‘몽중인夢中人’이다. 관객은 한 편의 영화 안에서 다른 사람의 음악에 몸을 움직이는 페이와, 자신의 음색으로 장면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왕페이를 번갈아 만날 수 있다.

음악과 함께 배경이 된 인물

화면 속 페이는 자기 리듬에 익숙해 보이지만, 감독 왕가위는 영국 영화 전문지 《Sight and Sound》와의 인터뷰에서 촬영 초기에 왕페이가 특히 대사 장면에서 많이 긴장했다고 회상했다. 그래서 처음 며칠은 양조위와 가게 매니저의 장면을 찍으면서 왕페이가 배경 속에 녹아든 인물로 두었다. 다만 몸짓만은 처음부터 좋았다고 한다. 이런 일화를 알고 나면 화면 어딘가에서 음악에 맞춰 움직이는 몸짓, 일하면서도 대화 중인 경찰 663에게 향하는 시선, 끼어들지는 않고 그 옆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 보인다. 관객은 그 장면을 통해 대화에 속하되 속하지 않은 페이의 모습과 일상에 조금씩 익숙해진다. 반복되는 노래는 그런 장면을 자연스럽게 기억에 남긴다. 그런 일상들이 몇번 반복되고 익숙한 리듬 안에서 몸을 흔드는 페이가 누구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지 알게 된 관객은 이제 663의 말과 페이의 반응을 함께 살피게 된다.

좋아하던 노래를 자신의 목소리로

〈傳奇: 胡思亂想〉 (2005) ⒸApple Music

〈중경삼림〉으로 왕페이를 처음 만났다면 배우가 노래도 부른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영화가 개봉한 1994년에 그녀는 이미 아시아의 스타였다. ‘몽중인’이 실린 앨범 〈호사난상胡思亂想〉도 영화 개봉보다 먼저 나왔다. 당시 홍콩 대중음악에서 외국곡에 광둥어 가사를 붙여 부르곤 했고, 왕페이는 콕토 트윈스Cocteau Twins의 곡을 다시 부르거나 중국어권 노래를 부르는 등 한가지 스타일에 매이지 않았다.

〈重慶森林〉 ⒸBritish Film Institute

왕페이는 1997년 일본 컬처 매거진 《SWITCH》 인터뷰에서 자신의 창법이 타고난 것도 습관도 아니라고 말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들어온 여러 가수의 노래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특정한 누군가의 영향으로 설명되기보다 많은 음악가에게 배운 것 중 자신의 음악에 맞는 방식을 찾아왔다. ‘몽중인’에서 원곡을 닮은 부분과 왕페이만의 소리가 함께 들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같은 인터뷰에서 멜로디가 떠오르면 악보에 쓰는지 녹음하는지 묻자, 왕페이는 어느 쪽도 아니라고 답했다. 정말 좋은 멜로디라면 기억에 남을 것이고, 잊어버렸다면 좋은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었다. 그렇게 남은 좋은 멜로디를 다른 음악가에게 전할 때는 직접 흥얼거리며 불러주었다고 한다.

가사 없이도 전달되는 감정

〈浮躁〉 (1996) ⒸApple Music

그렇게 떠올린 멜로디에 반드시 가사가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왕페이는 음악이 이미 무언가를 전하고 있다면 가사를 억지로 붙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알맞은 말이 떠오르지 않으면 목소리를 소리로 사용하여 무언가를 담아둘 수 있었다. 1996년 앨범 〈부조浮躁〉의 몇몇 곡에는 그렇게 흥얼거림이 나온다. 그녀는 뜻을 모르는 외국어로 노래할 때는 감정을 담기 어렵다고 설명했는데, 아마도 감정에서 시작된 흥얼거림과 이해하지 못하는 문장을 발음하는 것은 같지 않았을 것이다. 왕페이는 자신의 소리에 감정을 담을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영화가 끝나도 계속되는 음악

〈重慶森林〉 ⒸJanus Films

클수록 좋아요. 그래야 생각을 안 하게 되니까.

Faye Wong, 〈중경삼림〉

경찰 663이 시끄러운 음악을 좋아하냐고 묻자, 페이가 건네는 답이다. 음악을 크게 틀면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그녀지만 그 와중에도 시선은 자꾸만 663에게 향한다. 생각을 잠시 멈추는 일과 누군가에게 마음이 가는 일은 별개인 모양이다.

〈重慶森林〉 ⒸJanus Films

스낵바에서 ‘California Dreamin’에 맞춰 움직이던 페이는 ‘몽중인이’ 흐르는 장면에서 아직 연인이 되지 않은 사람과의 일상을 혼자 먼저 살아보는 사람처럼 보인다. 663이 없는 집에 허락 없이 들어가 방을 정리하고 물건을 바꾸며 함께 보내지 않은 일상에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본다. 노래는 페이의 속마음을 그대로 옮긴 대사는 아니지만 그의 집 안에서 자신만의 몸짓으로 그의 집을 멋대로 바꾸어놓는 움직임과 유쾌하게 어우러진다. 그들의 관계를 착각하게 될 만큼.

〈重慶森林〉 ⒸJanus Films

왕가위의 영화는 다시 보는 대신 사운드트랙을 듣는 것으로 대신할 때가 있다. 그만큼 곡마다 특정한 장면과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몽중인’도 처음에는 페이의 얼굴이 떠올라 틀었다가, 어느새 왕페이의 목소리가 좋아서 듣게 된다. 그러다 그녀의 움직임을 따라 하듯 집 안을 정리하는 동안에도 그 노래를 틀어두게 되었다. 그렇게 크게.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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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경삼림〉에 흐르는 두 개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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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지 못한 화가, 거울 속을 산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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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 알토가 남긴 습기로 가득한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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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디 없는 모란디, 떠나간 화가의 시선을 기억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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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린 그레이와 샤를로트 페리앙, 따뜻한 기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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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떠난 뒤, 물건이 남긴 초상 10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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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서늘한 색 블루, 〈서스페리아〉와 〈포제션〉으로 바라본 청회색 베를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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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를 달에 보낸 0.4mm의 바느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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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로트 갱스부르의 세 개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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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디자인은 스스로 태어난다, 버내큘러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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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아름다움을 담은 클래식 카, 그리고 그 옆에 선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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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cm에 머무르는 소박한 시선, 오즈 야스지로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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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에서 목걸이로, 파블로 피카소와 팔로마 피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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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의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시선이 만든 총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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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도 로시, 도시의 오래된 기억을 모아 그려낸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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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테스크의 귀환, 낯선 것을 추구하는 인간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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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의 시계, 케이스백에 새겨진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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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코프가 발견한 각자의 인생, 자기만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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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함의 여행, 조선의 이름 없는 항아리가 바다를 건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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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에 앞서, 소니 그리고 모리타 아키오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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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함이라는 가업, 계승되는 천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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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산업 유산의 미학적 환생, 무덱과 폰다지오네 프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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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요크의 시각적 유산, 그 궤도를 수놓은 비주얼리스트의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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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찰나를 포착했던, 하이엔드 포인트 앤 슛 카메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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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빙 펜에서 더 로우까지, 비워냄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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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 구아다니노가 그린, 에로스와 타나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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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작은 빈 방에서 태어난다, 도널드 저드와 릭 루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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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들의 영혼을 깨운 무구한 사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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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 스카르파와 아바텔리스의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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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의 실재가 빚어낸 초현실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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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제약, 상상력을 붙잡아두는 창조의 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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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며 화내는 법, 움베르토 에코의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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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카자키 쿄코와 도시적 에로티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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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라는 완벽한 질서, ‘우연 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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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의 흔적을 지우는 기술, 스프레차투라에 대하여

08

미완성과 우연의 초상, 〈휘슬재킷〉

07

악의 미학을 위한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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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의 여운, 사물이 살아 있는 시간: 루시엔 데이와 마가렛 호웰

05

첫 권의 문학: 세계를 여는 방식에 대하여

04

연옥 단계의 클래식

03

호모 콜렉투스 – MoMA가 수집한 사물들

02

아키 카우리스마키와 시지프의 유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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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 오키프와 마이크로 뷰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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